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마음으로 보는 오늘자 미생

네. 일단 꼬였음을 고백합니다.

 

첫 만남에서 쌈 먹으러 갔는데 엄청 잘 먹어서 맘에 들었다는 남자.

부인은 대기업 다니는데 자기는 평범하다는 남자

부인 주변이 결혼을 다 잘했기에 전세에 융자까지 끼면서도 아파트는 포기 못 하겠다는 남자

부인이 조르는 것이 없어서 대단하다는 남자

자길 믿어줘서 결혼했다는 남자

믿어준 만큼 잘하고 싶고 가장이니까 부인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남자.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여자는 사랑하니까 결혼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삶이 우릴 속이더라도 말이죠.

 

저는 작가가 말하려는 건 단순히 남자도 이렇게 살기 때문에 힘들다라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 차장의 불쌍하다 당신이란 독백은 문자 그대로 불쌍하다는 뜻으로는 안 보입니다.

 

저는 오늘 만화에서 자꾸 지난 회에 빨래 개면서 이야기하는 여자와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남자의 장면이 그려져요.

 

    • 저도 지난회와 이번회 미생은 꼬아보게 됩니다. 그게 '현실'이라지만 장그래의 상사들은 판타지인데 선차장의 결혼생활은 현실이더라고요.
    • 저도. 남편 편을 들어주는 화라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불쌍'한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댓글들은 또 남편에 대한 폭풍 감정이입하신 분들이 많아서...
    • 그렇게 힘들고 아내가 대기업에서 잘 나가면 남편이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지.
      • 저도 이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죠. 안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 그렇게 전향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걸 오늘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나름 자기의 방식으로 잘 해보려고 잘 해주려고 애쓰는 평범한 한국 남자죠. 그게 아내가 원하는 것과 핀트가 안 맞아서 그렇지...그리고 아내가 원하는 게 본인이 들입다 추구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못 한다는 것이 또한 갈등의 원인이고. 오늘 아내는 어느 정도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다 치고 남편이 아내를 이해하는 전개가 이어질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 전부 다 지옥 속의 자기들 섹션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는 오물탕, 누구는 기름가마.
      • 근래에 본 글중에 가장 마음을 때리는 한줄이네요...
    • 이런 경우 진짜 힘든건 상대가 무찌를 적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고 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란 사실이죠.
      오늘자는 불편하기도 하고 마음에 안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선차장은 너무 완벽하게 미화된 캐릭터고 남편은 40대 초반의 '정형화'된 캐릭터라 괴리도 더 크게 다가오고.
    • 아무리 봐도 선차장이 남자 보는 눈이 없었던 게 탈...이라고 밖에는;
    • 뭔가 더 쓰고 싶었는데 마침 점심시간이 끝나서...ㅠㅠ 뒤늦게 덧붙입니다. 저도 01410님의 말씀이 제일 와 닿네요. 이번 회는 저에게는 굉장히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이 들게 했는데 베플들은 단순히 남자도 힘들다는 걸 선차장이 이해했다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어서 꼬였답니다.
    • 남편은 멍청이지만 딱한 사람이다 정도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했는데. 남성 독자들의 박 차장에 대한 인식은 상처받은 가장들의 표상 정도로 받아 들여지는 듯 합니다.
    • 지금 상황으로 봐선 '이 남자 불쌍하다... 근데 불쌍한데 이혼.' 으로 전개되도 설득력이 적잖이 있는데 말예요. 남성 독자들은 대체로 '그래! 여자분들 남자들 기좀 살려 주시라구요! 믿어주면 얼마나 힘나는데!' 식으로 받아들이네요. 맥락을 못 읽는다고 보기도 좀 그런게 윤태호 작가의 중의적 표현 스킬이 뛰어났던 듯. 남자들은 박 차장의 코멘트에 몰입해서 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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