[역사 잡담] 중독의 참으로 유구한 역사 (간략판)
갑자기 게임 중독이 게시판 화제를 지배하는 군요.
아이 뭐, 새삼스레 게임 가지고 그러십니까. 게임이란 결국 노는 것이고, 두 발로 걷고 도구를 쓰는 인간에서부터 저기 시골 들판을 달리는 똥강아지에서 길괭이까지도 놀 줄을 알고 노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이럴 때 늘 나오는 어르신들의 말이 있지요.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만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어린 것'들은 어른의 감시를 피해 놀아대기 바빴으니. 여기서 간단히 그 연원을 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옛날 조선시대 말에는 소설이 크게 유행했지요.
뭐 그렇게 야하거나 그런 것도 아녀요. 갑돌이와 갑순이가 만나서 서로 좋아하다가 결혼을 하고 잘 살았대요, 라는 지금으로보면 아주 시시해빠진 스토리의 할리퀸이 당대의 베스트셀러 평산냉연이었지요.
하지만 이걸 특히 질색팔색한 것이 정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나쁜 소설이나 돌려보며 글도 천박해지며 사람도 천박해져서 나라의 근본이 위험하다며 펄펄 뛰었지요. 그렇지만 이미 자신이 아끼던 초계문신들도 밤에 몰래 소설을 살금살금 돌려읽다가 제꺽 걸려서 책이 불태워지고 반성문까지 써야 했지요.
정조는 참으로 야무지게도 소설 없는 청정국가를 건설하겠다며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만.
그 결과는 현대사회를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까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다음의 타겟이 된 것은 바로 영화였습니다.
1970년대 신문 기사를 보면 저질 영화들이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아주 심각 무시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비행청소년들은 무려(!) 한 달에 1번꼴로 영화를 보고, 그들이 상주하는 데가 영화관이었다지요.
그래서 학생들을 계도하는 선생님들은 영화관 앞에서 애들 잡아내는 게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섹스와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거칠어진다며 영화 심의를 얼마나 강화해댔는지요.
게다가 수입마저 금지되었는데도 어떻게든 다 돌고 돌아서 수많은 청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에마뉴엘 부인.
그리고 이.소.룡.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흉내를 내고 문방구에서 쌍절곤을 팔아댔는지요.
시간이 또 흘러 그 다음 메인 타겟은 만화가 되었습니다.
90년도 초반, 일본 만화가 봇물처럼 한국에 유입되면서 쏟아진 것은 외설논란과 폭력이지요.
일단 드래곤볼, 북두신권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문방구에서 작은 크기로 싸게 만들어진 (불법) 유통만화책은 애들 코묻은 용돈으로도 손쉽게 살 수 있었고,
그 폐해는 당시 텔레비젼에도 중점적으로 다뤘지요. 툭하면 여자애가 벗고, 남자들끼리 주먹질 해대고 이게 또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블라블라블라.
그리고, 이제는 게임이 된 듯 합니다.
물론...
그거 말고도 많습니다. 도박 중독의 역사도 조선시대 그 이전으로도 거슬러가니까요.
이렇게 놀이의 역사를 시대별로 구획(?)을 하긴 했지만 딱딱 잘라지는 건 아니죠. 영화를 보며 만화를 보기도 했고 만화를 보며 게임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이런 내력을 훑어보며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성세대는 '내가 어릴 적 겪어보지 않았던 것'을 막연히 두려워하고 나쁜 것이라 생각하며 막으려 드는 건 아닌가 하고요.
지금 저로서는 소설이 없거나, 영화가 없거나, 만화나 게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으니, 사람은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놀잇거리를 찾아나서는 법입니다.
재미있는 걸 보고 노는 것은 사람, 아니 생물의 본성이되, 더 하고 덜 하고는 결국 내 마음에 달린 것이다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요즘 확산성 밀리언 아서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보면, 정말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고 적당히 조절해가며 하는 분도 있으세요. 다양합니다.
사실 더 자세히 쓰고 싶긴 한데. 마침 모 처 샘플용으로 쓰고 있는 원고가 딱 이 내용이라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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