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교수님의 프로파일링과 관련하여 - 제가 경험한 일베하는 학생들

일베 떡밥(?)이 게시판에 등장한 지 오래되었고, 따라서 다른 글들이 많이 올라왔었기 때문에 지겨우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 쓰게되면 길어질 것 같아서 저는 안쓰려고 했는데 표교수님 글이나 그에 달린 여러분의 댓글을 보니까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제가 일베라는 사이트를 알게된것은 작년 초 쯤입니다. 작년에도 저는 인터넷 세상에 몹시 관심이 많은, 그런 고등학생이였기 때문에 어느 날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되어 호기심에 들어가 보고는 그 사이트의 여성 혐오라든가 기타 패드립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지만 별로 걱정하진 않았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그 사이트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았고(사이트의 규모라는 게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제가 판단을 잘못했을 수도 있지만) 일베를 하는 사람들을 표교수님과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좀 불쌍하기도 했구요. 현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삐뚤어져서 인터넷에 화풀이를 하고 있을까 생각이 되어서요.

상황이 바뀐 것은 작년 중순쯤 인데요, 그 때 쯤 저희 학교에 일베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학교에 일베 안하는 남자애가 없다느니... 그런 소리도 들리더군요.

심지어 자기 별명을 당당하게 '일베 대XX'라는 애도 있었어요;; 저는 경악을 했죠 내가 아는 일베인들은 이상한(?) 사람들인데 그게 유행을 하다니요. 평소에 제가 저희학교 애들을 좋게 생각했던 터라 충격이 더 크더라구요. 아마 그게 제 착각만은 아닐거에요. 학교에 왕따가 거의 없고 학교폭력이 아예 없고(제가 아는 한) 학생들 스스로가 술,담배를 지양하는 분위기여서 그런 학생이 소수이고 오히려 서로 안빠지게 도와주는 고등학생들이 흔한가요? 아닐껄요? 

그 때부터 저는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일베를 눈팅만 한다 해도 그 사이트의 전반적 주장에는 동의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일베러들은 가치관이 분명 어딘가 잘못된건데 제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애들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당당히 일베를 한다고 하고 그런 애들을 좀 웃긴 애 식으로 받아들이고... 제가 무슨 소리가 나올까 두려워서 일베에 대해 얘기 해보진 않았지만 대충 '병X같지만 웃기고 재밌는 사이트. 그리고 그 주장들도 일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역사에 대한 것만 해도, 국사를 안한 애들이 아닙니다. 저희 국사선생님은 근현대사 책을 출판하셨을 정도로 꽤 유명한 분이시고, 저희를 열심히 가르치셨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공부 잘하는 애들이라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근데 어떻게 일베를 하지?

그렇게 혼란을 느끼다 보니 걱정이 되더라구요. 이게 내가 이상한건가? 싶어서요. 정말 일베는 '병X같지만 웃기고 재밌는 사이트. 그리고 그 주장들도 일리가 있'지만 내가 편협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싶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일베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싫어하는 걸 보고 조금 안도했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웠습니다. 과연 오프라인에서도 일베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요. 저희학교만 해도 일베러들이 일베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겼으니까요. 그래서 올해 일베가 양지화(?) 됐을 때 남/녀 할 것 없이 오프라인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일베를 보고 다행스러웠어요. 


제가 걱정되는 건 이번 일을 계기로 일베를 알게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교수님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일베를 걱정하는 건 전혀 루져가 아닌 평범한 학생들도 일베에 많이 있다는 거 거든요.

올해 바뀐 저의 환경에도 당당한 일베러가 많이 있고 주위 남자애들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일베러들은 평범한 학생이고 주위 애들과도 잘 지냅니다. 심지어 리더격인 사람도 있어요...;;

저는 그냥 제가 있는 환경이 특수한 거고 대부분의 평범한 남자들은 일베를 싫어하는 게 맞는 거 였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주위사람들은 어떠세요?..

아, 제가 자꾸 남자를 얘기하는 건 저희 학교도, 지금 환경도 남자가 많아서 그래요. 2:1, 10:1 정도로요. 여자애들은 다 일베를 싫어했구요.

    • 표창원 교수의 프로파일링을 보고 "일베를 하는 학생은 명문대 진학률이 낮다"따위의 연구를 상상해 보았어요.
      • 얼마 전 뜬 대학별 일베 접속률? 그 통계엔 명문대 비율이 높더라구요.... ㅠㅠ
    • 남학교나 공대같은 남성인구가많은곳이 일베러들이많단 얘기가있네요. 그것이 옳다기보다 자극적이고 자기가 스트레스받는상황이 짜증나긴하지만 표출하긴 어렵거나 해도 주옥되는상황에서 그저께 상대적으로 뭇매때려도 별 탈없는상황에서 화풀이해대는거죠.
      • 굳이 일베러들을 떠나서 일베스러운 근거없는 전라도 증오같은 경우는 뿌리깊지않았습니까.
      •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긴 한거겠죠?.... 전라도.... 그건 그렇네요
        • 글에 댓글이 안되고 댓글의 댓글만 쓸 수 있어서 여기다 씁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소녀가 송강호에게 범인의 얼굴을 묘사하죠 "평범해요"......
          • .... 갑자기 소름돋네요. 근데 아마 제가 말한 애들 대부분은 평범한게 맞을겁니다. 음 아마도요.....?
    • 일베를 들어간다고 해서, 일베에서 거론되는 얘기들이 모두가 100%찬동하는 것도 아닐테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극악한 지역이나 여성비하를 모두 적극적으로 자행하는건 아니겠지요. 누구나 온도차 라는게 있는 거니까요.

      아마도 표교수님이 이야기한 타겟은 거기서도 유독 두드러지게 눈에 띌 정도의 극렬 일베충들에게는 맞는말일겁니다. Bbrid님이 보신 친구들이 "걔들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건 팩트에 집착하는 일베의 특성때문일 거예요. 일베는 자신들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 팩트에 집착하거든요. 이 통계를 봐라 박정희는 위대한 구국의 영웅이었다. 이 사진을 봐라. 5.18은 폭동이었다. 이런식으로요. 물론 그게 다 왜곡, 조작된 걸 생각하면 웃기는 노릇이지만 일단 그렇게 보일려고, 그런 척이라도 해야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팩트 처럼 보이는 자료를 모으는게 사실 에너지 소비도 많고, 보통 사람 눈에 그럴싸한 얘기로 보이게 만들려면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이런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작업은 보통시간과 정력이 필요한게 아닌지라 이딴걸 계속해서 올리는 사람은 표교수님이 말한 루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
      • 그 자료생산에는 배후가 있다는 예상을 해봅니다.
        제가 느끼기엔 저쪽에서 나오는 이미지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미지와 텍스트를 풀어가는 방식이 체계적으로 변한거 같거든요. 이전엔 자신들이 쉽게 접하는 프로그램으로 딱 그 수준의 프로세스를 통해 결과물이 나왔다면 이후는 포토샵등을 사용해서 정해진 결과물의 퀄리티를 맞추려고 고생한 느낌이 나더라구요.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이고 사망유희때 듀게에 말했다가 까였던 얘기지만.
        • 배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역시 회의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잉여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게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것이라면 거기에 들이는 노력은 타인이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일 때도 많지요.
          이쪽 예를 들자면, 촛불정국 때 사람들 자료 만들고 화면 캡쳐하고 포샵하던 것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일베 애들이 정사갤과 이글루전쟁을 통해 수집하고 만든 자료들이 있잖아요.
          • 잉여력이란 대단하죠. :)

            seti와 foldit, wikipedia 만세!



            물론 미네르바 쇼크 뒤에도 학습되거나 교정되지 않는 편견이란 것도 대단하고.
          • 비교하신 두 경우의 차이는 '무한시간+손노가다'에 있어요. 이 지점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인데 개인이 정해진 퀄리티를 따라가려고 저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거죠.
      • 도데체 그 극악한 지역이나 여성비하를 감수하고도 들어가게되는 일베의 매력이 뭔지 참 궁금해요 저는 ㅠㅠ 네 저도 그 핵심층은 루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ㅠㅠ
    • 짐작만 하시지 말고 주변 남자애들과 대화를 한번 나눠 보세요. 머라고 생각하나 ㅎㅎ
      사안이 있을 땐 한번씩 일베 들어가 보는데, 병신같지만 웃긴 게시물 같은게 종종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 사이트에서 일종의 주장이라고 할만한거에 일리가 있다거나 표현의 자유로서 용인해 줘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은 전혀 없습니다.
      원래 남자들은 좀 서로 병신 같은 XX 해가면서 갈궈대면서 노는 성향이 있어요. 이건 나이가 어릴 수록 더 심하고. 일베 역시 그런 노가리 까는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님 주변의 친구들이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죠. 가치관 형성에 영향 많이 받을 그 연령대에 그런 사이트에 자주 드나드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 네 저도 애들이 점점 오염될까봐ㅠㅠ 걱정돼요. 말씀을 듣고 나니 친한 애들은 정말 한번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일베경험담에 나름 분석이라고 올려진글이 있네요.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685238&s_no=685238&kind=todaybest&ask_time=1369733397&page=2

      일베 교사가 학생들을 '로린이'로 표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0555938
      • 어휴 링크글 읽으니까 더 화나네요;; 정말 친한애들은 때려서라도 끊게 하든가 해야겠어요....
    • 컨덴츠를 생산하는 층과,

      기본 분위기를 조성하고 칸덴츠를 적극 확산시키고 충성심을 보이는 층과,

      확고한 주관 없이 휩쓸려 서서히 젖어가는 층을 구분해서 생각해야하는거 아닐까요. 표창원 교수의 분석은 앞의 두 층에 집중되었고 대학을 비롯한 학교에서 주로 보이는 층은 세번째일 가능성이 높고요. 해결을 위한 원인분석은 발원, 확대자에게 집중하는게 맞지만 실질적인 피해면으로 집중하자면 물드는 세번째 층이 가장 문제인게 맞고요.
      • 네 저도 그게 걱정돼요. 그 세번째 층들이 지금이야 괜찮지만 계속 드나들다 보면 일베식 가치관에 물들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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