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한 마디로 <화려한 시절> 이후 가장 대중적인 노희경표 드라마군요. 비록 일본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작이라 해도 말입니다.

 

1,2회 연방할 때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별로 재미 없더군요. '역시 노희경이네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를 쓰고도 재미가 없다니' 했죠.

그런데 시간이 나서 3회부터 6회까지 몰아보면서 '어 재미있어졌네' 싶습니다.

 

전 노희경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노희경 드라마는 모든 사람을 - 극중 설정이 '나쁜 놈'이라 할지라도 -

어느 시점부터는 불쌍하게 묘사하고 이런 '하느님 병'이 한국드라마 전반에 퍼져 있다고 보거든요.  

가해자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희생자들보다 더 많이 울고 불쌍하게 그려지면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미화한다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노희경 드라마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가 되곤 했죠.

 

이 드라마에도 그런 노희경의 특징은 여전히 있습니다. 임신한 여친을 버리고, 빚을 갚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 행세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 접근한

오수(조인성)는 제 예상대로 눈물을 흘리며 울지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조인성을 증오하는 김태우와 정은지가 있고 - 정은지야 일방적인 증오심만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

조인성을 의심하면서 압박하는 배종옥과 김영훈이 있고, 언제든지 조인성을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서효림도 있으니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가 없죠.

노희경의 장점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부분도 있습니다. 사랑에 냉소적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공감할 수 있도록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왜 김규태 PD가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하자고 노희경 작가를 설득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반면 노희경 대본의 주요 특징인 내레이션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사는 필요할 만큼 있되 배우와 영상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에 드라마를 끊기도 하죠. 다른 작가의 드라마에선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노희경 드라마에서 이런 엔딩은 보기 힘들었죠.

정말 노희경이 대중성을 위해 자신의 개성을 덜어내고 타협했다는 말이 맞네요.

 

연기는 송혜교가 좋고, 비주얼은 조인성이 좋죠. 달리 표현하면 송혜교의 비주얼은 전만 못하고, 조인성은 아직도 힘이 들어간 과장된 연기를 하네요.

하지만 둘다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김주혁-문근영보단 낫습니다.

주제가가 남발되지 않아서 좋긴 한데 대신 경음악이 많네요. 특히 배종옥과 김규철이 함께 나올 때 코믹한 BGM은 꼭 필요했나 싶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이 드라마는 종전에 1위를 했던 <7급 공무원>이나 <아이리스 2>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이게 노희경의 오리지널 대본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미화한다는 느낌이 들죠.

      ---->

      그러고 보면 김태우 조차도 과거 회상씬을 통해서 처음부터 나쁜 넘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더군요.
      정은지 언니를 짝사랑하던 순박한 배달부 시절, 그녀가 어떻게 버림받고 죽었는지를 보면서 조인성에게 증오심을 키우게 된 계기를 보여주더군요.

      뭐 원래 원작에도 있는 내용일수도 있지만요.
    • 김태우 팬이라고 울부짖어 놓고 문제의 그 김태우 과거 때문에 안 보기 시작한 1인입니다.

      전 조인성 외모가 좀 맛이 갔다고 느끼고 있어요. 아니면 제가 조인성의 외모를 너무 신격화하고 있었거나요.
    • 노희경 본인 작품이라기보다는 각색정도인데 오수와 그 주변 인물들 묘사할 때는 좀 색깔이 드러나는 듯. 저는 처음에 송혜교도 가난하고 눈먼 여자인줄 알았어요. 사실은 뭔가 칙칙한 분위기가 싫어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비현실적일만큼 드라마적인 설정이죠.

      연기나 비주얼이나 송혜교때문에, 영상과 송혜교의 아름다움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에요. 조인성 좋아했는데 제대해서도 한치도 바뀐게 없는 힘들어간 연기가 참 보기 부담스럽네요. 1회는 지금봐도 별로에요. 1회때문에 한참 안봤어요.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파악도 안되고 집중이 잘 안되었는데 5회쯤에 마음이 가서 다시 복습, 지금은 이 드라마할 시간만 기다리고 있네요. 영화는 별로인가요? 지금 영화 찾아서 보고 있는데요.
      • 영화를 보신다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 저는 티비소리 끄고 인터넷하면서 화면만 봅니다. 인물들 화장과 패션감상. 송혜교 얼굴클로즈업만 기다림
    • 조인성을 내가 그렇게 좋아했었는지 가물가물, 여기에 적역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왜 이렇게 매력이 없을까, 뭐가 달라졌을까 의아해지고 있어요.
    • 조인성 외모 맛 간지 오래라고 느끼는 1인.. (..)

      연기는 여전히 부담스럽구요.

      와타베 아츠로가 너무 잘해서..

      특유의 허세 쩌는 발음이 귓가에 생생합니다. 아코~~
    • 김주혁은 진짜 아니예요. 회사원이라면 몰라도 호스트라니.. 그 호빠 누가 갑니까. ;;
      • 왜 이 글에 웃음이 날까요. ㅎㅎㅎ 정말 김주혁은 회사원 느낌이죠.
      • 이름, 직업, 외모가 모두 따로 놀았죠. 취향에 따라 그런 호스트를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 일본 호빠들 보면 김주혁이 에이스일지도요.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1312343



        는 농담이고, 제대로 된 호빠 책자. 후쿠오카,쿠루메,오이타에 있네요.ㅎ

        http://extmovie.com/zbxe/files/attach/images/301003/997/297/002/IMG_0001.jpg
    • 자본주의의돼지, 방은따숩고/ 전 김태우에게 왜 조인성을 증오하는지 그 이유를 붙여준 것에 대해선 불만 없습니다. 제가 별로인 건 조인성 캐릭터 류를 불쌍하게 그리는 것일 뿐.
    • 지금 영화를 보다보니 해리포터님의 말에 공감이 가네요. 정말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는걸 실감하고 있어요. 김주혁이나 문근영이나 저정도로 연기를 못하는 사람들은 아닌데 이상하게 모든 배우들이 다 겉도네요. 영화를 상당히 못만들었구나 싶어요. 더이상 못볼듯;;
    • 노희경 작가 전작인 '빠담빠담'을 못 보셨나보군요. 노작가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저는 그 기준점이 '빠담빠담'이라고 생각해요. '그 겨울'보다 훨씬 더 대중적이고 그리고 나레이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당도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하죠. 사실 지금 '그 겨울'의 장점들은 모두 빠담빠담에서 다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재미있으니까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겨울'과 감독도 똑같고 영상미도 좋아요.
    • 원작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는 인물은 김태우 캐릭터였어요. 배우도 최고로 잘했고요. 그 사람이 나올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어요. 종교도 없고 책도 안 읽기 때문에 제가 신을 떠올렸을 때 갖는 이미지가 남들과는 다를 것 같지만, 신처럼 느껴졌어요. 자기 일에 충실하고 착실한 신이요. 두려운 존재이지만 공정한 신. 대상에 대해 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그러면서도 친절함이 눈에 띄었어요.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에서 악역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남자주인공이잖아요. 사람을 이용하고, 버리고, 그들이 끝을 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렇다고 자기의 불행한 과거에 매달려서 지질거리지도 않는 진짜 악역이요. 그런 주인공이 한 일에 대해 잘했네 못했네 설교도 없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으면서 받아낼 것만 받아내겠다며 단 한 순간도 자기 시야를 벗어날 수 없음을 잊지 않도록 종종 주지시켜 주는 자상함에, 살며시 미소 지으며 안 내놓으면 죽음! 용건만 간단한 것도 센스 있고요. 거기에 바보팅이 주인공을 위해 살짝쿵 암시를 던져 주는 친절함은 말할 것도 없죠. 등장할 때마다 장면을 휘어잡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그런 캐릭터 처음이었어요.

      +) 주인공 캐릭터에 연령대만 맞았다면 조인성보다 김태우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꼭 조인성이어야 한다면 원작의 여자주인공 캐릭터를 주고 변형시킬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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