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재밌어요 (스포도 있어요)



이미 많이 이야기되었듯이 대사가 좀 매끄럽지 못한 감은 좀 있더라구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에 미친 기운이 흐르기 시작하니 눈을 떼지 못했어요.

8,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이런 분위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좀 위악적이고 불편하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힘으로 시선을 묶어두는..

인디아가 꼭 격투 미소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같더라구요. 연필도 휘두르고 총도 쏘고 필요하면 가위도..그런 면에서 훌륭한 오락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도 청소년기에 연상의 어른 남성에게 매혹되면서도 동시에 혐오감 내지는 죄책감을 느낀 일이 있어서 그런지

찰리 삼촌과 인디아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흐르는 장면이 나오면 저도 숨이 막히고 얼굴이 찌푸려졌어요. 불쾌하진 않았고 그냥 재밌는 영화적 체험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이런 경험 없는 여성분들은 별로 없겠지만) 여성 관객들이라면 마지막에 인디아가 삼촌의 머리를 날려버릴 때 속이 후련하겠어요.


이야기 자체는 알맹이가 없다손 치더라도 때깔 고운 장면들이 끊임없이 눈을 간지럽히는 체험을 한 것만으로도 재밌다고 할만한 영화였습니다.

제 글도 별 알맹이가 없군요^^; 아무튼 추천합니다.


 

    • 저는 뭔가 있는 놈처럼 보였던 찰리가 실은 미친 떼쟁이(....) 였다는 걸 알고 나선, 당장 저놈을 갈겨버려-_- 하는 마음이 되었었는데요...그건 아마 안지님이 쓰신 것처럼 청소년기에 성인 남성에게 동경을 품었던 감정의 변화와도 관계가 클 것 같네요. "와 진짜 멋져 역시 어른은 달라-> 나이먹고 보니 이런 상찌질이가 없네-> 내 추억에서 당장 나가....." 이렇게 보고 나니 소녀의 성장기를 아주 직빵으로 그려낸듯도 하고.....
      • ㅋㅋ 그런가봐요. 저도 나이 먹으면서 '와 어른 멋져>찌질이>꺼져' 이 삼단계를 거치게 되었으니..ㅋㅋ
    • 그리고 남자인 친구가 스토커를 보고 정말 사춘기 소녀의 성장담은 저렇게 광기에 휩싸인 걸까? 라고 묻길래 곰곰히 생각하고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광기와 중2병이 넘쳐...라고 대답했지요ㅠㅠ



      곱씹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사춘기 소녀의 폭발적 성장을 정확히 담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드네요...
      • 네.. 정말 광기와 중2병 그 자체죠. 소녀 시절은ㅎㅎ 또 그게 어느 시점이 되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저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여성의 성적 자각과 싸이코패스로서의 자아 발견이 동시에 나타나는 게 좀 의미심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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