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잡지를 버리는 일은 왜 어려울까요

책장을 새로 들여 놓을 자리는 마땅치 않지만  책은 계속 구입하고, 자리가 없는 책은 결국 방바닥에 쌓여가고...

 

책장 두 칸을 차지하고 있는 옛날 잡지들만 버려도 정리가 한 방에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씨네21이니 한겨레 21이니 하는 잡지들 버리는 게 쉽지가 않아요.

 

3년 전에 이사하면서 한 번 추린 거기 때문에 또 버릴 수 있을까 싶은데

사실 그 동안 한 번도 들춰본 적 없으니 버려도 크게 지장이 없을 그런 잡지들이죠.

 

그래서 안 되겠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잡지를 추리기 시작했어요.

 

제일 먼저 고른 잡지는 2005년도 월간지 포토넷.

사진 찍는 게 취미였던 적이 있어서 사진 잡지도 몇 권 사보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대충 휘리릭 넘겨보면서 흥미로운 기사만 찢어놓고 버렸어요. 하지만 4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책장에서 새로 생긴 공간이 크지는 않네요.

 

그 다음은 한겨레21을 보고 있는데...

아, 재밌습니다. 재밌어요!

 

2005년 5월 31일 발행 제561호 한겨레21 지면혁신특대호 기사 중 하나는

[황우석의 꿀맛나는 도전] 이라는 큰 제목 아래

"세계가 깜짝 놀란 치료용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 발표

윌머트 박사팀과의 루게릭병 공동연구 기대 걸어볼 만"이라는 소제목의 1쪽짜리 기사예요. ㅋㅋㅋㅋㅋㅋ

 

2007년도 한겨레21도 봤는데 문국현이 당당히 대선 후보로서 10월이 되면 자신과 이명박 밖에 없을 거라고 인터뷰하는 것 보고도 웃었는데

이렇게 한참 옛날의 뉴스를 보면 사람일 정말 모르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리고 영수증 끼워놓은 것도 우연히 발견했는데

2005년도 버거킹 와퍼세트가 주니어세트 아니고 와퍼세트가 5200원이었어요. 오- 착한 가격!

2005년 6월 17일에 버거킹 명동본점에서 와퍼세트 먹으면서 한겨레21을 보고 있었군요. 여기 사람도 많고 시끄러울텐데 왜 하필 여기서? 라는 의문이 잠깐 들었어요. ㅎㅎ

 

 

아, 그리고 2003년 5월 24일 토요일자 한국일보 북섹션도 발견했는데 ㅋㅋ

이 때 비소설 부문 북새통(?) 집계 베스트셀러 순위는 다음과 같더군요.

1. 화(틱낫한 저)

2. 파페포포 메모리즈

3. 톨스토이 단편선

4. 물은 답을 알고 있다!!!!!!!!!!!!!!!!!!!!!!

5. 포엠툰

6. 야생초 편지

7. 힘(틱낫한 저)

8. 곽재구의 포구기행

9.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10. 지선아 사랑해

 

10번의 저자는 여전히 꿋꿋하게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틱낫한 스님의 유행도 예전만 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확실히 4번 같은 책은 더 이상 안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쓰려고 했더니 각종 혈액형 책들이 나오고 있으므로 fail.

 

 

 

이렇게 다 지난 잡지, 신문을 꼼꼼히 보다가는 정리하는 데 천만년 걸릴 것 같지만 또 은근히 재미있어서 포기하기는 싫고...

미련스러운 성격은 버리는 것도 잘 못해서 낑낑거리고 있네요. ㅎㅎ

 

 

 

    • 몇달전에 저도 도저히 수납할 데가 없어 몇년치 씨네리 다 버렸어요. 꾸리고 버리는 것도 일이더라구요. 버릴 땐 아쉽고 왠지 미래에 꼭 필요할 일이 생길 듯 하지만 순간만 참으면 방구석이 훤해집니다.

      그런데 아직 키노랑 핫뮤직이 남았네요. ㅠㅠ
    • 평소엔 잘 안 읽어도 어쩌다가 꺼내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죠. 저는 그냥 몇 권만 남기고 정리했어요.
      '어쩌다가 손에 드는 '기회가 없으면 어차피 그걸 일부러 펼쳐 보고 싶진 않겠지 싶어서요.
      몇 권을 남긴 이유는 웹서핑하다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아쉬워져서죠. 아, 나 저거 있어 하면서 안심하려고요.

      르네상스 창간호랑 댕기 몇 년치 버린 건 아직도 아쉽네요. 바람의 나라는 연재본만 따로 잘라내서 모아뒀는데 끝내 그것도 없어졌죠.
    • 잡지를 아주 쉽게 버리는 방법.

      1.중고딩이다.
      2.공부에 관련없는 잡지이다.
      3.학교 간 사이 그 잡지는 어느 순간 고물상 어드메에 있게 될 것이다.

      제가 중딩때였어요. 게임라인(aka가메리네)라는 겜덕후들한테는 추억의 물건을 창간호부터 약 2년 분량을 사 모았었죠.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갔다온 사이에 20여권의 잡지가 사라진거에요.(참고로 게임 잡지는 은근히 두껍습니다.)

      울먹임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어머니께 여쭤보니, 손수 고물상에 팔았다고... 5000원 밖에 못 받았다고. 무게대로 주는거라서.

      권당 6-7000원 하는 잡지 20여권을!!! 헌책방에 가서 팔아도 더 받았을 터인디... 하면서 그날 하루 밥을 굶으며 단식 투쟁을 했던게 생각나네요.
      (단식 투쟁은 하루 단호하게 하면 됩니다. 길게 하는거 좋지 않아요. 현기증 나고.)

      뭐 게임 잡지 말고도 드래곤볼, 슬램덩크,타이의 대모험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각 작품당 두어번은 버려진거 같아요.

      이제는 공부와 관련 안된 이런 물건들 수집해도 아무도 안 말리지만, 정작 제 쪽에서 취미도 시들해지고, 인터넷으로 게임 정보는 다 얻을 수 있어서 안 사보게 되네요.(잡지도 정작 게이머즈인가 달랑 한권 남았고요. 당시엔 게임잡지가 4종류 정도 발행되던 호황기.)
    • 저도 영화잡지랑 패션 잡지 엄청 가지고 있는데 못 버리겠어요. 기사도 재밌지만지금 유명한 사람들의 과거가 너무 재밌다는.. 그런데 사실 거의 안 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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