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셀린느, 제시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시간대를 통과한 관객입니다. 비포 선라이즈를 평일 오후 공강 시간 개봉 극장에서 십수 명의 관객과 함께 썰렁하게 봤고, 9년 후 선셋은 그 시기 인생 격변기(?)여서 챙겨보지를 못했고-비포 선라이즈 때의약속, 재회, 이런 로맨틱한 영화 홍보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 다시 9년 후 월요병을 다스리기 위해 봤습니다.
끝나고 나가는 관객이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네' 라고 하면서 지나갔는데, 저한테도 거의 코믹다큐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코믹하다는 건 웃기려는 설정 때문이 아니라 영화의 깨알같은 디테일 때문이에요. 셀린, 제시의 대화는 그맘때 부부의 '리얼한 일상'과 '클리셰 조합으로 느껴질 정도의 진부함' 사이에 요령껏 걸쳐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안 웃지?' 하고 의아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니 관객들이 이십대이거나 삼십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더군요. 대부분 젊은 커플들이었는데, 데이트 코스 중 극장으로 온 이들이, 영화의 후반부 '휴가지에서 오래된 부부는 어떻게 로맨틱한 섹스를 망치는가'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서 낄낄거리기란 쉽지 않겠죠. 제시나 셀린느처럼, 마흔 정도는 되어야, 아니면 결혼 5년차 이상은 되어야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코드가 숨어있다고나 할까요?
이를테면,,,,,하고 줄줄 쓰려다 보니 조금 귀찮아져서 생략하고요.
하지만 다 망친 섹스가 다시 살아나는 엔딩을 보니, 저건 제시니까 가능한 일, 영화는 영화.
제가 간 극장에선 전편들 아예 안 보고 온 커플 관객들도 있었는데 둘 다 재밌게 보는것 같더군요. 저렇게 골방 노인네처럼 세월 앞에 쭈그러진 남자인데도 지성과 말빨로 사라잡는 제시를 보면서 대본의 힘을 느꼈습니다. 에단 호크는 1편 때부터 지금까지 똥배가 나와 있는데 도무지 안 빠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