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표현이 지목하는 현상의 광범위함과 문제점은 분명하지만,

명명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2차 가해"가 문제 삼는 행위 또는 현상이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거나 실제 당한 사람에게 행해지는 폭력이라고 이해합니다.

이러한 폭력이 성립하는 데에 주장한 내용의 사실 여부, 특히 어떤 "1차 가해"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2차 가해"란 개념은 1차 가해를 전제하니,

1차 가해 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았거나 증명이 어려운 경우에는

(1) "2차 가해" 또한 성립할 수 없다는 명목으로 분명하고 실재하는 폭력을 부정하거나

(2) 1차 가해가 증명되지 않은 사람을 "1차 가해자"로 분류하게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성립되는군요.


용어 저변의 현상이 분명하니 알아서 알아듣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성폭력 담론 수준을 생각하면 좀 더 정확한 용어를 개발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 고은태씨 스스로가 잘못은 시인할 정도인데 뭐가 '중요하지 않'으며 뭐가 '판가름 나지 않'고 뭐가 '증명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할까요?
      • 고은태 씨 사건이 그런 경우라 주장하는 글이 아닙니다.
    • 지적하신 용어상의 애매함은 있다고 보지만 2차 가해 개념이 성폭력을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로 보고, 성폭력이 가시화되었을 때 제3의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남성 중심적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기 위해 생겨난 것임을 생각하면 그렇게 부적절한 것 같지만은 않네요. 시간 상의 문제도 있지만, 성폭력 사건의 가시화-진짜든 아니든--> 사회의 마초적 인식의 폭발로 인한 또 다른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흐름이 있으니 2차라는 표현도 괜찮지 않을까요?
      • 말씀하신 제3자의 역할에 대해 공감합니다. 또 시간적 순차가 대체로 말씀하신 것과 같음에도 동의합니다. "1, 2차"가 "폭력"을 수식하기 때문에 혼란이나 불필요한 개념적 제한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합니다. 성폭력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폭력은 그냥 또 다른 "1차 가해"라고 이해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 2차가해란 말때문에 1차가해의 진위여부에 물타기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만큼이나, 그 문제제기가 하필 이 타이밍에서 나옴으로써 저들의 1,2차가해의 진위여부에 물타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적이군요.
      • 뒤 페이지에서 보시듯 어제부터 성폭력 전반과 관련 용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압니다. "저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분명치 않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 게시판에서는 고종석의 트윗처럼 관련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와 함께 최근 불거진 연예인 사건처럼 그렇지 않은 사례가 논의되었는데, 전자에 대한 "물타기"를 염려하신다면, 이 글은 현상이나 행위의 정당성을 달리 규정하자는 게 아니라 용어의 적절성을 논하는 글이기 때문에 딱히 관련이 없을 듯합니다.
    • 법과 그 용어정의에 대하여 무지하지만 사건의 연속성을 기준으로 보면 규정가능한 용어 아닐런지요. 진행중인 사건에서 피해자/피의자로 구분하고 동일사건에서 파생된 또다른 가해와 동일피해자가 존재한다면, 피의자가 동일한가 후속가해가 사실인가와 상관없이 1차, 2차로 구분짓는 용어 자체에눈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동일피해자도 피해자,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로 확대해도 괜찮을거 같구요.
      • 말씀하신 내용 가운데도 비슷한 용어가 있는 듯합니다. "후속 가해"란 앞선 가해가 있었음을 전제합니다. "2차 가해"란 말이 지칭하는 폭력은 설령 앞선 가해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대충 뜻이 통하면 된다고 하기에는, "2차 가해"란 말이 "1차 가해"를 의심 받는 사람에게 폭력적일 수도 있고, 1차 가해가 불분명할 때는 그와 별개인 사회적 폭력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위험을 고려한다면, 굳이 "2차 가해"란 용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 쉽게 설명하면 1차는 피해자 - 가해자 간의 사건 당시, 2차는 사건이후 피해자 - 가해자 간, 피해자 - 주변인,ㅅ사회전반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규정하는 건데요. 즉 1차와 2차의 관계는 순차적인 문제라기 보다 범위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근데 이 부분이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즉 해당사건이 성폭력이라고 결론나지 않더라도 2차가해는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근데 이 단어를 배경없이 그냥 접하게 될 경우 이를 순차적인 문제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긴 합니다. 좀더 오해와 혼란을 낳지 않는 방향으로 새 용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네요.
      • "2차"는 ("1차"로 규정된 것에 비해 더) 순차적으로 뒤의, 광범위한, 어떤 비순차적인 서열에서 하위의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이 개념은 이렇게 쓰인다"는 꽤 복잡한 부연 설명이 일상적이고 그 설명을 숙지하는 게 담론 참가자들의 책임이겠지만, 정책 용어는 되도록 직관적으로 명쾌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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