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몇 명 안나왔으니까 동창회라고 하기는 좀 뻘줌해요. 한 열 댓명 왔었나? 잘 기억이 안나요.
누가 계획했는지 모르지만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동창회 였어요. 사실 동창회라는게 뭐가 특별한가요?
그냥 술이나 몇 잔 마시고, 옛날 이야기나 하는거 잖아요. 이번 동창회도 마찬가지이긴 했어요.
이 술집 저 술집을 옮기다가 마지막 코스가 우리 다녔던 고등학교 교문 앞이라는게 우리 계획이었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에 삼겹살 집에서 왁자지껄 떠들다 치킨 집으로 옮기자, 갈 놈들은 가더라구요.
계획이 흥미로운 녀석들만 남아서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최근에 없어진 경춘선을 마지막으로 타보자며, 맥주와 소주를 들고 몰래 먹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웃었어요.
까페로 가서 새벽의 노곤함을 달래다가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다시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사이다, 오징어 땅콩, 육포를 샀어요. 교문 건너편 인도에 앉아 넷이서 맥주와 사이다를 섞었습니다.
밤새 아침까지 떠드니 참 할 말 없더라구요. 피곤하기도 하구요.
십 몇년 전에 입었던 그 교복을 입고 학교로 들어가는 애들을 보면서, 조용히 맥주와 사이다가 1:1 비율로 섞인 흐물거리는 종이컵을 홀짝였어요.
셋 다 어찌나 묘한 눈빛을 하고 앉아있던지, 저까지 넷이었겠네요. 아침이 되어서야 참 동창회 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동창회에 가면 항상 기억을 공유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과장 된 제스쳐 앞에서 그 기억의 싱싱함은 푹 죽어버리더라구요.
그저 기억 나는구나. 에서 끝나버리기에는 많이 부족하잖아요.
근데 며칠전 아침은 안그랬습니다. 넷이서 뭐 같은 기억을 공유하진 않았겠지만요. 작업 때문에 밤의 노곤함을 버티다 보니 며칠 전이 생각나고, 십 몇 년전이 또 생각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