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북엔드 & 시집들

 

모 온라인 서점 한정상품인 '파이프를 문 셜록 북엔드'

 

3,500원에 판매도 하고, 책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선물로 주기도 하네요.

작고, 야무지고, 무엇보다 마감 처리가 좋아요. (Made in Korea)

 

 

 

 

 

 

셜록 실루엣이 시원하게 뚫려있어서 단색 표지를 가진 책과 잘 어울려요. 예컨대 문학동네 시인선.

 

 

 

 

 

 

작년 말~ 올해까지 구입한 시집 중 일부.

 

다 읽은 시집들은 대기실 책장으로 이미 발령났고, 제 방에 있는 이 책들은 아직 못 읽었거나 특별히 더 아끼는 책이거나-

 

요즘은 젊은 시인, 특히 그들의 데뷔 시집을 편애합니다.

낯선, 호기로운, 빛나는, 위태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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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길었고 우리는 걸었지

 

                                                                                         

 

더이상 수선을 할 수 없을 만큼 낡아버린 코트가 내겐 한 벌 있지

짙은 녹색이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산책을 나가야지

오늘은 긴 잠을 잤어

오래 뒤척이지 않고 멈추지 않는 꿈을 꾸면서

등이 아프고 피곤해

영화를 보고 싶어

상암으로 가서 <몽상가들>을 보던 날을 떠올려

S양의 울음을 보았던가

바람이 많이 불어왔지

그날도 코트를 입었어

낡아버린 코트

 

모든 게 끝이 있지

응 모든 게 끝이 있지

스무 살처럼 푸른 나이도 푸른 관념도 푸른 희망도

응 모두가 희미해지지

붉은 고통도 선명한 사랑도

학교 안 커피집에는 에스프레소 새 컵이 나왔어

 

조그만 에스프레소 컵을 나는 좋아하지

흑빛도 쓴맛도 저 눈 감은 사람도

캠퍼스의 밤은 아름답지

나는 여름을 기다려

환상의 섬에 갈 거야

해변이 아담하고 인적이 드물다는

마을에서는 대마를 기르고 해 지는 바다에 떠 있다는

 

버스에서는 잠이 들어

나는 그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해

기대어 잠드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고도 생각해

쓸데없이 우는 것이 미안하다고도 생각해

동물원에는 가지 못했어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도 못 봤어

오늘은 긴 잠을 잤거든

 

 

 

                        김이강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中

    •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씨에 읽기 좋은 시네요. 처음 보는 시인의 작품인데 덕분에 잘 읽었어요.
    • 역시 청춘의 생각은 좋아요.
      5권 이상 사야 그냥 줄듯
    • 언어 감각이 뛰어난 이의 싸이 허세글 같아서 좋네요. 더이상 수선할 수 없이 낡아버린 미니홈피가 제겐 하나 있죠 ㅎㅎ
      시집 제목을 보니 확실히 뭘 좀 아는 시인입니다.
    • 헉. 북엔드 대박. 가격도 저렴하네요.
    • 북엔드 탐나서 부들부들 떨었습...;; 시도 잘 읽었습니다.
    • 김이강 시인, 시나 사람이나 참 아름다운 듯해요. 문학동네 시집 장정은 별로지만.... 셜록 북엔드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 문지 시인선 R을 볼때마다 궁금한 것이, 출간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타출판사의 시집들을 어떻게 가져왔는지가 궁금합니다.
      출판사끼리 양해를 구한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 양해없이 작가를 섭외한 것인지...
    • 시가 있는 게시물을 보면 탈퇴하신 사월님이 생각나곤 합니다. 이제 사월인데 다시 돌아오진 않으실런지.



      아, 좋은 시와 탐나는 북엔 잘 봤습니다. ㅎㅎ
      • (저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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