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3 단상. 스포있을거임.

아이언맨3는 정신과상담의 액자구성 아래 수트조립으로 표현되는 덕질에 몰두하고 집착하는 한 남자의 불안증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남자는 전작 어벤저스에서 외계인과 조우하고 잠시 웜홀에 들어갔다 나온 초현실적 경험을 그 불안증세의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이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파국의 현실화 가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될 삶의 토대와 관계들에 대한 공포를 이릅니다. 이게 상징하는 바는 테러일 수도 있고 재난일 수도 있겠는데 영화에서 유독 강조되는 이미지인 그의 집이 무너지는 장면을 생각하면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파산을 좀더 직접적으로 지목하고 있지 않나 싶어집니다. 즉 외계인의 존재와 그 침략 가능성이 공식화된 어벤저스 이후의 세계관은 버블붕괴 리먼브라더스 어쩌고 하는 얘기들로 도배되는 경제위기의 시대에 언제든지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는 현대인의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하는 뻘생각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덕질에 몰두하는 애어른들에 주목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건데, 덕질이란 게 그렇잖아요. 건프라 만들다 보면 성취감은 드는데 그게 날 구원해주진 않고 책장에 가득 꼽힌 cd들은 국끓여먹을 수도 없고 파산의 공포 아래 저 짓들은 언제든 삽질로 전락할 수 있죠. 그래서 집착할수록 신경과민 불면증은 심해지고 부부싸움은 잦아지고 삶은 엉망이 돼갑니다. 근데 이쯤에서 영화는 정신과의사의 시각에서 덕질을 끊으시라고 충고하는 게 아니라 덕질해도 괜찮아 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즉 덕질을 이해하고 경험해본, 덕질에 대한 기본적 애정이 전제된 덕후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는 '뭐라도 만들어보지 그래요?' 하는 소년의 말에 일시적으로 볼안증세에서 회복되는 모습 등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마치 덕질의 끝을 보잔듯이 원작팬들이나 알아볼법한 수십대의 수트를 일제히 등장시켜 한 바탕 난리를 친 뒤 미련없이 모두 부숴버리는 결말을 통해, 덕질을 도피처가 아닌 누에고치의 번데기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덕질하되 집착하지 말고 매몰되지 말고 언제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어야 된다는 뭐 그런 얘길 합니다. 그래서 파국에의 위협은 여전한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죠. 하루하루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되는데 그 전에 자기 맘의 불안에 먼저 잠식되지는 말자 하는 뭐 그런 얘길 하고 있지 않나.. 마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보면 남편의 장난감을 부수는 마누라의 이미지가 상징적인데 전 아직 마누라가 없어서 여기까진 고민을 안할겁니다. 다만 연대를 통해 사회모순의 적극적 개선을 모색하지 않고 여전히 개인은 불안이나 다스리며 꾸역꾸역 노동하는 거냐는 비난을 던진다면 그같은 연대는 어벤저스에서 할거고 사회에 대한 고민은 시빌워에서 하지 않겠나 하는 뻘생각을 해봅니다. 모바일이라 두서 없이 통문단이라 죄송.
    • 아하... 건프라를 사야겠군요.
      • 오오 깔끔한 리뷰 요약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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