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또는 Johnny Cash



   조용필의 새 앨범을 들었습니다. 그의 전작에 비한다면 이번 앨범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남달라 보입니다.


저의 평은 이렇습니다. 뮤지션이 음악을 할 때,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어 하는 경우와 해야 하는 음악이 있어

하는 경우.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초반에 전자의 음악을 합니다. 무엇을 전하고 싶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드러납니다.(시작부터 후반의 음악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몇몇 한국인디 밴드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할 말을 다 했고, 하고자 했던 바를 다하고 나면

점점 후자의 선택을 하는 뮤지션이 많습니다. '사운드'에 신경을 쓰고, 그동안 벌어놓은 자본력을 투자해서

더 '때깔'좋은 음악을 뽑아내죠. 그러나 문제는 그 때깔을 제외한다면 자신의 전작들을 약간씩 비틀어놓거나

아니면 기존 장르의 음악을 그대로 필사 하는 경우가 많다는거죠. 라디오헤드처럼 뒤집거나, 한발 내딛는 경우는 드뭅니다.


해당 경우의 가장 좋은 최근의 예는 '넬'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넬의 음악이 기존의 오리지널리티가 분명한 음악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개성이 강한 밴드였고 또 그것이 유효했죠.

메이저씬에 자신들만의 팬덤을 마련한 몇 안되는 밴드니까요. 


그러나 그들이 군생활을 마치고 낸 앨범이나 그 후에 낸 싱글, ep 는 위에서 후자의 것으로 이야기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때깔 좋은 사운드를 빼고나면 남는 게 없이 기존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쇄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말이죠. 물론 여기에 "굳이 뮤지션이 꼭 쇄신을 해야하느냐. 하던거 잘하면 되지 " 라고 하시면, 맞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고 자신의 왕년을 거듭 강조하는 사람이 지겹듯,

이런 자기복제의 뮤지션들의 신보는 그런 지겨움과 태만함이 느껴진다는 거죠.


(말이 잠시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요. )


조용필의 새 앨범은 그가 할 수 있는 음악, 하고 싶은 음악을 넘어서서 '해야 하는 음악'에 대한 목적지향성이

강박처럼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불균형이 곡 자체의 감상을 방해합니다. 

사운드를 걷어내고 나면, 조용필 만이 할 수 있었던 그 소중한 목소리가 트렌디한 사운드에 지배당하고 있는 느낌 입니다.


애초에 작사작곡편곡까지 모든 음악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가가 타인의 작품을 가져와서 수행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전혀 안어울리는 남녀가 나란히 앉아서 "우리 결혼했어요"라고 말할 때 느껴지는 약간의 당황스러움.

세상에는 조용필"도" 할 수 있는 음악보다 조용필 "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분명히 있는데, (전 작의 '그또한 내 삶인데 ' 같은 곡)

이번 앨범은 단지 그'도' 당연히 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근래의 높은 반응도 '조용필'이 이런 음악을 했다지, 음악 그 자체만 가지고 방점이 찍히는 경우도 아닌 것 같구요...


  그의 90년대 앨범의 음악들이 여러 오디션 프로나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칭송받는 것은 그런 음악이 오직 그였기에

그가 하고 싶은 말과 놀라운 재능을 전제로한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 앨범들에 빚진 명성을 빼고 보면, 최신 유행 모던락의 문법과 프로듀싱 중심의 사운드 메이킹이 음반의 핵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이든 노장의 음악이 근래 젊은 또래들까지 이끌어내며 감동과 좋은 평판을 성취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밥딜런이나 탐웨이츠, 닐 영이 그 전설의 명성다운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지만, 정말 그것은 극 소수의 예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젊은 날의 영광을 재현하거나 그 추억담을 공유하고자 나이든 팬들이 모여들 뿐이죠. 

하지만 위의 전설들의 경로와는 조금 다른 , 하지만 오직 '그'만이 가능했던 음악을 한 경우가 있는 데, 

그것이 Johnny Cash 의 경우입니다. 


50년대에 데뷔하여 그는 50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왔지만, 사실 그의 명성은 20대 시절의 음악들 보다는

그가 2003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10년 동안 냈던 american 연작들입니다. 그가 60대에 다시 음악계로 돌아와

여러 뮤지션들의 곡을 리메이크하고 어떤 마지막 순례처럼 부른 노래들은 그의 젊고 활기 넘치는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는 경우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난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선언하는 노장장인의 능력을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 인생의 노고를 겪고나서, 이제 떠날 시점만 기다리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담담하게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의 음성에는 오직 "살았던 자"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 자체에는 담겨있지도 않았던 , 그 곡을 만든 후배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떤 힘을

그의 세월로 끄집어내죠. 그게 아마 제가 지금 소개할 한 곡 "HURT"의 경우입니다.


거칠고 힘있는 장르의 (인더스트리얼 의 NIN) 노래를 오직 자신의 삶으로써, 이렇게 전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 노래의 힘은, 어쩌면 조용필 에게도 기대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바운스 바운스 한 선택을 했고 분명 그 선택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지만 ,

정말 그 노래가 조용필만이 할수있고 역시 조용필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이었는가는 불분명 합니다. 

그의 신작을 듣고 저는 부담감과 강박감을 느꼈고, 어쩌면 그런 '감'들이 과연 노장의 음악에서 우리가 기대하고

듣고 싶어 하는 바일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이란게 있지 않을까요?


저는 조용필의 다음 앨범에서는, 유행에 대한 강박과는 상관없이 

오직 자신의 목소리에 천착한 울림있는 노래를 기대합니다.




    • 단숨에 읽히는 좋은 글이네요.

      그리고 깨알같은 예시 '넬' ㅎ
      저도 넬의 최근작이 참 아쉽습니다. 그리고 델리스파이스도.
    • 쟈니캐쉬의 HURT에 관한 평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원작을 뛰어넘는 아우라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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