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보다 더 위험한게 물타기죠

일베가 어느날 갑자기 생긴게 아닙니다. 정사갤, 합필갤을 위시한 디씨의 전라도혐오+반민주당 책동의 연장선상에 있죠. 자칭 애국보수들이 '빨갱이가 장악한 인터넷에서 총반격하자'고 갑자기 으쌰으쌰 힘모아서 만든 세력이 아니에요. 나름의 유구한(?) 흐름이 있습니다.


디씨 자체가 완전히 시들해지고 컨텐츠 생산력도 상실해서 발길 끊은지 오래라 요즘도 그러고 노는지 모르겠는데.. 일베가 부상하기 전까지 소위 정사충들의 행태나 온갖 합성사진과 플래시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졌던 걸 보면 지금 일베에서 하고있는 짓거리가 이미 그때 절정을 쳤습니다. 5.18 간첩폭동 타령이니 노무현과 김대중에 대한 능욕 죄다 그 시절부터 폭발적으로 양산됐죠. 


그런데 일베와 디씨 꼴통들의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확장성이겠죠. 디씨의 경우 계엄군의 광주학살을 홍어를 말린다는둥 전장군의 땅크가 어쩌고 하는 개소리들이 밖으로 뻗질 못했습니다. 아, 침공해서 정복(?)에 성공한 예가 하나 있긴 하네요. 이글루스요. 그 외엔 그냥 그 안에서 낄낄대고 노는 정도였지, 애초에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너무 질이 나빠서 공감을 얻기가 힘들었어요. 다만 디씨 자체는 완벽하게 오염됐죠. 도대체 정치나 역사랑 무관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같은데서도 아무렇지 않게 전라도 탱크드립이 횡행했으니까요. 청정갤 드립으로 쉴드를 치는데, 딱히 청정갤과 오염갤이 나눠진게 아니라 '사람이 많은 갤러리'는 다 그 모양이었습니다(리즈시절 스갤의 화력이야 아는 사람은 다 알죠)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치가 떨리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양산됐어요.


근데 일베는요? 글을 여러번 썼지만 일베충들이 구사하는 전략은 정색빨고 토론하는게 아닙니다. 개중에는 사료를 찾아서 논거를 대는 성실한 부류도 있지만(물론 수법이야 뻔하죠. 취사선택+아전인수) 어린애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건 모든 오물투척을 재미난 유희로 포장했다는데 있죠. 진지한 일베충, 신념(?)으로 무장한 일베충이란건 원래 흐름에서 생겨난 부산물에 불과하고, 선후인과가 전도된 겁니다. 일베에 대해 일부드립이 거짓말이고 '보수 커뮤니티'라는 정체성이 허구라는 증거가 이겁니다. 


사람을 설득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인격과 사고를 오염시키자면 놀이로 접근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게 없습니다. 사람이 조갑제나 지만원처럼 망가질 수는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양심이란건 저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놀이가 되면 그 모든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죄책감도 없습니다. '씹선비 정색빠네'한마디로 모든 진지한 반발이나 논의가 무마되고, 더 자극적이고 더 악랄할수록 격려받는 놀이문화 속에서 오염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조직적 배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에 듀게에서조차 이명박 촛불시위 드립을 치며 격렬하게 반응하던데, 사실 그런 의혹이 왜 나오는지부터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체계적이거든요. 그저 찌질이들의 자연발생적인 장난이라기엔 말이죠. 진지하게 논거를 대며 궤변을 일삼는 성격의 커뮤니티라면 딱 그 안에서 논의가 돌고 확장이 안됩니다(그런 사이트는 비단 극우뿐만 아니라 좌파쪽에도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일베만은 그렇지 않았죠. 역사적 사실을 심지어 언어 그 자체를 오염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전술이 구사되고 그건 엄청나게 먹혀들었어요. 스물몇살 먹은 여자애가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서 민주화드립을 칠 정도로 진행이 됐으니까요.


일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중 하나인 전라도혐오와 여성혐오라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자야 역사 자체가 유구한 것이고 후자는 욕구불만 찌질이 젊은 남성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거니까(일베타령 이전에 남vs여 구도의 치졸하고 구역질나는 논의들은 그토록 일베를 혐오하는 엠팍에서도 다반사로 등장합니다) 사람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랄 수 있죠. 큰 커뮤니티에는 별의 별 인간이 다 모이는 법이고,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오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이슈가 된 5.18 문제처럼 역사 그 자체를 공격하고 왜곡하며 그걸 대중의 인식속에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프로세스는 저절로 생겼다기엔 너무 치밀하고 질이 나쁩니다. 


특히 위험한건 그런 전술의 타겟이 '애들'이라는 거죠. 교육현장의 역사교육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고.. 애들의 언어가 오염되고 애들의 인식이 왜곡되고 애들이 책동에 동조하면 정말 미래가 없습니다. 정색빨고 토론하는 문화로는 애들을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부담없이 다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는 놀이가 애들을 한패로 만듭니다. 생기는 대로 욕망을 배설하고, 나오는대로 말을 지껄이고, 옳고 정의롭다고 교육되는 가치를 근본에서부터 전복시키는 '짜릿한 유희'의 중독성은 대단하거든요. 옛날 엽기문화가 유행할때의 인터넷 반골성향이란건 '지금의' 권위에 도전했지만, 일베충의 놀이문화의 타겟은 '가치' 그 자체입니다. 학교에서도 제대로 안가르치니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민주주의가 중요하고 독재가 나쁘다고 주워들으면서 자랐는데, 어라? 그게 다 거짓말이고 빨갱이 간첩의 책동이라고? 남녀평등 남녀평등 해서 말은 못해도 은근히 불만이 있었는데 뭐? 계집들은 다 보슬아치고 한국여자들은 전세계에서 제일 악질이라고? 똑같은 인종 똑같은 민족 똑같은 말을 쓰는 같은 나라 사람인데, 뭐? 한반도 서남부에 빨갱이들에 동조하는, 남 뒤통수 잘치고 비열한 족속이 살고 있다고? 우와!


한마디로 일베라는 사이트가 벌여온 짓,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는 대단히 위험하단 얘깁니다. 이 한마디면 될것을 장황하게도 썼네요. 


물론 한쪽으로 우르르 쏠리는 듯한 분위기에 본능적으로 반감을 느끼고 거기서 왠지 가운데(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서야 내가 잘나고 이성적으로 보일 거 같다, 라는 흔한 심리는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물타기 양비론으로 잘난척하고 회색지대에서 거들먹거려도 될법한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습니다. 일베는 후자에요. 특히 역사 자체에 대한 공격은 적성국 공작원의 테러 이상으로 체제 그 자체에 대한 위협입니다. 북한 간첩얘기에는 단 한사람도 빠짐없이 애국자가 되서 주먹을 불끈 쥐면서, 정작 외부도 아닌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체제에 대한 공격에는 어찌 그리도 관대해질 수 있는지요. 민주주의 정체 하에서 관용과 대화가 가능한데, 민주주의 정체 자체를 난도질하는 작당에 대해서 어떤 관용이 가능합니까? 쓰레기통에서 꽃피우듯 독재 물리치고 민주화 이뤘다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민주항쟁 자체를 간첩폭동으로 만드는 책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뒤로 숨을 수가 있을까요? 한 국가 안에서 통합은 고사하고 마치 나치의 우생학처럼 '특정 지역의 혈통'이 인격과 행위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관용을 베풀어야 할 대상입니까? 이런 모든 극악무도한 사고가 유희의 탈을 쓰고 재생산되서 애들부터 오염시켜나가는 전술을 체계적 조직적으로 구사하는 어떤 인터넷 사이트가 용납될 수가 있나요? 사람들이 들어가보지도 않고 들어갈 수도 없는 적국의 유치찬란한 체제선전 사이트는 무섭고 혐오스러운데, 정작 내부에서 고름을 흘리며 썩어들어가는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나요?


옆나라에서 침략전쟁 정당화한다고 '와 저 나라 국민들 역사의식은 큰일이네 자라나는 세대가 뭘 배우겠어'라며 혀 차고 경멸할 처집니까 지금 우리가????



    • 전 그냥 그런 사람들 보고 쿨병걸렸다고 생각 하렵니다. 누구든지 외칠 자유가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예의차려 외쳐준거라 뭐라 못 하시겠죠.
    • 이 문제에서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참의미를 이야기하는 분들을 보면...영화 28일후 처음에 나오는 동물운동가들이 생각납니다. 취지는 좋은데 결과는 지구급 민폐였죠.
    • 쉴드치고 싶은데 핑계댈 논리가 없으니 표현의 자유의 법적 개념이 뭔지도 모르면서 들고 나오시는 분들이 많네요.
      양비론이라는 말조차 아깝습니다. 계속 이런다면 공범이 되고 싶은 거라고 봐야겠죠.
    • 관대하신 분들은 아직 일베의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지금 일베의 영향력은 장난이 아닙니다. 저는 특정인을 모욕하는 거야 개인의 자유고, 걸리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쪽에는 관심도 없구요. 진짜 심각한 건 518에 대한 왜곡이에요. 민주화의 반대말은 산업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민주화에 대한 부정적인 뜻이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 청소년들이 크면 20대가 됩니다. 그때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요? 이러다가 한 5년 후에는 518폭동설이 정당화될까 두렵습니다. 지역혐오, 여성비하, 특정인 모독 다 쓰레기지만 이건 저에겐 문제가 되지 않아요. 문제는 헌법 제1조를 부정하는 사회분위기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일인거죠. 민주주의의 의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 조직적인지 아닌지는 광고 다 끊기고도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 양비론은 둘 다 옳을 때 쓰는거죠.
      한쪽이 옳고 한쪽이 틀렸으면 틀린 쪽을 보고 네가 틀렸어라고 말해야 바로잡힙니다.
      둘다 틀리다고 하면 양비론 자체도 틀려버리게 되니 무의미해집니다.
    • 벌레들이야 그렇다 치고 물타기를 하는 이들은 객관적이라도 되는 듯이 같잖은 착각들을 하던데 그릇된 것을 그르다 말 안하는/못하는 비열한/멍청한 족속일 뿐이죠
    •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똑같은 증오라느니 무섭다느니 얼척없어요.
    • 사람 욕하기 참 쉽군요..
    • 잔인한오후/순서를따지자면파쇼니 좌나우나 똑같다느니같은 이야기가먼저나와습니다만
    • 메피스토_ 제가 했던게 물타기였는지 뭐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뭐, 전 표현의 자유 때문에 일베를 공권력으로 폐쇄하지 말자는 논리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윗 분들이 하시는 말이 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그렇게 길게 논의를 했던 것들이 물타기라는 이름으로 정리되고 그런 주장을 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쉽게 말하는 걸 보니 속이 쓰리네요.

      그러한 논의들이 [계속 이런다면 공범이 되고 싶은 거라고 봐]야 된다던가, [객관적이라도 되는 듯이 같잖은 착각들을 하든데 그릇된 것을 그르다 말 안하는/못하는 비열한/멍청한 족속일 뿐]이라던가 [얼척없]다던가란 욕을 먹어야 되는지 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다들 원하시는대로 한동안 여기에 대한 다른 논제를 내놓진 않을듯 합니다. 너무 피곤하네요.
    • 생각해보니 양비론을 편 사람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냥 좀 사회.역사적 개념이 없거나 얄팍한 사람들이 있었을 뿐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존재들이죠. 이건 중립이나 회색하고도 다른 것입니다. 기회주의와도 다른거구요.
      그냥 결과적으로 물귀신처럼 늘상 특정한 편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오던 그런 존재들이죠.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또 스스로 인식도 못하면서 일베 혹은 일베적 현상에 부역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웃기는 비극입니다. 이런 배역은 굉장히 오래된 클리세입니다.
    • soboo_ 왜요, 그런 주장했던 분들의 닉네임을 나열해서 확실하게 하시지 않으시고.. 자기 자신은 사회.역사적 개념이 충만하고, (예를 들어) [잔인한오후]님은 개념이 없거나 얄팍하고, 라고 말하면 명쾌하고 좋잖아요. 일베 혹은 일베적 현상에 부역하고 있다는 것이 (예를 들어) [잔인한오후]의 웃기는 비극입니다, 라고 말하거나요.
    • 잔인한오후/
      죄송하지만 이 글 어디에도 잔인한 오후님을 저격하고 있는 글은 없습니다.
      유치하게 순서를 정하자면, 일베를 비난하는 글 몇개가 올라오고 거기에 선을 넘은 글이나 리플 몇개가 있다고해서 그것에 양비론에 입각한 파쇼 및 몰아가기 딱지가 붙은게 먼저입니다. 물론 그런 양비론에도 구체적인 닉네임 거론따위는 없었죠. 그러니 이런글에서 그런 배려를 기대해야할 이유는 없을것 같습니다.
    • 메피스토_ 제가 제 이름을 넣어본 이유는, 그리고 제 자신을 그 대상으로 넣어본 것은 제가 저격을 당했다는 가정하 보다는, 듀게의 누군가를 대상으로 들으라고 이 글과 댓글들이 쓰여졌다는 것을, 대상을 확정하여 가시화시켜본 것 뿐입니다. 누가 먼저인지가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고, 제가 글을 다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파쇼 및 몰아가기 딱지]라는 것에 대해 서술하던 사람들이 감정을 섞거나 상대를 무지성적으로 서술했던 게 있었는지 전 모르겠군요. 제가 이 글과 댓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라고는, '일베를 보고 우리(?)와 동등하게 분노하지 않거나 같은 논리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 쪽 취급하거나 그보다 더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해체 감정입니다.
    • 혐오라는 감정이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유의미하지만 일베나 반일베나 파쇼의식을 근원에 둔 점에서는 똑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솔직히 좀 어이가 없더군요. 어르신들이 빨갱이 잡겠다고 부탄가스 들고 나온 거랑 옛날 학생들이 반독재시위하며 화염병 들고 나온 거랑 똑같이 폭력적이라고 말하는 거 보는 기분;; 스스로를 이상주의자 혹은 나이브한 사람으로 포지셔닝하시는 거 같은데 이상주의적인거랑 그냥 타인을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러운 거랑은 다른 얘기죠. 토론에서 점잖은 말로 상대방의 주장을 박살내는 행위도 폭력적이라면 폭력적인건데요.
    • 잔인한오후/
      순서를 굳이 집어넣은건 억울해하실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였을 뿐입니다.

      양비론 비판 글들은, 길거리 양아치들끼리 뭘쳐다봐로 시작한 주먹다짐에 양쪽다 똑같다...식의 접근은 유효할지 모르지만 한쪽이 멀쩡히 길가다가 똥물을 뒤집어쓴 상황에서 시작한 주먹다짐에 양쪽 다 똑같다 식으로 접근하는 주장은 꼴보기 싫은 무리수라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잔인한오후님을 타겟으로 삼는것 같지는 않군요.
    • 100% 표현의 자유란 허구일 뿐입니다. 인간 이하의 모욕을 일삼는 것들한테 무슨 표현의 자유씩이나. 정부가 나서서 게시판을 없애버리는 건 과하지만 (그렇게 할 리도 없고요) 도가 지나친 것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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