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본회의 개의시간

2시에 개의하는 본회의에 안철수 의원 혼자 앉아 있는 사진과 그에 대한 반응들이 2013년 4월 마지막날 오후를 뜨겁게(?) 달구네요. 

그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가 지웠습니다. 


통으로 안 보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같이 회의하거든요. 본회의 전에 새누리, 민주할 것 없이 의원총회하고 들어갑니다. 본회의 안건 중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나 통과시키면 안 되는 것들 브리핑하는 회의에요. 당론결정하는 거죠. 저 의원총회를 제 시간에 못 끝내는 걸 욕해야 하는 건 맞는데 의원들 개인에게 사우나 갔냐느니 하는 비난은 과하다 싶어요. 안철수 의원이 정당소속이었다면 제 시간에 못 왔을 테니까요. 아니면 의원총회를 제 시간에 끝내도록 안에서 바꾸든가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다같이 욕먹고 바뀌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네요.


오늘 본회의는 아직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안건들이 다 정해지지 않아서 3시로, 4시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안철수 사진을 둘러싼 사실이구요. 

전 이 사진에서 국회를 다루는 언론의 방향이랄까 시선을 봤습니다.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쏟아지는 이런 관심이 걱정스럽습니다.

국회 본회의 개의시간은 2시입니다. 아침 9시 전에 출근해서 업무보는 직장인들에게 이 시간은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오전에는 보통 상임위 회의가 열리니 본회의는 오후에 개의하게 되는 거죠. 시간 많이 잡아먹는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본회의는 10시에 개의합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정해졌다 하더라도 여야 교섭단체 합의에 의해서 시간은 변동이 가능하구요. 


이 해프닝(?)은 무소속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안철수 의원의 험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각 정당은 국회 내부의 의사일정과 의안들을 챙기는 지원조직을 운영합니다. 오늘처럼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이고, 처리해야 하는 안건이 많아서 상임위가 지연되는 경우에 소속 의원실로 끊임없이 알려줍니다. 왜냐하면 통상 본회의 전에 저 의총이라는 걸 하거든요. 보통 본회의 시작 30분 전쯤 모여서 각 상임위 간사 의원들이 쟁점 법안이 상임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됐는지를 보고하고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를 의논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히 상임위에서 통과된 것처럼 보이는 안건이 합의처리됐는지, 아니면 다수결로 표결한 거라 인원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죄다 찬성해서 통과된 건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각 당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라 하더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판단하기에 무리수가 있다거나 하면 이런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당론으로 할 걸 정하고, 당론이 아니더라도 찬성하는 편이 좋겠다 반대하는 편이 좋겠다하고 권고를 하기도 하고요. 


무소속인 안철수 의원은 이런 논의구조가 없습니다. 헌법기관으로서 홀로 판단하고 결정해서 표결에 임해야 하는 거에요. 2시에 개의하기로 한 본회의가 전 단계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미뤄졌습니다. 이 말은 아직 오늘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할 안건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2시에 열기로 한 회의라 2시에 온 것까진 좋습니다. 그런데 그 회의에서 어떤 안건을 다루는지 파악이 된 채 그 자리에 참석한 걸까요? 


새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시간 지키는 일에 앞서 파악해야 하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앞으로 모든 본회의에 시간 다 지켜 참석하고, 끝까지 자리지킬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그리고 의원의 의정활동이라는 게 다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때 되면 그럴 줄 알았다라고 누구보다 먼저 욕하게 되는 것도 국민들이겠지요. 박병석 부의장이 출석 불렀다는 지난 주 목요일의 본회의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오후에는 자리를 떴습니다. 김지선 후보를 만나서 위로했어요. 이런 식으로 의정활동의 우선 순위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전 안철수 의원에게 쏟아지는 '제 시간 지켜서 대단한 안철수'라는 관심과 찬사가 떨떠름합니다. 기본을 지키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저 부담을 어떻게 짊어져야 할 것인지 우려스러운 마음이 더 클 뿐이지요. 


그리고 언론. 저 사진을 찍은 기자들이 2시에 시작되어야 할 본회의가 왜 시작을 안 하는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국회 출입 하루이틀한 것도 아닐테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안철수 의원을 바보만들려고 한 건지, 여봐라 기존 의원들은 죄다 땡땡이치고 있다라고 고발하려고 한 건지 모르겠는 사진이에요. 전자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만, 앞으로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 안철수 의원이 지각이라도 한다면 언론의 카메라는 어떤 프레임을 작동시킬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 게시판에 사진을 가져온 제 호들갑이 조금 부끄럽더군요.
      기자에게 낚인 기분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고...
      안철수는 신당창당 빨리 했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whytoday님께서 잘못하신 건 아니죠. 법적으로 규정된 시간을 안 지킨 건 국회의원들이니까요.
        저도 안철수는 빨리 당을 만들든지 똘똘한 보좌관을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언론들이 클릭하기 좋은 기사, 사진 올리면서 때때로 여론을 호도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오늘 해프닝은 좀 그래요. 자존심도 없나... 싶습니다. 실은 살짝 보좌관이 걱정되기도 했어요. 이게 보좌관 실수라면 전국민이 알게 된 거라...



      말씀해주신 내용 전반적으로 동의해요. 하지만 이런 상황은 안철수 뿐 아니라 무소속으로 시작하거나 무소속이 되어버린 의원들에게 공히 벌어지는 일이겠죠. 개인적으로 정당없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는 그리 기대하는 게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수가 적어서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란 제한적이라 생각해요.



      무소속이라는 한계를 어찌 극복하고 의정활동을 하느냐가 안철수의 역량을 보여주는 게 되겠죠. 빠르게 움직여 신당을 창당하던가 다른 무소속 의원들이나 초선의원들과 연대할 방법을 찾던가. 어떤 분야의 일을 어떻게 맡게 될지 궁금하네요.
      • 국회 홈피에 가면 300명 의원들의 보좌진 이름까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니 안철수 의원의 보좌진은 딱 2명이 결정돼 있더군요. 아직 상임위도 결정되지 않아서 어떤 진용으로 보좌진을 구성할지 확정되지 않은 것 같아요. 보좌진이 미처 챙기지 못한 건 맞는 것 같은데 그걸 보좌진 책임이라고만 하기도 어렵겠어요.
    • 무소속의원이라서 저런 헤프닝이 벌어진 것은 아닐것입니다. 이번 국회에 무소속이 안철수만 있는게 아니거든요.
      • 중간에 합류하는 의원은 비례대표가 많기도 하고, 재선거나 보궐선거로 입성한 의원이 무소속인 건 드문 일이죠. 보통 새 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저런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안철수 의원은 그것도 죄다 건너뛴 초선의원이고요.
    • 잘 읽었습니다. 오늘 뉴스 보니까 같은 시간에 본회의, 법사위, 예결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더군요.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들 처리하고 그 와중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이랑 정년연장법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동시에 본회의에서는 법사위에서 올라온 법안들 처리하고, 예결위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하고 그러고 있었다네요. 모두가 다 국가 정책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들입니다. 정당은 이런 바쁜 일정에 맞춰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역량을 투입하겠죠. 무소속이라는 점이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는 있지만,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이라는 점에서는 전혀 유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선배 의원이자 측근인 송호창도 무소속인데 왜 같이 없었을까요?
      • 글쎄요. 송호창 의원은 안 열리는 걸 알고 있었으니 안 갔겠죠. 안철수 의원이 이걸 놓쳤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 같아요. 오늘 본회의가 안철수 의원이 참석하는 첫 본회의도 아니었고요.
    • 저도 잘 읽었습니다.
      기자가 물기는 딱 좋은 장면이긴 한 것 같아요..
      • 기자가 물기는 딱 좋은 장면인 게 맞지만, 그 의도가 참 수준낮다는 게 읽혀서 저는 불편했어요. 본문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저 자리에서 2시 회의가 열리는 걸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 대부분은 본회의 연기 사실을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 장면으로 기존 의원들의 게으름을 질타하고 싶었더라도 막상 전후사정 알고 보니 안철수 의원이 초선이라 헤맸다의 결론이 돼버렸어요. 게다가 저 장면 때문에 앞으로 안철수 의원은 지각하면 우주적으로 까이겠죠.
    • 본회의가 2시에 열리는데 의원 총회를 30분 전에 하는 것도 이상해보입니다.
      원래 그래왔다면 예상할 수 있었는데 별로 상관하지 않았겠죠.
      게다가 거대 정당들이 하는 회의니깐요. ㅎㅎ
      그러니깐 본회의 시간정도는 미뤄도 되는거겠지요.
      안철수 의원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긴 했어요.
      • 안 이상합니다. 오전 중엔 2시 본회의에 올릴 안건들을 최종적으로 정하거든요. 물론 모든 상임위가 풀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오전 중엔 상임위-법사위가 돌아갑니다. 거기서 통과되어야 본회의에 안건이 상정될 수 있습니다. 본회의 시작 직전에야 본회의에서 다루어질 안건 수십가지가 결정되고 그 결정이 어떤 건지 의원총회에서 다루는 겁니다. 거대정당뿐만 아니라 소수정당도 합니다. 정당이라면 안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소속돼 있는 상임위에서 어떤 내용들이 다루어지는지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알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오늘 회의는 의총 때문에 미뤄진 건 아닙니다. 본회의에서 다룰 안건을 결정하는 그 이전 단계가 마무리되지 못한 거죠.

        제가 이번 안철수 본회의참석 시간 보도가 불만인 이유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느라 지연된 것이 싸잡아서 거대정당의 횡포라거나, 국회의원들의 게으름으로 평가되는 부분 때문이에요.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내뱉고 간 댓글이지만 '민주당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도 봤습니다. 이런 식의 정치혐오는 절대로 진보정당에 유리하지 않고, 더 나아가 안철수의 새정치에도 유리하지 않아요.
        당장 안철수가 본회의에 지각이라도 하거나, 중간에 자리를 뜨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어떤 반응일지 불보듯 뻔하니까요.
        • 의원총회는 브리핑하는 정도이고 30분이면 충분히 끝날 수 있는건가봐요?
          제가 의원총회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를 못했네요.
          상임위원회나 법사위원회가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늦어질껄 뻔히 알면서 왜 미리미리 하지는 않는가?
          이런것이 거대 정당 위주로 돌아가는걸 단적으로 보여주는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효율적인 면을 생각해보면 본회의 시간을 미루는것이 큰 문제가 아닐수도있겠네요.
          • 모든 의원총회가 30분만에 끝나는 건 아니지만, 본회의 전에 하는 의총은 목적이 본회의 전에 본회의 안건을 체크하는 거니까요. 늦어질 걸 뻔히 알지만, 그렇다고 안 끝난 법사위에 참석한 의원을 빼고 의총을 열 수도 없어요. 법사위 회의가 끝나야 본회의 안건이 정해진 거니까요.
            사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교섭단체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에서 제 몫을 찾으려면 서너 배 이상 힘들 거에요. 이번은 의총 전의 상임위 회의도 지연된 거지만 2시에 열기로 해놓고 정당 의총이 늦게 끝나서 10-20분 정도 늦게 시작하는 일도 많으니까요. apple님 말씀처럼 거대정당 위주의 국회 현실입니다. 비단 의총 문제만 있는 건 아니고 그밖의 소소하다면 소소한 소외(?)랄까 열외가 빈번할 거에요. 상임위 결정되면 상임위 회의장 자리도 맨 꼴찌가 될 거거든요. 새누리-민주가 마주보고 앉고, 그 담에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위원장석에서 먼 자리로 배치됩니다... ^^;;;
            이번 안철수 본회의 출석 사건을 계기로 가능한 각종 회의들이 제 시간에 시작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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