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특별전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재개봉하네요

강우석 특별전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재개봉하네요. 강우석이 직접 선별한 10편의 강우석 연출작이 전설의 주먹

개봉 기념으로 특별전으로 하여 압구정CGV에서 하는데 달랑 6일 밖에 안 합니다. 상영작이 많으니까 한 2~3주 하고 편당 2~3번은 틀어줬으면

좋겠는데 많아야 두번 상영이에요. 특별전 선별 10편의 강우석 연출작 중 유일하게 땡기는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인데

도무지 볼 수가 없군요. 평일 낮에 하면 이걸 어떻게 보라는건지. 그것도 딱 한번 해줍니다. 휴가내서 볼 수는 없고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다시 봤습니다. 전 이 영화 비디오테이프로 가지고 있거든요. 예전에 노점에서 500원 주고 샀었죠.

 

다시 봐도 참 찡하고 재밌고 잘 만들었네요. 80년대 고등학생들 얘기인데 입시스트레스 받는건 24년 지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 합니다.

사족이 많은 작품이긴 해도 이미연 부분은 잘 만들었어요. 다른 애들 부분, 전교 꼴찌로 나오는 영화광 천재나 미모의 학교 간호선생으로 나오는

최수지 등의 에피소드는 안 집어넣어도 됐을 부분. 극의 양념 구실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암튼 이 영화와 이 영화를 소설로 만든 영상 소설이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죠. 청소년 영상 소설 붐의 시발점이었을거에요.

아동, 청소년 작가인 임정진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기초해서 쓴 소설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30만부 이상이 팔렸고

이에 따라 비슷비슷한 제목의 청소년 소설/영상 소설이 엄청나게 많이 발간됐습니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더 재미있었어요. 내용도 더 탄탄했고. 작가가 살을 많이 붙였는데 책으로만 보면 책이 원작이고

영화는 원작 각색해서 만든것같죠. 후반부에 은주가 32등 한것에 주눅들고 집에 들어가기 겁나서 방황하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데

그때의 심리묘사는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나요. 자신이 누른 자기의 집 초인종 소리에 놀라서 도망치려는 행동이나 들어오자마자 흘겨보며 공부하라고

차갑게 한 마디 내뱉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어머니가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고 오줌을 지리는 장면 등 처참한 상황을

처절하게 묘사했습니다.   

 

후반부 은주가 자살하는 부분이나 그 전과정도 소설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심리를 잡아냈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에선 은주가 전교 17등 하고 비관자살하는데 영화에선 32등으로 나오죠. 영화에서 은주가 벽보에 붙은 전교생 성적순을 봤을 때의 경악스러운 감정을

음악과 슬로우모션 화면으로 인상깊게 처리했는데 다시 봐도 이 장면은 명장면. 음악은 좀 깨긴 하지만 이미연의 표정과 더불어 그 공포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강우석의 두번째 연출작이고 투자 유치가 안 돼 영화 기획이 미뤄지다 만들어진 작품인데 시나리오를 쓴 김성홍은 이 작품을 8일 만에 완성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이미연이 출연한걸 보고 마음에 들어 이춘연과 강우석이 kbs방송국에 찾아가 직접 섭외를 했죠.

당시 이미연은 떠오르는 하이틴 스타였고 이 작품에 출연한 청소년 연기자들 중 유일한 인기 배우였습니다. 남주로는 원래 김민종이 내정됐는데

촬영 하루 전 갑자기 허석으로 바뀌는 바람에 열받은 김민종은 이틀동안 잠적했다가 나타나서 아무 배역이나 달라고 강우석 감독에게 말했고

그렇게 해서 복서 지망생인 봉구를 연기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여 이덕화와의 명장면 하나가 탄생했죠.

영화 보면 김민종이 왜 그렇게 그 전에 오디션에 낙방했는지, 그리고 갑자기 하루 전에 배역에서 탈락했는지 짐작이 갈 만큼 발연기를 보여줍니다.

 

청소년 연기자들이 인지도가 떨어지니 그걸 특별출연식으로 섭외한 선생님 역의 성인연기자들로 불안감을 해소하려 했죠.

그렇게 하여 이덕화,최수지,최주봉 등의 성인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최수지는 강우석 데뷔작에 출연했고 이덕화는 강우석의 다음 연출작에 출연이 내정되어 있었습니다.

허석이었던 시절의 김보성은 이 영화 이후 강우석의 두번째 청소년 영화였던 열아홉 절망끝에 불는 하나의 사랑 노래에서 최진영,강수지와 함께 출연했고

이후 투캅스 시리즈까지 출연하며 청소년 연기자 이미지를 탈피했죠.

 

강우석이 이후 연출을 맡았던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에서 이 영화가 영화 속 영화관 상영작으로 쓰이는데 영화 보면서 은주의 죽음에 최진영이 울고짜자

옆에 주인공 여자애가 겨우 32등했다고 죽은 애가 나오는 애가 뭐가 불쌍하냐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강우석 스스로가 자신의 연출작을

풍자한게 웃겼어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주제가를 부른게 김창완인데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는 김창완이 겪은 실화이고 이걸 강우석이 연출하고 문성근이

김창완 역을 맡았는데 김창완은 문성근 주연의 경마장 가는 길의 나레이션도 맡고...

 

그 당시 실제로 어떤 여학생이 성적 때문에 비관하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란 글의 유설 남겼고 이걸 기반으로 하여 수백명의 청소년들을 취재하여

만든 시나리오라서 꽤 사실감이 있습니다. 교무실 학부모 회의 장면이나 시험 보는 장면,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압박감 등.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코끝이 찡해지더군요. 급우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은주지만 전교생들은 어떤 동질감에 학교 운동장을 돌고 있는 영구차를 외면하지 못하죠.  

 

 

    • 영화관에서 입석으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어제 라디오 스타에서 망가진(?) 허석=김보성을 보니 옛생각 나더라구요.
      그땐 정말 하이틴 스타급으로 멋졌었는데. 하지만 망가진 김보성도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네요. ㅎㅎ
    • 원작 소설 학생 때 돌려보고 우는 애들이 속출했던게 기억나네요.
      [그래 가끔식 하늘을 보자], [잊잖아요 비밀이 예요] 같은 다른 임정진 작가 소설도 참 좋아했어요.
      이 후로 나온 다른 작가분들 하이틴 소설은 그만 못했지만.
    • 지금은 사라진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했었죠. 은주가 죽었을 때 말 그대로 대성통곡을 하던 옆자리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 당시에도, 흥행하려고 노골적으로 촌스럽게 만들었구나 생각했었는데 지금보면 어떨지.
      한때 우후죽순처럼 나오던 당시 틴 영화중에선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가 제일 좋았고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더군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5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9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7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