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들국화 '제발' -나는 너의 인형이 아니잖니

 

 

서태지가 들국화의 오래고 열렬한 팬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알겠죠.

 

 

네이버에 기고한 '나를 키운 록음반 Best 5'에서 첫째로 들국화를 뽑은 것은 물론이고

2004년에 최수종쇼에 나왔을 때 전인권씨가 서태지에게 "네 멋대로 살아라"라고 말해주는 영상을 보고

내 우상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니 감격해서 소름이 돋는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이쯤에서 읽고 넘어가는 서태지의 글. 네이버의 Musician's choice #1 서태지. 입니다.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080310

 

   

서태지가 선택한 첫 번째 키워드 <꿈, 다짐> : 들국화의 1집 [camomile]

 

 

85년 학교 밴드를 결성하자마자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의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들국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멤버 5명 모두가 우리 집으로 모여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행진'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연주하고 따라 부르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먹고 또 연주하고. 그리고 밤이 깊어야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고 내일 또 있을 들국화 합주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당시 연주력의 한계에 도전하던 Metal 음악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열혈 메탈 키드였던 내게 들국화는 더 큰 세상을 열어주었다.

들국화? 나는 이런 기운 빠지는 음악은 딱 질색인데. 근데 왜 어느덧 자꾸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거지?

한 바퀴, 두 바퀴 테이프가 돌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요동치는 심장에 심히 난감해했다.

이럴 리 없는데. 이거 무슨 마약이야? ㅠ 

 

 

그 후 난생 처음으로 들국화의 공연장을 찾기 시작했고

음반으로도 벅찼던 그 소리들.. 전인권의 정제되지 않은 울림을 무려 라이브로 듣고 최성원의 섬세한 감성의 환청을 경험했다.

또 모든 멤버들이 두각을 보이며 만들어내는 하모니.. 진정한 밴드 음악이 거기 있었다!

 

 

호러물도 아닌데.. 두 시간 동안 소름 돋은 팔을 비비며 울고 웃다 돌아왔다.

내가 그때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꿈같고 너무 감사하다.

방송을 타지 않고도 언더그라운드로부터 매니아층을 들끓게 해 주류로 올라와 폭발해버린 이 에너지는 이전 경험한 적 없는 들국화의 힘이었다.

최고로 멋졌다. 다 필요 없다! 음악이 좋으면 뭐든 가능하다! 라는 단순 진리를 체험했다.

 

 

대한민국 100대 명반 1위는 완전 타당하다!!

만세!! 내 소년기에 음악의 꿈과 다짐을 준 아련하지만 뚜렷한 기억.. 이름도 예쁜 들국화.

 

 

 

공식적인 글은 저렇게도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2003년도에도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성명서-나름 명문-를 신해철에게 대독시킨 적도 있었죠.

팬들에게는 온갖 닭살 애교를 부리지만요.

근데 새삼스럽게 들국화가 왜 떠오르냐 하면요.

 

작년 12월 31일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하야 그가 200문 200답을 작성한 적이 있어요.

그 때 한 팬의 물음 ' 요즘 즐겨들으시는 음악은?' 에 들국화의 '제발' 이라고 답을 하더라구요.

이 노래가 요즘 자꾸 머리에 휘돕니다.

 

지금 서태지가 결혼으로 팬들에게 홍역을 앓게 하고 있거든요.

자기 스타가 모습도 4년 동안 안 보이다가 갑자기 결혼하는데 충격받지 않는 팬들이 어디 있겠냐만 워낙 그동안 끈끈했기 때문에 충격도 핫하게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팬들의 서태지에 대한 사랑이 집착으로 보일 것도 같다 싶기도 하네요. 그래서 '제발' 노래 가사에 많이 감정 이입을 하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서태지 자신이 자신의 연인에 대한 사랑을 제발이라는 노래 가사를 들으면서 반추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들국화-제발

제발 그만해둬
나는 너의 인형은 아니잖니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봐
눈을 들어 내 얼굴을 다시봐
나는 외로워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뿐야
제발 숨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봐


제발 그만해둬
새장 속의 새는 너무 지쳤어
너도 알잖니
다시 생각해봐
처음 만난 그 거리를 걸어 봐
나는 외로워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뿐야
제발 숨막혀 인형이 되긴
제발 목말라
마음 열어 사랑을 해봐

.... 

 

음악에 기계적인 완벽성을 추구한다는 평가를 주변에서 받는 고집쟁이 서태지가 들국화를 현재 듣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듀게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끄적거렸습니다.

 

참, 작년에 들국화가 놀러와에 나왔을 때 유재석도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훔친 적이 있었죠.

둘이는 같은 72년생. 같은 시대를 보냈고 같은 정서를 공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은성양은 죽어다 깨어나도 모를 걸, 아마?

휴우...

 

 

    • 서태지의 작업세계(음악세계라고 하면 안티들이 가끔 거품물고 달려드니 이렇게 요즘은 씁니다. 쿨럭)를 구성하는, 혹은 영감을 준 두 축은 마이클 잭슨과 들국화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서태지가 영향받은 두 축은 마이클 잭슨과 스매싱 펌킨스라고 합니다. 들국화랑 음악적인 접점은 없죠.
    • 음, 참고로 서태지 자신이 꼽은 '자신을 키운 록음반'은
      들국화, 시나위, 메탈리카, 머틀리 크루, 핑크 플로이드 입니다.
    • 다만 아쉬운 건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 발매당시 참여요청을 거부했고 노무현탄핵반대집회를 비롯한 이런저런 집회의 참여요청도 거부했고 뭣보다 단 한 차례도 투표에 참여한 적이 없단 거란 말이죠..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냐 해놓고..
      • 오, 많이 아시는군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니 정현철이 잘못했네요.
    • 서태지씨가 제발을 부른다면 이 걸 답가로 들려주고 싶네요.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팍팍 짤렀냐 니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팍팍 찔렀지~

      비정상적인 팬덤분위기를 만든건 쌍방과실이에요. 피터팬질로 유사연애한거죠.

      서태지씨는 제발보단 마스터 오브 퍼펫이 어울려요.
    • 서태지 팬덤이 등을 돌리기라도 했나보죠? 태지팬들은 좀 안그럴거 같았는데? 갸우뚱....
      (주변에 1992년부터 주욱 좋아라하던 사람들은 다들 그런갑다...하는 반응이라 정말 의외네요)

      은둔하고 폐쇄적인 사람이 세상을 향에 말을 거는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이 노래라는 것이 그렇게 이해되기 어려운걸까요? 전 너무도 쉽게 이해가 되는데....(사회적 참여문제에 대한 불만의 댓글을 보고 든 생각)
    • 이 노래가 이런 식으로 이용(?)될 수도 있군요. 개인적으론 좀 유감이네요.
      • 군가 같은게 아니고서야....같은 노래라도 다 자기만의 사연과 의미로 되새기게 되는거죠.



        자신과 다를 뿐이다....라는
      • 전 저 노래가 서태지로부터 인용되니까 좋던데요...개인적으로 다른 인연, 다른 감상..
    •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남는 거죠, 하나 불만인 건 텀이 너무 긴 거 이젠 10년마다 나올 기세
    • 은둔하고 폐쇄적인 사람이라도 투표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본문 끝부분이 참 거시기 하네요.
      • 제가 써놓고도 거시기합니다. 나는 서태지와 그 80년대 정서를 공유해, 마누라라도 그건 모를 걸. 라는 자랑이자 허세이며 쓸데없는 짓이죠. 허허.
        • ㅋㅋㅋ 팬으로의 부심과 질투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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