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처음 다녀와서 복잡한 감상.

애하고 함께 가는 묶음 여행이었고 서유럽 쪽이었습니다. 

오랜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도시들이었어요.  관광지를 도는 겉핥기 구경이기는 했으나 참 좋더군요.

다녀오고 한 열흘이 지난 지금,  거리와 가게와 특히 빵을 좋아하는지라 심지어 휴게소의 크라상까지 무척 생각납니다. 

돈 모아서 또 가고 싶죠. 

거기가 생각날수록, 아니 유럽은 왜 그렇게 잘 사는게야?  왜 그렇게 세련되고?  인종이 정말 차이를 만드는 건가?  이런 의문이 드네요.

산업화가 앞섰고 식민지 덕을 보아서 그런가.  그렇다면 다 깨지고 다시 일어섰다는 독일은?  뭐 이런 의문들을 풀어줄 책이 있을까요?

물질적 안정이 뒷받침 되어 그런 분위기가 가능하겠지만 그 문화의 우아함이 참 기죽게 하더군요.

다시 여행간다는 것도 그래요.  부잣집 친구 집에 놀러가겠다는 생각과 비슷하다는 복잡한 심리가 생기네요. 그래봤자 거기 구경하고 밥 먹고 올 걸 일도 없이 몇 백만원 쓰고 올거냐?  뭐 이런 생각... 

유럽 가기 전에는 듣기만 하고 책에서 읽기만 했던 인물들과 장소를 떠올리며 그 장소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장소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들 해 보셨나요?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어보세요.





      저는 유럽다녀와서 '아, 여기도 그저 사람사는 동네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ㅋ 패키지여행과 배낭여행의 차이일지도.. ⓑ
    •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인상기'
    • 글쎄요.....유럽문화가 그렇게 우아했던가...저 역시 그 동네도 사람사는 곳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2222





      뭐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보면 분명 부러워할 구석이 많기도 하지만 아닌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고 그럴 테죠 ⓑ
    • 음.. 유럽에 대한 환상이 많으신가봐요. 저는 다닐동안에 안 그랬는데 갔다오고 나서는 왠지 좀 걔네들은 왜 그렇게 거만한거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기서 꼭 그런 사람만 만난건 아니지만. 유럽인의 우월의식에 대한 피해의식같은게 좀 생긴거같아요.
    • 극동아시아도 제국주의에 의해 수탈당하기전까지는 그렇게 '우아한' 문화였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의 천박함은 해방이후 서구문명과 경쟁하기 위한 '빠른 산업화'의 부작용이니까요.
    • 거리를 보세요. 서울보다는 정리가 잘 돼 있죠. 어느나라의 전통문화가 뛰어나고 떨어지고를 떠나서 그거를 잘 보존하고 이어오고 관리하느냐의 차이라고 봐요. 그런 것 자체도 문화가 발전한거죠.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엄청 후진국이죠. 뭐 우리나라 건물이 타기 쉬운 목재건물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그런 걸 떠나서라도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콘크리트+플라스틱+단순무식 느낌이예요. 빨리빨리 문화는 산업을 발전시켰을지 몰라도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재껴놓았다고 봐요. (아 근데 서울도 패션 쪽으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환상이나 편견은 아닌 것 같아요. 걔네는 정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보존하고 유지하는 그런 게 분명 더 강해요.
    • 다시 갔다오기 전까진 치유되지 않는다는 유럽병에 걸리셨군요. 저도 사실 3년째 유럽병 앓이 중..
    • 그 수많은 전쟁을 겪었는데 그 정도 남아있다는게 신기하죠..
    • 사람사는 동네라는 건 생활에 들어가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대충 보든 속에 들어가 보든 그 동네가 내 동네는 아니라는 경계선을 실감하는 문제를 얘기한 거예요.
      리이스/ 알라딘에 품절이네요.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dlraud/ 거만한 느낌 저도 받았어요. 떼지어 몰려다니는 아시아 관광객이라 그랬는지.. 미국과는 또 좀 다른 것 같아요.
    • 2001년도에 갔고 2008년에 갔는데, 거만함 같은 느낌은 많이 없어졌던데요. 이젠 거의 다인종 문화가 잘 잡혀 있는 것 같았어요.
    • 관광도 아닌 생활로 몇 년을 살다왔는데도, 아직도 유럽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 지금의 현실을 시궁창으로 느끼는 1인, 여기요. 단 한 번의 인종차별도 당해보지 않았고, 치안의 문제에 치떨어보지 않았던, 처음 살아본 외국이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아있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그래서 돌아가기도 너무 두려운(돌아갈 수도 없겠지만), 1인입니다.
    • 저는 호주 사는데 여기 와있는 젊은 유럽애들(특히 G국!)에게도 거만하단 느낌을 종종 받아요. 다 그렇단 얘긴 아니지만.
      그게 거만한 건지, 수줍거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건진 잘 모르겠네요.
      동양사람들도 여러 인종이 섞여있으면 같은 동양사람에게 더 먼저 말을 걸고 더 편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남들이 보면 거만해 보이려나요.

      누가 서울을 겉핧기식으로 명동/종로/강남만 3일 다닌 주제에 '서구 도시의 안좋은 점만 모아놓은 버전' 같다는 말을 해서 짜증이 난 적은 있었습니다.
    • 저는 과학 박물관 몇군데를 돌아다니고 나니 이런 나라를 아둥바둥 따라가는 한국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이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던게 있는데 오늘 안에 따로 글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
    • 확실히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보다 여유가 있긴 하죠.

      근데 동양이 서양문화에 대해서 약간의 환상을 가지는 것처럼 서양인들도 동양문화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으니까..
      오히려 서양인들은 동양 문화가 우아하다고 생각할걸요.
      '세련되었다'는 느낌도,서양문화 기준에서 볼때의 품위있고 세련된 미덕이 문학이나 예술작품,혹은 대중문화를 통해서 줄곧 접해온거니 그 원류를 보고 우리나라보다 세련되었다고 느끼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고..

      내것이 아니라는 느낌은 그냥 관광만 하고 와서 그럴테고
      주위에 보면 심심하면 한번식 파리 갔다오는 아이들도 있던데 그런 아이들은 파리가 마음의 고향이겠죠ㅋ
    • 제 마음과 거의 똑같습니다.
    • 불별/ 저도 관광가면 과학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은 필수적으로 가보는데 자연과학 쪽에서는 우린 안될거야 아마 느낌이 강하게 밀려오죠ㅋ
      뭐 우리나라가 따라가는건 과학보다는 기술에 치중되어 있으니..
    • 그래서 옛날에 전두환 손주딸내미가 유럽의 루이비통 건물 사진 올려놓고
      우리나란 왜 이리 후지냐며 ㅋㅋㅋ
    • 잠깐 살다 온 저로서는, 빠리든 어디든 다 사람 사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겉으로만 스치면 예뻐보이죠. 여행지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거기서도 시위하고 경찰 뜨고
      동시대의 뭔가를 요구하고 싸워가며 사는 생활 터전이더군요. 뒷골목은 더럽고.
      물론 저한테는 도서관, 서점의 그 많은 책들과 미술관이 아름답고
      철학문제에 골몰하는 그들은 더 멋져보이긴 했지만, 우리라고 예전엔 안 그랬던 것도
      아니니 좀 멋진 친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걔네는 자기들 굉장히 멋진 줄 알거든요.ㅋ
    •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 산책" 권해드리고 싶네요. 우리나라 사람이 쓴 유럽에 관한 책은 "찬사" 위주인 경향이 많은데, 이 책은 서구인(!)이 쓴 것이라 찬사보다는 투정에 가까워요. 그럼에도 꽤 날카롭고 재미있어요.
    • 어렸을때 잡지에선가, 데이빗 보위가 "유럽은 너무 늙었다.할머니를 방문하는 기분이다!"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이 아저씨 배가 부르군 했는데...한국이라면 노인 폄하 발언으로 몇달은 다구리 당했을 듯.^^
    • 음..다른데는 모르겠고 프랑스에서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한번가도 '얘들은 무슨 주문하고 계산하는데 허송세월 다 보내는거야? 답답해 미치겠네-_-'했던 기억은 있어요.
      주문하는데 웨이터와 눈이 마주치길 15분, 음식 나오는데 30분, 다시 조신히 웨이터님과 눈이 마주쳐서 계산해야하는데 20분.
      그런 면에서는 엑티브(?)한 한국이 좋아요.
      그네들 문화라지만 현지 가서 사는 친구도 서비스정신 없는 그네들 대접에 마음 상할 때가 많다하네요.
    • 장단점도 보였고, 화려해 보이는 문화유산 같은 것은 사실 부럽지 않은데, 삶의 여유나 국가의 복지정책 등 사람을 우선시 하는 면모는 부럽더군요.
    • 화려해 보이는 문화유산 같은 것은 사실 부럽지 않은데, 삶의 여유나 국가의 복지정책 등 사람을 우선시 하는 면모는 부럽더군요. 222
    • 마르타 / 정말 15분씩 기다려서 주문을 하셔야 했다면 그 식당이 불친절하거나 혹은 자리를 잡기 전에 서버와 인사하고 안내를 받지 않아서 두가지 케이스 같습니다.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건 보통이 아니에요.
    • 화려해 보이는 문화유산 같은 것은 사실 부럽지 않은데, 삶의 여유나 국가의 복지정책 등 사람을 우선시 하는 면모는 부럽더군요.3

      전에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 이와 비슷한 얘길 했던게 기억나네요. '왜 이렇게 유럽은 풍요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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