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잡담

성격이 소심한 데가 있나봐요

물건을 샀는데 하자가 있으면 교환/환불을 요청하는 게 보통이잖아요

윈도우 쇼핑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뽀로로 그림이 귀여운 요플레를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포장이 불량

너무 더워서 산 데까지 가기도 귀찮을 때에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를 넣었더니 공손한 목소리가 죄송하다고 하면서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소액이지만 상품권을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불량 제품은 구입처에서 교환해서 새로 받으라고도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겁니다

나는 그냥 마트 다시 가기가 귀찮았을 뿐이었는데


더운 날 닭 손질이 귀찮아서 손질닭을 샀는데

닭 날개가 제대로 안 뽑혀 있고 표면이 영 더러운 겁니다

그냥 털 뽑고 손질 좀 하면 되는 일이기는 한데 가격을 생각하니 조금 부애가 나서

또 전화를 했어요

그냥 불평/잔소리 좀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공손한 목소리가 또 깍듯이 죄송하다고 하면서 

공정 상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공장에 확인해서 시정 조치 하겠다고

그리고 죄송한 마음을 담아서 자사에서 생산되는 통조림 세트를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당황해서 안절부절

아아, 뭐 규정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요 라는 식으로 어물어물 대답했던 것 같아요

매우 민망하고 좀 미안하고.... 

딱히 뭘 바라고 전화 한 건 아니었는데요

그 순간에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덥썩 감사합니다 할 수도 없고, 저편에서 사과를 하는데 더 화를 낼 수도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란 수동적 약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사이에 연달아 그러고 났더니 조금 헷갈렸습니다

    • 저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전화했다가 상대방이 친절하게 응대해오면 몸둘바를 몰라요
      백화점 모매장..너무 불친절해서 이메일로 컴플레인 하고 담당자 친절한 이메일에 연이어 전화가 왔는데 소심해서 받지도 못하고 -0-
    • 때론 저렇게 때우고 넘어가는구나 싶을때도 있어서 괘씸해지기도 해요.
    • 그 쪽은 컴플레인에 따른 보상 규정이 정해져 있습니다.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정해진 보상을 받는다 라고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 Apfel / 당연히 애초에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게 최선이기는 하지만, 어느 과정에서건 100%는 불가능하기에 아주 조금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때 최선의 대응이 따라오면 그걸로 충분 한 것 아닐까요.
      저정도조차도 괘씸하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 대응을 받아야 만족하실런지 좀 궁금해 지네요.
    • stationarytraveller/ 전에 아이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때 꽤 중요해보이는 문자메시지를 확인조차 못하고 날려먹은적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아이폰 센터에 전화해서 복구 방안 묻는데 그 애플 센터 특유의 경쾌한 톤의 대응 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죠.
    • 얼마전에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를 안 하고 그냥 지나가서 시청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솔직히 답변이 올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버스회사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죄송하다며 무단정차했던 버스를 확인하고는 버스 기사가 직접 사과 전화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는데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러실 필요 없다고 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주십사하고 끊었습니다. 어쩐지 내가 잘못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항의도 하는 사람이나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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