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담임 생각이 나요.

학교를 7세에 들어가고 임용고시도 수석으로 합격해서 단번에 고등학교에 발령, 담임이 되셨던 고1때 담임 선생님이 생각나네요.

타짜 대사로 유명한 여대를 나오셨고.. 옷도 여대생처럼 입으시고.
전날 무리하시면 다음날 눈이 부어 쌍커풀이 풀려있던 22세 선생님..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대하셨는데 애들은 싫어했어요.
연애 얘기 해달라고 해놓고 정작 들려주면 자랑한다고 흉보고..(넘자친구들이 서울대 연대..) 차마 짧다고 흉보고. 그와중에 치마 브랜드 알아내는 데 열중하고.

여름방학땐 다섯 명 정도 데리고 서울에 있는 학교들을 보러갔어요.

2호선을 처음 타보았던 기억. 모교와 연대, 서울대를 갔었는데 각자 나중에 이 학교에 올거라며뱃지도 사고 노트도 사고.

수학선생님이셨는데 책장수들이 샘플로 준 문제집들 서너 권을 그냥 주시기도 했어요. 방학동안 수학 해놔야 된다고..

그러나 수학도 선생님도 끝내 좋아지지 않았어요.

문제가 머였을까요. 교사라는 직업은 학생이었을 때도 , 곧 학부형이 될 나이가 되어서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노력을 많이 하셨지만 학기말이 되자 학생들에게 냉담하고 히스테릭하게 변하셨어요.

몇년 후 결혼과 함께 교직을 관두셨단 이야길 들었죠.

보통 좋고 싫은 선생님이 분명했는데 그 선생님에 대한 감정은 모호해요. 뭐였을까.
    • 자랑한다고 흉본다, 치마 짧다고 흉본다, 치마 브랜드 알아내는데 열중한다...
      까페人님은 어땠을지 몰라도 대부분 학생들이 질투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그런 것도 있었고요. 굉장히 격의없아 대하셨거든요. 권위의식 이런 거 없이.. 목소리에 힘도 없는 편이셨고. 근데 우리 반은 뭐 하나 잘 돌아가자 않았어요. 성적도 나쁘고 운동회 합창대회 ... 오합지졸이었죠. 옆반은 굉장히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권위적인 선생님이셨는데 그 반과 늘 비교 됐죠. 옆반 담임은 우리 담임을 늘 얕보고 한심해 했고요.



        교사가 뭔 잡무가 그렇게 많은지. 그 것도 낯설고 일머리 없으셔서 엄청 힘겨워하셨어요. 이걸로도 무시당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적당히 믿을만한 애들한테 일을 나눠서 시켰지만 그러시지도못했고요.

        반장이 그 와중에 엄청 피곤했어요. 일이 자꾸 늘어나서..



        쓰다보니 그냥 사회초년병이라서 그러셨던 거 겉기도.
    • 저도 질투였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저 행동들도 질투/시기의 전형적 행동이네요. 나이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 학력도 좋고 남자친구들도 빵빵..

      한번 밉보이기 시작하면 꼬투리 하나하나가 밉게 보이죠. 친구들과 함께 미워하는 게 공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질투 시너지효과가 되는 것도 한 몫 했겠구요.

      그리고 선생님이 너무 어리시고 학생들 앞에서 힘든 티를 내서 좀 얕잡힌 것 같기도 하네요. 안타까워라..
    • 근데 질투라는 게 뒤집으면 선망이잖아요? 아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는데.. 옆반 선생님의 무시(이게 아이들한테 미치는 영향이 커요. 선생이라고 다같은 선생이 아님..)랑 격의없는 태도로 인해 빚어진 상황이었던 거 같아요.

      저 분을 생각하면 친근하고 탈권위적인 자세가 교사에게 과연 좋기만할까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 애 키우면서도 "친구같은 부모"가 얼마나 허망한 목표인지 자주 생각하고요.

      결국 선생은 선생이고 부모는 부모거든요. 친구일 수 없다는...
      • 그러게요. 그런 면도 있겠네요. 저는 애는 안 키워봤지만 일정 정도 권력이 필요한 상황인 교사/부모/상사 의 경우 너무 친구같이 지내려고 하면 부작용이 크더라고요.
      • 사람은 좋게대해주면 무시해요.

        교사에게 기대하는건 친구가 아니죠.

        그건 교사욕심일지도.
    • 고교 때 담임은 아니고 강사로 오시던 선생님이 그분과 많이 비슷한 조건이었는데, 그분은 꽤나 딱 부러졌던 거 같아요. 나중에 정교사로 결국 들어오셨었죠.
      결론은 뭐... 케바케일지도.; 근데 역시 얕잡아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긴 합니다.
      • 옆반 선생님이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듯했고. 우리 담임은 좋게 말하면 인간적 나쁘게 보면 흐리멍텅했어요. 머리도 뻗쳐있고 ㅋㅋ 애들이 물어보면 늦잠 자서 못감았다고 긁적긁적.

        근데 이런 태도가 어쨌든 본인에게나 반에나 도움은 전혀 안됐어요..
    • 꽤 오래 전에 읽은 글이 생각나네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친구가 아니라 어른이다. 그들은 이미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지만 멘토는 부족하다.

      그런데 아이도 인간이니만큼 갈팡질팡할 걸요. 지들 편의에 따라 어른에게 친구와 멘토 멀티 플레이를 원합니다. 아이들 살기 퍽퍽한 사회인 주제에 또 아이들을 (십대 포함) 어떤 신성하거나 단순한 존재로 보는 경향도 있죠. 기껏 본 것이 조카들뿐이긴 합니다만, 아이들도 어른만큼 이기적인 짐승들이더군요. 변덕도 심하고, 기회가 되면 모든 걸 자기에게 맞추라고 하죠. 만만한 상대일수록 당연히 더 그렇고, 때로는 그게 교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교사가 '인간이라는 곤란한 존재를 상대하는 직업' 정도로 느껴져요.(요즘 사회가 교사를 그렇게 대한다는 게 아니라 요즘 제가 그 직업 보는 시선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 한번은 교실내 여론을 주도하는 아이(소위 노는 애였죠)에게 선생님의 어떤 면이 싫어서 그러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자기들을 무시한대요. 그런 분 아니라고 하니까 넌 안 무시할 지 몰라도 자긴 무시당한 적 많다고. 곱게 자란 온실 속 화초 같은 여자라 자기를 이해 못한다고 그러더군요.



        거친 애들이 좀 있었죠. 남자 경험도 있고. 그런 친구들에게 그 선생님은 한편으론 너무 "애"였던 거에요. 공부만 잘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얄미운 애... 이런 이도저도 아닌 분위기 속에 일년이 꼬였고 반장은 고생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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