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여성의 곤경은 여성의 시련이 아니라 그녀를 구하기위한 남성의 시련이라는 멘트가 인상적이네요.
동영상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확실히 대중매체에 여자가 수동적이다 못해 어떤 '보상'으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고, 게임에서도 이런 구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게임이 더 심한가 생각해보니, 게임이라는 특성상 스토리가 주로 싸우는 과정이라는 점, 만드는 이와 주 이용자가 남자라는 점, 플롯을 복잡하게 가져가기 어렵거나 주이용자였던 '어린' 남자 수준에 가볍게 맞춰져 있던 점 등이 작용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실제 저런 과정이 성역활 고정관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 언뜻 당연히 그럴 것 같은데, 이런 주장은 게임 스토리가 대부분 물리력을 통한 사적 복수를 정당화하는 것들이니 게임을 많이 한 어린이들이 사적 복수를 하려고 들 거란 식의 주장과 비슷한 정도의 설득력만 가진 걸까요. (물론 실제 세계에 게임이 영향력이 설사 zero라 하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남자/여자 이용자들 입장에서 저런 식의 스테레오 타입이 반복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고 반성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요즘 게임은 '여전사' 주인공도 많이 늘어났고, 남자가 주인공인 '모험'물도 플롯도 저런 식으로 단순무식하지 않다는 제 인상이 있는데, 실제 전체적인 모습이 나아진 건지는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게임 진행상'이코'같은 경우 곤경에 처한 처녀라는 클리셰가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됐으면서도 (이 게임에서는 여자가 잡혀간다는 게 단순히 설정이 아니라 게임성의 핵심적인 요소거든요) 보다 복잡하게 진화된 이야기라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음 편에 다룰려나요?
뭐 저건 굉장히 자주 지적되는 얘기긴 한데.. 기본적으로 게임이 10~20대 남성이 즐기는 하위문화로서 복잡하고 섬세한 플롯이 필요하지 않고 그냥 폭력과 모험에 자기동일시할 적당한 명분만 제공해주면 되었던 장르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만화를 보면 딱 그런데 만화에 또 세부장르들이 많이 있지만 10대~20대 남자애들이 시간때우기로 깔깔거리면서 보기 적합한 학교폭력물이나 조폭물에는 저런 곤경에 빠진 처녀 클리셰가 자주 등장하죠. 순정만화는 수요층이 다르니까 재벌아들이 평범녀에 껌벅 죽는 클리셰가 지겹게 반복되고
보다 넓은 수요층을 겨냥하는 게임은 내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이를테면 워크래프트에서는 여사제장 티란데가 에메랄드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연인 말퓨리온과 남성 드루이드들을 깨우러 모험을 하고 와우 퀘스트에서의 구출퀘스트는 대상이 남자인 경우가 매우 많죠. 여자이고 그것도 '공주' 라는 이름이 붙은 NPC가 등장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곤경처녀 클리셰의 패러디 (시작부터 나오는 '공주' 멧돼지를 비롯하여..)
하튼 7~80년대 게임제작자들이 저런 클리셰가 정치적으로 문제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구 써댔을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성차별적 세계관을 강화하는 어떤 핵심적 역할을 했느냐면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게임, 만화의 플롯들이 거의 다 10대~20대 남자애들이 다 때려부수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을 얄팍하게 합리화하는 정도 이상은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거고.. 예컨대 주된 악당을 찾아보면 거의 중년의 탐욕스런 남자일 거고 이와 얽힌 많은 클리셰들을 거듭 확인할 수 있을텐데 이것에서 세대간 갈등이나 기성세대의 벽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게 어느 정도의 의미는 있겠지만 심각하게 흥미롭진 않을 겁니다. 당시 중년 남자들은 그런 게임의 소비계층이 아니었다는 걸 고려하지 않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