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툼레이더 리부트를 클리어했습니다만...(스포일러 없습니다. 사실 스포일러랄 것도 없는 게임이지만)

게임은 그럭저럭 재밌었습니다. 시리즈 골수팬들 의견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요(언챠티드 흉내낸다고 까는 사람도 많았던 것 같고)

저야 처음 해보는 툼레이더였으니 객관적으로 즐겼죠.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수집물에 대한 동기부여가 좀 약하고, 요상한 타이밍의 QTE는 짜증나고, 2회차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어서 엔딩보자마자 언인스톨했지만

할 때는 재밌게 했어요. 쏴죽이는 맛도 괜찮았고.


근데 주인공 라라는...

좋은 평가가 많았다고들 하는데 전 모르겠더군요.

스토리는 일단 더럽게 후지고요. 어떤 리뷰를 보니 다른 요소 없이 주인공 라라에게만 집중하게 만들기에 오히려 더 좋았다고 하던데,

바로 그 라라를 모르겠어요. 예전부터 영화나 게임이나 라라 크로프트는 이런저런 게임 주인공들 중에서도 유난히 알맹이가 없어 보이는,

껍데기만 있는 유령처럼 느껴졌던 캐릭터인데 리부트를 하고 나니 오히려 그 느낌이 심해진 듯합니다.


처음엔 사슴 하나 잡고 '미안해'하던 아가씨가 게임 절반도 지나기 전에 등반용 도끼로 사람을 퍽퍽 쳐죽이면서 "니들은 날 못 막아!"를 외치는 킬링머신이 되는데,

여기에 뭔 놈의 설득력이...사람 잡을 동기야 충분하지만 캐릭터의 변화가 빨라도 너무 빨라요. 가운데 단계 없이 바로 각성이라고 할까,

전혀 공감이 안 감. 


성적인 면보다는 모험물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된 지금의 라라가 여성분들한테도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던데...

저는 미완성 캐릭터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여전히 속 빈 유령 같아요.


그건 그렇고, 이렇게 쌈 잘하는 라라가 주인공인 와중에도 '곤경에 빠진 처녀'클리쉐는 반복되더군요. 그것도 엄청나게 전형적인 방식으로;

    • 이 게임은 유난히 줄거리의 설득력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네요.
    • 시간적 배경이 짧은 액션게임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해요.

      싸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론 물리학자, 엔지니어, 소설가 등이 순식간에 전투의 프로가 되어서 무쌍난무를 펼치고는 하는게 그 쪽 세계잖아요.
      • 그 세 분들은 고든, 아이작, 앨런일까요.

        아. 늦었다;
    • 영화 같으면 중간에 고뇌하고 괴로워하고 하는 내용을 한참 집어 넣어서 설득력을 높여줬겠지만 액션 게임에선 아무래도 그게 어려웠겠죠.
      그리고 이전의 원래 그냥 천하무적'이었던 라라 크로포트에 비해 인간적인 부분을 만들어준다... 라는 게 이 게임의 컨셉이었다보니 스토리가 과하게 조명받은 감도 있구요.
      어쨌거나 변화의 급격함에 대해선 깊이 공감합니다.

      "저 여자가 우릴 다 죽일 거야!!!!"
    • 리부트하고 라라가 훨씬 예뻐졌어요.
    • 스토리는 영 아니었지만 그것도 툼레이더다워서 재밌었습니다.

      라라가 언제 고민했나요 눈에 거슬리면 쿨씨크하게 경찰이건 티렉스건 다 쏴버리는게 우리 라라크로프트양이지 말입니다.
    • 출시전에 들리는 말로는 흥미로운 주인공의 캐릭터 디벨롭먼트를 보여줄 것 같더니만 막상 뚜껑을 여니 내용물은 너무 심심하고 구닥다리스럽더군요. 영화스러운 액션 연출도 이미 기존 게임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거고, 본게임내에서도 지나치게 반복되어서 나중엔 무미건조해져버리구요. '여성' 게이머로서 라라의 캐릭터가 좋았다고도 말 못하겠네요. 가슴이 줄었다고 섹스어필이 준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라라는 예전의 라라와 다른 타겟의 남성들에게 어필하고자 대상화된 캐릭터라는 느낌이었어요. 섹스어필자체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과하면 입체적인 캐릭터 해석에 방해가 되기도 하겠죠. 맨 마지막줄이 특히 공감가네요. 전반적으로 제겐 걍 한번 플레이는 할만 한데, 쉽게 잊혀질만한 게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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