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건지 모르겠네요.


듀게에 자주 오는 모님이 있습니다.(이하 p)



저로 인해 듀게를 알게 되었고, 활발히 활동하시더군요.

(그분은 제 아이디를 모릅니다)



p님은 우울증세가 있습니다.

저는 일때문에 p님을 거의 매일 봤구요.



일단 시간에 따라 일련의 사건을 기술하겠습니다.


약 2주전, p님의 자해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막았구요. p는 지인 혹은 경찰이나 병원 어느 곳에도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했어요.

저는 일단 안심을 시키면서 휴대폰의 번호를 몰래 보고 가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생략....)


외래진료를 몇차례 다니면서 나아지나 싶었는데, p에게 카톡으로 연락이 왔더군요.

약을 한꺼번에 삼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바로 가족에게 연락해서 집으로 가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입원상태입니다.


아까 병원 안의 공중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가족을 설득시켜서 나가게 해달라고, 울먹이면서 말하더군요.

왜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 이곳에 있어야하냐고.

이제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다고.


저는 가족이나 지인이나 의사분이나 저나 모두 p님의 편이라고, 현재의 마음상태에서 p님의 바램대로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나아진 상태로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니 또 마음이 착잡하네요.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 폐쇄병동에 있어야하는 그 마음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단지 또 다시 자해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혹은 죽음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이 버거워서

가족으로 하여금 가장 편한 선택인 격리(입원)를 하게 유도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2~3주간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가족에게 연락하면서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으려했던 제 선택이 나은 선택이었는지 자문하고 있습니다.


    • 비슷한 증세를 가진 친구가 있기에 그 마음 약간은 압니다. 잘 선택하고 행동하셨으니 너무 심려치 마셨으면 해요.
      • 네. 제 판단에 후회를 느끼지는 않아요. 가족이나 기관에 맡기니 모든 것이 간단해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찝찝함은 조금 있네요.
    • 잘 하신 거예요.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았고, 그에 대해 되짚어 자문하시지만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자책에 괴로워하고 계셨을지도 모릅니다.
      잠시 그 분 생각은 접어두시고 글쓴분 고생하신 걸 스스로 인정해주세요. 어떤 류의 죄책감도, 본인이 힘들어질 만큼은 갖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 네 감사합니다. 지금 절 원망하는 p님의 상태에 죄책감을 갖지는 않아요. 그런데 기분이 개운치도 않네요. 흠..
    •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왜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의 죽음을 막아야하는건지.
      죽고싶다는데 죽을 권리도 없나요? 왜 꼭 살아라고 하는거죠?
      그 사람이 죽는게 더 나아서 그렇게 선택하겠다는데 주위에서 왜 관여하는지 모르겠어요.
      죽는게 그렇게 터부시되어야 하고 무조건 악, 나쁜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윤리잖아요.
      그사람은 죽음으로서 불행에서 벗어나겠다는데 왜 꾸역꾸역 불행으로 다시 몰아넣으려고 하죠? 되게 이기적인거 같아요.
      • 제가 찝찝하게 느낀 부분이기도 한데요. 자살을 택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발생하게 되는 비용이 있으니,
        그 또한 이기적인 선택이기도 해요.

        완벽한 죽음(사라짐)은 힘들죠.
    • 제 생각엔 삶의 기회를 다시 한번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신 듯합니다. 찝찝하게 느끼시는 그 부분은 그것까지 감수하시는 님 스스로의 성찰이구요. 만약에 그 기회조차 그 분이 차버린다면 어쩔 수 없겠죠. 무엇보다 이런 논리적 사고 이전에 일어난 일에 인간적으로 먼저 반응하신 님의 용기에 박수를 쳐 드리고 싶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부디 시간이 지나서 '그 때 막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오게 되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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