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1(영화)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보여주는데 과거의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이야기가 축을 이룹니다. 승민의 친구 납득이도 그 시절에 출연한 것이고. 잘 진행되는가 싶던 첫사랑의 설레임이 한 순간에 파탄이 나고 마는데 여기에 미스테리가 있습니다. 승민이 조금 찌질하고 열등감이 많은 성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결정적인 하자가 있습니다. 그는 남성(男性)이란 말입니다. 남자가 남자다움이 없으면 연애란 애초에 성립되지가 않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비열한 정욕에 희생당하려 하는데 그는 왜 꼼짝도 못했을까요? 그리고 그 이후, 직간접적으로 충분히 상대방의 순결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왜 그렇게 반응 하며 첫사랑의 감성을 산산조각 내버렸을까요.

 

이것은 좀 괴이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무수한 사랑의 실패담을 봤지만 이런 식으로 여자와 파또난 사건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약간의 오해는 연애담을 풍성하게 하는 양념이요, 정말 좋아한다면 어떤 수를 썼어야 하는데 끝이 그렇고 보니 승민이 서연을 좋아는 한건지, 그냥 마음으로 감정의 자위를 한건지 모르겠네요. 정말 미스테리하다니까.

 

서연과 승민이 그 때 안 이루어진 것이 잘 된 일입니다. 둘이 연인이 되었어도 승민의 찌질함을 서연이 견뎌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승민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절 그 당시 순진한 젊은이의 행동을 뭔들 이해 못하겠습니까.

 

* 15년이 흐른 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좀 달라야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삼십대가 된 두 사람. 이번에는 서연이 승민을 찾아가서 연애의 불씨를 당깁니다. 건축설계를 맡기고 자주 만나면서 산보하고, 대화하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없던 정도 생길 판인데 원래 정이 많이 남은 두 사람에게 뭔 일이 안 생기면 이상하겠습니다. 또한 둘 다 법적으로 싱글입니다.(이혼녀와 약혼남이라는 딱지가 있지만) 예전에 좋아했던 사이인데다 흐지부지 끝난 과거의 기억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는 공통점도 있고. 또 승민은 상당히 근사해졌고,좋은 직업에 늘씬한 약혼녀까지. 이제 예전 찌질했던 승민이 아닙니다.

 서연도 영화배우처럼 예쁩니다. 콧날도 오똑하고 눈은 또 얼마나 예쁜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합니다. 분위기 좋습니다.장소는 허니문으로 유명한 제주도 바닷가. 점점 농밀해지는 분위기에 가벼운 말다툼을 한 후 밤 늦게 바닷가에서 쏘주에다 회를 먹고 신세한탄을 하는 여인. 술취한 여인. 부축하는 남자. 그날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서연이 의도적으로 승민에게 접근한 것입니다. 과거의 서연은 순진하여 승민의 지랄발광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된 서연은  침착하게 승민과의 애정을 구체화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 해보자는 것입니다.

둘의 화학적 반응은 보는 사람들도 촉촉해질 정도로 깊어지는데 끝에가서 둘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헤어집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승민의 반응은 이번에도 미스테리입니다.

 

 

* 승민이 미국에 갈까 망설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국에 가서 뭘하려는지 불분명합니다. 공부인지 취직인지 이민을 가는건지.결혼을 하고 가는건지 거기가서 하려 하는지.갔다가 다시 오는건지 모든 것이 애매합니다. 그리고 결혼하려는 약혼녀의 분위기가 좀 거시기합니다. 승민과 약간 안 맞는거 같습니다. 홀시어머니하고는 영 안맞을 거 같고. 두 사람이 잘 안어울립니다. 반면 승민과 서연은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그렇지요.

한편 서연은 늙고 죽어가는 아버지와 새 집에서 단 둘이 살면 굉장히 힘들 거 같습니다.새로지은 집에 하자가 생긴다면 여자혼자 수리도 힘들고(비라도 샌다면, 태풍이라도 불면)아버지는 아프고, 집은 좋은데 너무 외진 곳이라 밤에 귀신도 나올 거 같고, 외롭고...

이 상황에서 둘이 결합하는 것과 헤어지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세요?

 

* 나는 이 영화의 결말이  애석합니다. 우선 나는 승민과 약혼녀의 결혼에 반대입니다. 승민은 한국에 남아서 홀어머니와 가까이 살고, 사랑하는 서연과 살림을 차리는 것이 맞습니다. 서연과 승민은 잘 어울립니다. 서연은 효녀이며 성격이 담백하고 승민을 잘 내조할 거 같습니다. 승민은 어벙벙하지만 서연을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사이에 흐르는 친근함은 부부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이것을 궁합이 맞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난관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승민이 현재의 약혼녀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돌이켜 판단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좋지 않겠습니까. 약혼녀 아가씨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녀는 그런 역할인듯 합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승민은 약혼녀에게 다른 여인에게 마음이 있다고 고백을 했어야하고 약혼녀는 승민을 마구 패겠지만 눈물을 흘리며 그럴줄 알았다고 말하며 그를 보내주었어야 했고 승민은 인천에서 미국행이 아닌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음악을 듣고 있던 서연의 옆에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들었어야 합니다.

이랬으면 여운이 남지않고 덜 찝찝했을 텐데.  시간이 5년정도 흐른 후의 건축학 개론2를 기대합니다.

    • 그러고보면 과거의 승민의 행동은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과 닮았어요.

      (광식의 마무리가 훨씬 철들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남자라고 별거 있나요,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확신이 없으면 머뭇거리게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둘이 안 이루어지고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약혼자가 버림받는 영화나 드라마는 지겹거든요.
    • 승민의 입장에선 서연이 강남선배를 좋아하고 그래서 동의한거라고 봤으니까요.
      강남선배에 대한 열등감도 크게 작용했고요.
    • 생각하신 결론이었다면 500만까지 안 갔겠죠. 흔한 드라마 결말인데 굳이 극장까지 안 갔을 거 같아요.
    • 서연이는 홀로되신아버지와 제주도에 살고싶어하고 승민이 어머님은 서울에 사시고...

      둘은 어디에 살아야할까요?

      차라리 미국에 가서 사는 아들을 보지 장인어른모시고 제주도 사는 아들 못 볼 어르신들 많습니다. 게다가 이혼녀? 이~혼녀??!! 아니 저 반조롬한얼굴로 우리 승민이를 꼬여내~

      이제 이 스토리는 건축학개론이 아니라 사랑과전쟁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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