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서 볼수 있는 동물 중 가장 억울한 동물..
... 은 거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전에 지인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갔더니 조그마한 거미 한마리가 부엌 식탁 언저리에서 벽을 타고 있더군요. 어릴 적엔 심지어 바퀴벌레도 손으로 잡았으나 커가면서 그 원초적인 두려움에 눈을 떠 곤충/벌레류만 보면 혼이 달아날 지경이라는 이 양반은 어서 저 거미를 잡아 달라고 저에게 부탁(이라고 쓰고 절규)을 하더군요.
어서 휴지 한장을 뽑아서 그걸로 확 덮쳐서 잡아버린 다음 똘똘 뭉쳐 창밖에 던져 버리기를 원하는 지인을 보면서, 거미란 동물은 참 억울하겠다 싶었어요. 각종 다른 벌레들을 잡아 먹어 도리어 이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인간에게 해로운 짓이라고는 고작해봐야 약간의 미관상의 문제 정도인데, 많은 사람들은 거미를 보면 달려들어 그 갸냘픈 목숨을 그냥 짓이겨 버립니다. 어떨땐 천둥같은 고함이나 기절할듯한 비명도 곁들여서.
로버트 풀검 영감님 책에서 읽었던 거미와 숙녀 이야기나 샬롯의 거미줄 이야기도 머리에 떠올리면서, 휴지를 뽑아 최대한 다치지 않게 주의하면서 포획하려고 했으나.. 행인지 불행인지 그 조그만 거미는 제 엉뚱맞은 손을 벗어나 구석으로 자취를 감춰버리는데 성공!!!
거미하나도 처리 못하느냐는 핀잔에 대항하여, 거미가 사실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 설득하려 했으나.. 어제 문득 생각이 나서 그 거미 다시 봤냐고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얼마전에 발견해서 집밖으로 쪼차 냈다고 하는 답을 들었습니다.
몸이나 온전하게 나간걸까 궁금했지만, 무서운 답이 돌아올까봐 차마 더 이상은 묻지 못했습니다. 부디 어느 구석에서든가 잘 지내고 있기를.. 설마 손님(?) 안드는 길목에 그물치고 앉아서 "이러다 산입에 거미줄..." 운운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거미 싫어하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그래도 거미는 억울하답니다. 어디서든 이 동물을 만나시면 징그러우시더라도 손속에 여유를 두시어 부디 자비를 베푸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