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는 사도세자를 왜 그런 방식으로 죽였던 걸까요

어제 zzz님의 글을 읽고 정말 멘붕이 오더군요. 역사지식이 일천한터라   정신이상이 좀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당파싸움에 희생양이 된 불쌍한 왕자인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100여명을 죽인 사람이었다니..   궁인들과 자기아내에게 자기가 막 죽인 내인의 목을 보여주는  혜경궁의 묘사를 링크된 글에서 읽고  악몽까지 꿨답니다. 


"당번내관 김한채라 하는 것을 먼저 상하오셔 그 머리를 들고 드러오셔 내인들에게 회시하오시니 내가 사람의 머리 버힌 것을 보앗으니... " "


그건 그렇고, 예전에도 생각해봤지만, 영조는 왜 굳이 뒤주에 가두어죽인 방법을 택했을까요 ? 정말 그렇게 사이코패스경향이 보였으면 일찍 폐세자하던가, 아니면 나중에라도 하고, 죄가 무거웠으면 사사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그나마 정도였을것 같은데 말이죠.


뒤주방식을 택한 탓에  사도세자도 정말 괴롭게 갔겠지만, 어린 정조와 그밖에 궁안의 사람들도  죽을정도로 괴로운 며칠간 이었을것 같아요. 




    • 사도세자가 폐소공포가 있어 가장 고통을 주는 방식을 택한 거 아닐까요? 근데 뒤주가 아니라 작은 방이었단 얘기도 있고, 만약 후자라면(역시 끔찍하지만) 특수한 경우도 아니죠. 종종 사용되던 방식.
    • 그런다고 죽을 줄 몰랐지...설을 주장하는 분 봤음. 왠지 그럴 듯.
    • 영조에게도 정신병이 있었다는 설이 있지요.
    • 세자의 명예 때문입니다.
    • 부연하자면,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신체 훼손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 것은 사형수에 대한 가장 큰 예우였습니다. '신체발부수지부모'니까요. 그래서 임금이 내려주는 사약이야말로 영예로운 죽음이었고, 사극에서 보듯 사약을 받는 이들은 임금이 '고귀한 죽음'을 맞이하게 배려해 준 것에 감사하며 독약을 들이키는 것입니다. 사약>교형(목졸라 죽임)>참형(목베어 죽임)> (...) >능지처참 순으로 사형의 등급이 존재했고, 이는 고통의 크기 순이 아니라 신체의 훼손 정도에 따른 구분입니다.

      사도세자가 순순히 사약을 받을리도 없었으니, 몸에 칼을 대거나 목을 조르는 대신에 천천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죽는 자가 받는 고통'을 기준으로 삼는 오늘날의 눈으로 보자면 더 끔찍하게 여겨지는 방식이겠지만, 영조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인(응?) 선택이기도 했겠죠. 대리청정까지 했던 한 국가의 왕세자, 자신의 맏아들, 그러나 죽일 수밖에 없는 죄인에게 가장 큰 자식사랑(네?)을 베푼 셈입니다.
    • 영조가 그렇게 아들 죽인 것을 엄청 후회했다고 하죠. 그런데 영조만 그런 게 아니라 조선 왕들 중에 싸패 수준의 성격이상자들 많아요. 중종은 경빈 박씨와 그 소생 장남 사사시키고, 경빈 박씨 몸에서 낳은 딸을 궁 밖으로 내쫓았죠. 그 딸이 거지로 길거리 떠돌면서 살았는데도 신경도 안 썼다고 합니다-_-; 사도세자 죽음이 유난히 비극적으로 왜곡/부각된 것은 몇몇 정조빠 사학자들과 텔레비전 드라마 덕분이죠. 사도세자보단 소현세자 쪽이 훨씬 비극적이고 억울하고 의문스런 점이 더 많은데...
    • 영조가 미리부터 사도세자의 행각을 알았던 건 아닙니다. 살인에 관해서는 뒤주에 가두기 20일 전쯤에 고변이 올라왔고, 뒤이어 반란 모의를 포함한 각종 의혹들이 꼬리를 물다가, 사도세자의 생모마저 세자를 죽여야 한다고 고하면서 폐세자와 처분을 결심한 겁니다. 영조가 폐세자를 특별히 질질 끌었던 것도 아니고, 세자의 행각을 영조만 모르고 주변 사람들은 다 알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조는 처음에는 칼을 주고 자결을 명했습니다. 세자도 자결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정조와 신하들이 말리는 바람에 그날은 넘어가고요. 그런데 영조는 다음 날 새벽같이 나와 세자를 감옥에서 꺼내 뜰 한가운데 뒤주에 가두라고 명합니다. 이미 세자 문제에 한해선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지라, 간밤에 안 보이는 데 가둬놓았던 것이 불안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랬는데도 왕명을 어기고 뒤주 속의 세자에게 음식물을 건네는 사건이 발생하고, 밤을 틈타 세자가 도망갔다가 붙잡혀 오는 일도 생깁니다. 그래서 영조는 직접 뒤주의 구멍을 막고 세자가 굶어 죽을 때까지 뒤주 곁을 떠나지 않았던 거죠.

      영조에게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굶겨 죽여야겠다.'라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어쨌든 영조의 분노와 불안이 에스컬레이트되고 있었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뒤주 속의 세자에게 미음을 건넨 것, 뒤주에서 도망시켰던 것이 영조의 결심을 확고히 해서 사도세자를 제거하려는 자의 음모였다는 소설도 있는 실정이죠. 특별히 영조에게도 평소 광증이 있었다고 보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얼마든지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 예전에 택시 타고 가다가 KBS 라디오인가? 한 10분 정도 한중록 강연하는 걸 들었는데, 사도세자가 비내리는 야밤에 하수구를 통해 군사를 이끌고 나갔다, 라는 대목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영조를 부르며 살려달라 빌었다는 대목까지 였습니다. 저도 사도세자가 사이코패쓰인 건 첨 알았네요.
      사도세자가 군사를 끌고 비내리는 밤에 하수구를 통해 나갔다가 돌아온 건 영조의 명으로 가택감금 상태였는데 갑갑증을 못이긴 탓이라고 강사가 설명한 것 같은 데 살짝 자신이 없네요. 영조의 귀에 사도세자의 행각이 귀에 들어가기 시작한 시점인 모양입니다. 에초에 사도세자는 사이코패스로서 영조 역시 죽일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이후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자진을 명합니다만, 사도세자는 그 시점 부터 죽을 때까지 억울하다, 죽고 싶지 않다,란 말을 끝까지 반복했다고 합니다. 어제 새로이 알게된 사이코패스 사도세자를 생각하면 놀랍고 무섭기 그지 없네요. 몇번인가 자살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사도세자는 죽지 않았습니다. 사도세자가 명을 받긴 했지만 죽고 싶지 않았던 데다 사도세자 주변이 그를 죽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바위에 머리를 찌으려 하면 얼른 몸을 날려 세자의 머리와 돌 사이에 손을 끼워 넣고 그랬다는 군요. 또 다른 사례도 들었는데 신하들이 멸문을 피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이 하도 강렬해서 다른 예는 잊어버렸네요.
      자진을 명했음에도 억울하다, 죽고 싶지않다고 하고 있는 세자를 영조가 불러 들이고, 그 뒤로는 아시는 바와 같이 사도세자는 뒤주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 뒤주는 군사를 먹이는 쌀을 넣어두는 것으로, 영조가 직접 그걸 가지고 오라는 명을 내렸다는 군요. 당시 일반적인 뒤주는 작아서 사람이 들어갈수 없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군용 특대 뒤주를 (가물합니다만 서울 외곽의 멀리 있는 군대에 명해서 가져와서) 썼던 것이지요.
      뒤주 속에서 사도세자는 아버지를 목놓아 부르며 살려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간간히 뒤주에 손을 넣어 죽었는지 아닌지를 확인 했다고 합니다.
      택시에서 내리는 게 살짝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니 완전 클라이막스를 듣고 내렸네요. 사이코패스 세자의 자진을 막는 신하와 뒤주에서 죽어가는 세자의 살려달라는 절규, 뒤주 속의 세자를 만지는 손... 생각할 수록에 무섭고 끔찍합니다.
    • 자세한 답변들 감사합니다. 특히 마리안님과 잠잠님덕분에 새로운 사실도 배우네요. 한나K님, 윽. 그 손만져보는 장면이 마구 상상되어서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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