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에 <무자식 상팔자>가 끝나는군요.

JTBC는 엄청 서운하겠어요. 이런 빅 히트작을 떠나보내야 하다니...

 

각설하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2000년대 들어 서서히 가장의 권력이 약해졌던 김수현 가족드라마에 비해 

90년대 <사랑이 뭐길래>나 <목욕탕집 남자들>처럼 가부장의 권력이 다시 커졌다는 것이죠.

덕택에 위계질서에서 오는 긴장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종종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집 식구들은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경청하는 게 아니라 듣기 싫어하며 할머니는 배냇병으로 치부하고

작은아들은 "독재는 국민이 만드는 거야. 아버진 독재자"라고 일갈한다는 점이죠.

그런 점에서 KBS 주말극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KBS 주말극이었다면 온 가족이 할아버지 말씀을 경청하는 광경이 연출되었을 테니.

(KBS 주말극에서 불가능했을 듯한 찐~한 성적 묘사도 좋았고요. <엄마가 뿔났다> 때 신은경과 류진이 소파에서 키스했다고 난리쳤던 것 생각하니.. ㄷㄷㄷ)

 

아쉬운 것 두 가지. 이 드라마는 연장을 해도 10회나 하지 말고 2~4회 분량만 연장했으면 더 좋았을 듯 싶습니다.

50부작에서 10회 늘리는 것과 30부작에서 10회 늘리는 건 차이가 있더군요. 이번 드라마는 김수현 작가도 엄청 빠르게 진도를 나갔는데

예를 들어 50부작 예정이었던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송창의가 부모에게 커밍아웃한 것은 20회쯤이었고 집안의 연장자인 할머니(김용림)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끝날 무렵이었는데

30부작 예정 <무자식 상팔자>에선 엄지원이 미혼모 된 것을 단 2회만에 부모가 알았고 15회쯤 할아버지-할머니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개가 빠른 작가들 대다수가 심리묘사나 개연성, 디테일은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진행하는 것에 비해 이 드라마는 챙길 건 다 챙기면서 갔지만

드라마를 정리하는 느낌이었는데 연장되면서 유동근이 술 마시면 욕한다든지, 윤다훈이 다른 여자에게 흔들렸다는 등의 군더더기가 붙었죠.

할아버지의 의처증과 폭군 증세는 할머니의 반란으로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지만.

 

그리고 성기(하석진)가 결혼을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부모의 "결혼은 삶 자체"라는 답변은 나이브했습니다. 좀더 그럴싸한 답변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하다 못해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긴다든지, 여러 여자와 의미 없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보다 한 여자와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낫다든지,

절세 혜택이 있다든지(;;) 등으로 설득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천일의 약속> 때 다소 무뎌진 듯한 김수현의 날카로움과 예민함, 독기가 되살아난 작품이라서 전 매우 만족했습니다.

 

p.s. 김수현 작가 올해로 드라마 작가 46년째네요. 4년 뒤면 50년, 반백년입니다. ㄷㄷㄷ

    • 엄마한테 왕만두 하나 던져주고 지 일하러 나가는 소영이 모습에 빡친건 저 뿐인가요.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요.

      무자식 상팔자가 끝나면 아주 그것도 아주아주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세계의 끝>, <궁중잔혹사>로 JTBC가 다시 한번 주말 드라마 라인업을 대기하고 있으니 기대됩니다.
      • <세계의 끝>은 주중 미니시리즈로 방송하는 게 더 나을 텐데 왜 주말드라마로 방송하는지 모르겠어요.
    • JTBC뿐 아니라 저희 어머니도 엄청 슬퍼하실듯요.
      서영이 끝나고 그나마 무자식상팔자보는 재미로 주말을 기다리셨는데.. 이거까지 끝나나요 ㅠ
    • 저도 이제 주말에 볼 건 '아빠어디가' 뿐이군요. 슬퍼요. 한두회 빼먹긴 했지만 이렇게 꾸준히 본 드라마는 오랜만이네요.
    •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순재가 보험금을 타내면서 PPL의 끝을 보여주면 좋겠다...생각하고 있는데 아무튼 이번 드라마에서 PPL을 작가가 내내 묵인했다는 게 신기했어요.
    • 저는 내용면에서는 늘어지는거나 위화감 못 느꼈는데, 다음회 예고편 길게 뽑는거나, 시작할때 전편 내용 5분 겹치게 하는거 보고 진짜 억지로 늘이는구나 싶었네요. 9부 연장하고 다시 1부 더 연장했는데, 정작 방영시간은 짧아지기도 했고..
    • 아 서운해요. 벌써 끝나네요. 정말 지적하신대로 케이본부 였으면 더 보수적이고 더 지루한 전개...
      근데 차라리 삶자체다..라는 말이 낫지, 안정감 등등 현실적인 이유도 별로네요. 살아보면 안정감보다는 갈등해결이 더 큰 문제..차라리 결혼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하면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도가 불합리한 곳에서 태어났다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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