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산업을 industry라고 쓰는 이유

졸업반이라서 학교 취업 게시판에 종종 들어가는데

"finance industry에서 job opportunity를 얻기 위해서는 risk와 return에 대해서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쓰인 글들이 종종 눈에 띄더군요. 

이러한 글에는 글 내용 이외에 글쓴이의 영어 사용 때문에 비난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요,

주로 "사대주의자냐?", "국영문혼용체로 상놈들 기죽이는거냐?"

라는 식이더군요. ㅎㅎ


저런 식의 글 쓰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러한 글의 필자가 사대주의자이거나 

본인을 더 괜찮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런 글쓰기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스스로를 사대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냐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것이 스마트폰을 똑똑전화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국립국어원과 

일반인의 정서 사이의 대립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일반적으로 똑똑전화라고 쓰는 것이 스마트폰이라고 쓰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똑똑전화라는 말이 포함하는 범위가 

스마트폰이라는 말의 범위보다 좁다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를 하게 되죠. 


산업이라고 쓰지 않고 industry라고 쓰는 사람이 

자기의 글쓰기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industry는 어차피 수입을 해온 말이기 때문에 

산업이라고 바꿔서 쓰는 것이 어색할 뿐만 아니라 

산업이라는 말의 외연이 industry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수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finance를 major로 choice한 사람이 갈만한 industry를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게 제 결론입니다 ㅎㅎ


저는 사람의 말하기 방식은 거의 그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러한 말하기나 글쓰기 방식에 특별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그 사람이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갈등인 것 같아서 끄적여봤습니다.  

    • 근데 저렇게 영문자로 써놓으면 읽을 때 짜증 나긴 합니다. 두가지 언어다보니 머릿속에서 턱턱 걸리는 느낌?
    • 이것도 케바케지만, 부족한 한국어 능력과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점이 결합돼서 그러는 거 아닌가 추측해요.
    • 그냥 저건 '난 영어도 한국어도 못해.. 뿌슝' 이라고 광고하는 것 같네요.
    • 전공분야에 한해서 원단어를 사용하는게 의미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돼요.
      근데 국립국어원은 왜 순우리말화 안하는지 늘 궁금하더군요.
      • 나라세움우리말당 ..? '원' 이 순 우리말로 뭔지 모르겠네요.
    • 저런건 그냥 어휘력이 딸리는거죠.
    • 똑똑전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고민하지 않고 번역만 한 단어 그 자체네요.
    • 産業이라는 한자어나 industry라는 영문이나, 거기서 거기인 외래어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산업이라고 한글로 적은 거랑, 인더스트리라고 한글로 적은 거랑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싶어요.
    • 맞아요 어휘력이 부족한거에요 제가 그러거든요. 직업적인 대화를 하면 우리말이 생각이 잘 안날 때가 많아요.
    • 저도 우리말로 뉘앙스를 다 살리지 못하는 말은 (듣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을 고려해서) 외국어 그대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들어주신 예는 썩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산업하고 industry가 외연이 차이난다고 하면 그건 우리말 and/ or 영어 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은데요. 제가 이해하기엔 별로 다른 말이 아닌데요. 대단히 어렵지도 않고 우리말로도 표현 가능한 단어를 굳이 영어로 쓰는 걸 보면 글쓰는 사람이 좀 게으르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러는 저도 블로그에 글 쓸 땐 게으른 짓을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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