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히려 사이트 폐쇄가 가장 우회적이고 일베 회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장 덜 침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일단 일베라는 사이트가 표방하는 가치관이 관용의 대상이 될 가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인데 저 가치관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양립할 수 없다는 데에 (물론 여기에도 이견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합의가 이미 된 상태라고 전제하자면
사이트 폐쇄는 개중에서 가장 우회적이고 기본권 주체(일베 회원들을 말하는 겁니다)의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 아닙니까?
어차피 개개인의 인터넷 엑세스권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니까요. 그 사람들은 그냥 다른 커뮤니티, 다른 게시판에 옮겨가서 예전과 똑같은 발언을 계속 이어나가면 그만입니다. 그 이전에 제대로 된 커뮤니티라면 운영자 권한으로 강퇴당하고 게시물 삭제 크리를 맞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건 아니죠. 블로그를 만들어도 되고 트위터도 있습니다. 일베를 폐쇄하는 전례를 남기면 반정부 사이트를 탄압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될거라는 의견을 보았는데 글쎄요, 제겐 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미끄러운 내리막길 논증인데 제가 보기엔 소극적 안락사의 법제화가 적극적 안락사 허용으로 이어지고 이게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과 경제적 무자력자에 대한 의료살인으로 이어질거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사이트 폐쇄없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란 강력한 방법이 있긴 한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혐오발언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지도 (차별금지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라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 하죠. 벌려놓은 짓이 있으니 운나쁘게 누구 하나 꼭 찝어서 건드린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특정되지만 않으면 아무리 혐오스럽고 강도높은 혐오 발언도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문제는 사이트 폐쇄를 명할 수 있는 근거법률이 있냐 하는 거군요. 이 부분을 제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정보통신법이든 어디든 근거법률이 있다면 사이트 폐쇄는 차별금지법이 없는 현 시점에서 매우 적절하게 공권력이 일베 사태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