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술 40일차] 자신에게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들에겐 효용없는 것이란.

몇 번의 권유를 걸쳐서 자유기술이라는 방법이 제가 접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게만 효용이 있는 도구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 사실은 꽤 참담하고 외로운 감정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남들과 다르길 바라면서도 같길 바라는데, 저도 그와 다를 바 없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같다고 편안하게 생각해왔는데 다른 부분과 같은 부분에 대해 고심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더군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니까 각각의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점과 같은 점이 일치할리는 없지만.


가끔 저와 만나는 사람들은 제게 외로웠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요는 '너가 나와 대화하는데 하는 말이 많은걸 보니 지금까지 하고픈 말들을 참아왔고 이는 네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특수한 상태로 보인다'라고 추측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 언제나 말이 많아요. 곰곰히 따져보니 살면서 말수가 적었던 적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말이 많은 이유는 생각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생각이 많다면 종이 몇 쪽 정도 채우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하지만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 생각이 적다는 것을 유추하게 되고 그게 저와 다른 사람들과의 다른점이라는 걸, 저를 외롭게 만드는 점이라는 걸 알았어요. (아니면 생각은 많은데 말만 적고, 그 차이가 저를 외롭게…) 하지만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생각이 적다는건 생각이 작다는건 아니니 많고 적음은 그 각각의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꽤 잉여력 겨루기나 폐인질 겨루기를 하면 4년전에는 내세울게 없었지만 지금은 상위권은 아니지만 수능으로 치면 4-6등급 정도는 얻을 수 있을꺼에요. 하지만 그에 대해 고백하거나 이야기한다는게 제게 효용이 없을꺼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듀게에다 그런 이야기를 해보진 않았습니다만. 저는 어떤 위기가 닥칠때 그 위기를 공개된 게시판에 올리기가 꺼려지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에 대해 꼭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그 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더라도 그 극복의 도구를 팔아먹기 위해 게시판에 올리는건 아니에요. 사람은 서로 매우 다르고 결국은 각각의 극복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위기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We Are the Ones We Have Been Waiting For'란 경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전 그저 글로 삶을 치환하면서 그에 대한 재인식과 재구축을 확정된 독자를 통해 써보고 싶기 때문에 듀게에 쓰게 될 거에요.


어쨌거나,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년도의 반 년 정도를 위에서 언급했던 수렁에서 깔끔하게 빠져 나온다면 그에 대해 꾸준히 쓰게 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제 못난 부분들은 듀게에 올리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그걸 극복하고서는 제게 못난 부분은 아니니까 결국 올리지 않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과거의 자신의 못난 부분도 현재의 자신에게 속하므로 못난 부분을 올리는 것도 같고 알쏭달쏭하네요.) 전 언제나 그러했듯 제 이야기만 할 뿐입니다.


아직은 설레발(이미 전 글에서 설레발 잔뜩 쳤지만)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간단히 제가 느낀 자유기술이 제게 해준 것에 대해 써볼께요.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달리 고정된 영역에 소리를 잡아두는 일이며, 자기와 분리된 객체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는 글을 씀으로 해서 기억에 대해 책임을 글로 미룰수도 있고 글에게 감성과 사고를 짊어지게 하고 자신은 편안히 쉴 수도 있죠. 다른 무엇보다도 사고는 모순되거나 이중, 삼중, 사중적이더라도 그대로 굴러가지만 글은, 문자는 쓰는 그 순간에는 단 한 글자, 한 획만 쓸 수 있습니다. 핀셋으로 바람을 고정시키듯, 글이라는 형식/한정이 자기 자신을 분리시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것은, 영상을 촬영하거나 소리를 녹음해서 자기 자신을 다시 보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라고 생각해요.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에서 나오는, 문자에서 나오는 '내가 보는 내 자신'은 이미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객체가 되지만서도 자기 자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게 자신을 타자화시키며 그걸 바라보며 또 다시 내면화시키는 이 순환이 제 자신을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글쓰기란, 자의적인 거울인거죠. 그래서 제 안에 몬스터가… 아니 제 자신이 아주 작고 조그마한 한 점으로 응집되고 그게 조금씩 커져가는걸 느낍니다. 그 전에는 테두리로써 제 자신이 존재했지만 알맹이로써 제 자신을 제가 인식하거나 하진 못 했거든요.


자유기술은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한테나 효용이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고, 다른 방법으로는 자유구술이나, 자유무용이란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볼 수 있으면 되는 거라고, 자신을 타자로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 좋은 목소리 녹음 앱도 많고, 영상 촬영도 스마트폰만으로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뭐, 캠코더로 자신을 찍어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게 매우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자기 자신을 만나려면 그것을 비춰주는 도구가 있어야겠죠. 우리는 평생, 실재의 자기 자신을 볼 일은 (혹시 눈을 타자에게 이식한다면 모르겠지만) 없어요.  저와 달리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고 그것으로 구축해서 별 문제가 없나봅니다. 저는 그러니 저의 길을 가야겠죠. 그럼 다음에 또 이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길 바라요.


관련 포스팅 - 자유기술 10일차

    • 제 주변에는 자유기술(정확히는 아티스트 웨이) 워크샵에 동창함 이들이 여럿있는데,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말 좋은 방법이다!' 라고 외쳐요. 제자신도 마찬가지고요. 아마 잔인한 오후님은 그 방법을 자신에게 맞게끔 바꿨기 때문에 동조를 얻기 어려웠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지인만 해도 처음에는 지겨워 하다가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책을 꼼꼼히 읽고는 자기에 맞게 적용 시키더니 지금은 몹시 만족해 하고 있지요.(참고로 글쓰기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잔인한 청춘님의 자유기술법'은 다른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자유기술법' 자체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 자유기술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것 같아요. 일기와는 조금 다른 감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나 머리 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 무작정 수첩에 생각들을 쏟아내곤 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것도 자유기술의 범주에 드는 걸까요? 캠코더에 자신을 녹화해서 보는 것은 상상만 해도 뻘쭘하네요. 비슷한 효과가 있다면 전 늘 글쓰기를 선택할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결과 있으시면 또 글 올려주시길 부탁드려요~
    • 마음을 가다듬은 글로 쓰기란 무척 힘드는 일이죠 반복된 훈련으로만 가능하겠어요.
      남들과 신세타령이나 하느니 자신 내면과의 대화가 조금 앞서가는게 아닐까 생각드네요.
      좋아하시는 경구 그 참 말 좋습니다 사는건 외롭다는
    • 지명_ 그렇군요. 제가 아티스트 웨이를 싫어한다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게 더 쉽고 적확한 설명서일지도 모르죠. 아니, 아마 다른 사람들에겐 제 방법보다는 아티스트 웨이가 더 좋을꺼에요. 그렇다면 일단 추천은 그 책을 해야겠네요. (그 책의 가상의 신이나 창조성 같은게 제겐 너무 싫어서...) 저도 책을 중심으로 워크샵같은걸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 책을 받아들이는 개개인 실례를 보고 사람들에게 효용성있으면서도 신적인 요소를 제거한 도구를 만들고 싶거든요. (근데 그 책도 완성되있긴 합니다만...)

      OscarP_ 자유기술이란 단어는 제가 만든거에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는 '모닝 페이지'라고 하거든요. 그보다는 자유스럽게 글을 쓴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어서 이렇게 썼습니다. OscarP님께서 말하시는 바로 그것도 자유기술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걸 꾸준히 애착을 가지고 매일같이 정해진 분량을 쓰고 있는 중이구요.

      가끔영화_ 마음을 가다듬는 글을 쓰는건 정말 힘들죠. 가다듬지 않고 쓰는걸 반복하면 가다듬는 것의 훈련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신세타령 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게 괜찮다고 생각해요. 할 수 없으니까 전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거라서요..
      신세타령을 남이 듣는다면 남이 그것을 (좋은 친구?라면) 다시 돌려주겠죠.
    • 비슷하게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때가 있습니다. 일기처럼 매일매일 쓰기도 했었어요. 근데 그 글을 쓰는걸 개인 홈페이지에 했는데 다른 사람들 보라고 쓰는 글 처럼 되어서 관두게 됐어요. 요즘엔 가끔 생각을 정리하고 싶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저만 볼 수 있는 곳에 기록해둡니다. 다른 것보다도 한참 뒤에 그 글을 읽는 것이 좋더라구요. 예전 글을 보면서 댓글을 달기도 해요.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뭐 이런식으로요.
    • 새벽달_ 자유로운 글을 쓰려면 독자를 상정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노력을 해야하더군요. 자기 자신이라도 독자로 상정되기 시작하면, 그로써 검열이 시작되니까요. 맞을진 모르겠지만 관두실 때를 동감하겠어요. 그리고... 글로 쓰인것은 이미 자신에게서 벗어나버린 죽은 의미니까 살아있는 자신은 계속 그와 멀어지고 나중에는 다투게 될 수도 있겠죠. 어떤 책에서 글은 고집이 쎄다고 하더군요. 자기 주장을 안 바꾸니까요. 살아있는 우리들이 이해해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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