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진콜 보고나서 질문해봅니다(스포주의)

영화는 재밌게 봤습니다. 재밌게 봤다는게 뭔 의미나면 바둑을 둘줄 모르는데 고스트 바둑왕을 재밌게 봤다든지, 마작룰은 모르는데 카이지는 재밌었다 이런 느낌; 근데 좀 알고 봤어면 더 재밌었을것 같아서 아쉽네요. 뒷북치는 격이지만 영화 내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합니다.


대충 리먼브러더스 망한거나 지난 금융위기 이야기라는건 알겠는데, 솔직히 도입부분부터 ??상태로 봤거든요. 서브프라임 사태라는게, 주워들은걸 종합해보면,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집값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서브프라임 등급의 주택담보부대출을 개판으로 남발하고 이걸 모아서 만든 증권을 팔아먹어서 재미를 봤는데 결국은 이 거품이 꺼지면서 채권들이 상환불능이 되고 연쇄적으로 여기에 투자했던 돈이 휴지조각이 되서 다같이 손잡고 한강으로 첨벙... 제가 이해한게 맞나요?


1. 난리가 났다는걸 발견하게 된 계기가 에릭의 작업이 들어있는 USB인데 그걸 우연히 받은 피터가 컴퓨터앞에서 숫자를 막 쓰더니 '오 지쟈쓰' 하면서 얼굴을 감싸쥡니다(...) 뭔가 큰일이 일어났구나 싶긴한데 정확히 뭔 시츄에이션인가요? 모델이 어쩌고 하길래 '기존의 숫자놀이 모델이 엉터리이거나 너무 낙관적이었음에도 관성적으로 그것 가지고 돈놀이를 해왔는데 그게 잘못된걸 이제야 안거임'으로 이해했거든요. 근데 상식적으로 그 정도 규모의 회사에 그 정도 스펙의 인력들이 모인 곳에서 이런 식으로 '헉' 하고 어느날 갑자기 문제를 발견한다는게 납득이 안되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2. 제레미 아이언스와 케빈 스페이시의 갈등이 잘 이해가 안됩니다.  이 회사는 막대한 자산을 위에서 말한 그런 물건들로 갖고 있었는데 그게 휴지조각이 됐음을(조만간 될거라는걸) 알아차렸고 그냥 앉아서 망하느니 손해보더라도 빨리 팔아치워서 돈이라도 남기자... 라는게 맞나요? 근데 개판된걸 하룻밤새에 알게 됐고 무슨 2주가 어쩌고 며칠전부터 시작됐다고 어쩌고 하는데 무슨 말인질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모른채로 가만히 있었으면 어떤 식으로 망하게 된다는 건지요? 아직은 아무도 눈치못챘지만 결국 얼마 안가서 터질 문제였다? 


또 극중에서 결국 팔아치우는 작전이 성공한걸로 나오는데, 케빈 스페이시는(결국 굴복하지만) 미친 짓이라고 반발합니다. 내용상 제레미 아이언스가 악역이고 케빈 스페이시는 완전히 고집불통 정의파도 아니지만 양심에 거리낌도 느끼는 중간적인 역할인거 같은데, 이 회사가 하루사이에 몽땅 매각하는 일이 어떤 여파를 가져다주는 짓인지 정확히 제가 이해를 못하니까 제레미 아이언스=악역 이게 잘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근데 주절주절 써놓고 보니까 뭔가 딱 핀포인트로 요것만 알면 이해 끝 이게 아니라 제가 총체적으로 모르는 느낌이네요; 






이건 질문은 아니고 사족인데... 도입부와 마지막의 유머가 정말 좋았습니다. 케빈스페이시가 눈물짓길래 직원들 해고당해서 슬퍼하는줄 알았더니 '개가 죽었어'... 마지막에 갑자기 어둠속에서 땅을 파길래 '헉 자살하나'했더니 개 묻어주려고...ㅋㅋㅋ 

    • 2.저도 정확히는 표현하기 어렵지만..이런 거 같아요..휴지조각이 된(될)유가증권을 파트너들+개미들에게 팔아넘겨서 가만있으면 나 혼자 망할 걸 모두 망하게 하고 돈 챙겨서 튀느냐가 딜레마..
    • 영화를 보지 않아서 뭐라 답변드리긴 어렵겠지만,
      "엉터리이거나 너무 낙관적이었음에도....그게 잘못된걸 이제야 안거임"의 경우는...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소수에 의해 독점되기 머련이고, 그마저도 이권이나 근시안적인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판단덕분에 망가지는 경우는 많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그 사람들이 얼만큼 대단한 스펙을 지녔냐와는 별상관이 없었죠.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모아놓고도 일이 이렇게 망가질수있지?라는 비판이 통할 수 있는것도 일단 일이 망가져 의사결정권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많이 약화된 상황에서 가능하죠.
      • 일리가 있는 말씀인데, 제가 궁금한건 '왜 빨리 결단을 내리지 못했느냐'가 아니라 '왜 에릭(+피터) 전에는 아무도 몰랐느냐'거든요. 말하자면 의사결정 단계 이전에 그 밑의 직원들 가운데 파악한 사람이 왜 없었냐는거죠. 영화상에서는 피터가 에릭이 놓친걸 발견해서 수정한 작업물을 보고 동료(나중에 화장실에서 우는애)와 직속상사, 더 윗선인 케빈 스페이시 모두 깜짝 놀라는 연출이 나오거든요.
    • 2. 전 어느놈이 먼저 판돈 들고 튀느냐 이런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모든 것들이 폭삭 망할 거란 게 명백해진 상황에서 제일 먼저 손 털고 판돈 챙겨 튀는 놈이 장땡인 거고 나머지는 쓰레기만 잔뜩 안게 되는 그런 상황이랄까요.
    • 2번은 저도 시민1님처럼 이해했어요. 리먼브라더스 사가 휴지조각 된 채권을 움켜쥔 채 혼자 망하느냐 아니면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기업들에게 그걸 매각한 뒤 얼마 후에 시장 전체를 망가뜨리느냐.. 제레미 아이언스 캐릭터는 후자를 주장한 거 같고요.
      1번은 저도 듀나님 리뷰 보고 생각한 건데, 그냥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위험한 어떤 위기인 거 같아요. 자기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 지도 모르는 수트 차림 여피들이 결국 경제를 움직이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걔네들은 모르는 게 당연.. (그리고 나도 모르는 게 당연..) 피터나 에릭 같은 좀 더 명석한 사람들은 그걸 알지만, 어차피 대책 회의한다고 모인 윗동네 여피들도 그 위기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좀 쉽게 설명해달라고 말하죠.
      • 헉...이건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러니까 '뭔진 모르겠는데 뭔가 엄청난 큰일이 터진거같아 설명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큰일났어' 정도로 이해하는게 오히려 맞는?
    • 1. 그런데 그것이 현실에선 실제로 일어났잖아요(...)

      2. 이해하신게 맞습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휴지조각이 된 채권을 파는게 어떤 여파를 가져다주는지 이해를 못하는게 아니죠. 분명히 알고있지만 '상관 안한다'는 쪽입니다.
      • 이해를 못했다는 얘기에서 '제가'를 빼먹었네요

        1번은..음... 그런거군요.
    • 이원재씨가 씨네21에 기고한 글이 있어요. 씨네21 사이트엔 안올라온것 같고 이원재씨 페이스북 페이지 1월 6일자로 전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찾아보세요.



      http://ko-kr.facebook.com/lee.wonjae.fb
    • 투자은행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4-5년 동안 발견 안 되다가 막판에 터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요. 다들 돈 버는 데 급급해서 리스크가 터질 만한 부분을 간과하기 쉽죠. 베어링 사태, 냇웨스트 사태, 등이 그렇게 해서 일어난 거고요. 국내에 들어온 투자은행 중에서도 초창기에 직원 둘이서 18억을 해먹은 사건이 있었는데 위에서 2년 간 몰랐다고 합니다. 부실한 조직이에요.

      윗분 말씀대로 극소수가 의사결정을 해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99%는 절대 엘리트라고 할 수 없습니다. 로보트 같거나 오히려 일반 조직보다 더 방만하고 대충대충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는 분은 모 투자은행에서 자문료를 6개월 동안 못 받았는데...비서랑 회계부서에서 자료를 잃어버리고 서로 남탓하더라는 겁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 업계에서 볼 때 악인이 아니라 똑똑하고 일 잘하는 놈이죠. 그렇게 재빠르고 무자비한 의사결정력 덕택에 금융의 '금'자를 몰라도 그 위치까지 올라간 거고요. 오히려 그쪽에서는 잘린 사람(리스크 헤드)이 꼴통 취급을 받아요. 지들이 살아남고 주주가치만 창출하면 된다는 마인드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업계는 좀 더 재빨리 움직이고 다른 사람한테 끼치는 피해 단위가 더 크니...
    • 1. 극영화를 위한 설정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 싶어요.

      제레미 아이언스는 닥칠 위기를 알고 있었다(케빈 스페이시도, 데미무어도, 사이먼 베이커도)고 보는 게 맞을 거에요. 그가 알고 있었다는 게 여러번 암시 돼요. 마진 콜의 극본이 정말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잘라서 보여줍니다. 예컨대 스탠리 투치가 1년 전에 데미무어에게 보고를 했고, 사이먼 베이커와 데미 무어 제레미 아이언스가 회의를 했다는 내용이 있잖아요. 제레미 아이언스는 무시했고요. (We have to dance until the music stops 라는 말은 영화 속에도 비슷하게 나오고 실제 시티그룹 CEO가 가 한 말이라고도 하네요) 데미 무어와의 대화를 보면 그런 내용을 알 수가 있죠.
      케빈 스페이시가 극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은데요. '개'가 있는 시퀀스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개의 죽음과 함께 위기가 시작되고, 개를 땅에 묻으면서 영화가 끝나죠. 케빈 스페이시가 30년을 그 회사에서 일 하면서 결국 남은 건 그 개 하나인데 결국은 그 개도 죽고 삽을 들고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가면서 영화가 끝나죠. 엔딩에 따로 음악도 없잖아요. 고요한 듯 선명하게 울려퍼지는 삽질 소리가 크레딧과 함께 올라가죠.. 영화가 전반적으로 현실의 단면을 잘라낸 듯 하면서도 그 개를 통해서 실은 매우 시니컬한 창작자의 시각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영화에 악역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제레미 아이언스는 악역이 아니라 현실적인 인물이죠. 케빈 스페이시가 제레미 아이언스에 비해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이랄까, 그걸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굉장히 합리적인 세일즈맨의 것이죠. '사는 사람은 이익(return)이 있어야 사간다' 는 게 스페이시의 원칙이고 그러니까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윈윈 시장원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사려는 사람이 있으면 판다'는 입장이죠.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고, 시장이야 파괴되든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합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둘의 갈등이 대비되는데, 결국 제레미 아이언스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요.
    • 저는 개가 금융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제 멋대로 이해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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