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를 침공한 일베 유저들과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키배를 뜨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팩트를 가공해낸다는 점에서 환빠와 굉장히 닮았습니다. 그들 중 소수 지식인(?)이 팩트의 세부적인 내용을(예를 들어 사건의 날짜 같은) 바꾸고 유리한 언론 보도를 가져와서 종합자료를 만들면 대다수는 그걸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논쟁이 벌어지는 사이트에 이것이 진정한 팩트랍시고 복사-붙여넣기하죠.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불리한 팩트는 모조리 제외되구요. (광주 민주화 운동 쪽에서는 광주지검에서 나온 텍스트는 철저하게 제외되더군요)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비판능력이 부족한 중고등학생들이 그런 자료를 보게 되면 호도되기 딱 좋습니다. 그런 수준의 일베 유저들이 종합자료를 본 뒤 감상문, 댓글을 단 수준의 글들이 정치 일간베스트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구요. 정치 일간베스트에서 광주로 검색하면 그런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이죠,
(위 링크가 딱 겉핧기 지식으로 쓴 글의 대표격이랄까요)
그런 부분에서 일베충과 환빠는 많이 닮아있어요. 남들이 모르는 이면을 자기들은 알고 있다는 식의 매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구요. 환빠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가능했던가? 라는 경험에 미루어보면 지금의 일베 친구들 역시 회생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아무리 옳은 자료를 들이밀고 맞는 말 하는 블로그를 보여줘도 씨알도 안먹히겠지요. 환빠들이 이글루스 전문 블로거 초록불님 글 보고 반성했다는 얘기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또 그런 자료로 무장된 집단은 논파하기도 어려울 거에요. 특히 일상 생활 속에서는요. 반박자들이 관련 자료들을 머리 속에 외우고 다니는 게 아니니까요.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쪽보다는 그걸 검증하고 논파하는 쪽이 더 힘들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하여간에 자기들만의 세계관이 견고하게 구축된 집단은 남의 말을 안듣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결정적인 논리적 오류에 처하면 인지 부조화 현상을 일으켜서라도 그걸 못본 척 하구요. 예전에 강용석이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저격하다가 망한 사건 때 일베의 반응을 보면 정말 가관이었거든요.
현재 상황에서 환빠는 상당히 수그러든 상태로 보이긴 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초록불 님 등의 노력에 의해 일관된 환빠 반박 논리가 많이 퍼져 있고 환빠들은 거의 조롱받는 분위기인것 같네요. 하지만 일베의 경우는 그렇게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베의 주 이용자가 중, 고등학생에서 20대 초반인 점을 미루어 볼 때 그들이 주변에서 'ㅋㅋㅋㅋ 아직도 광주폭동드립치고 있냐? 그거 개소리 판명된게 언젠데?' 식의 조롱을 듣게 되면 이탈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주변 반응에 민감한 나이니까요. '일베는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은 일베 유저들을 뭉치게 할 수도 있는데 '일베는 후지다. 유행에 뒤쳐졌다.'라는 인식이 퍼지면 또 다를 거 같거든요.
예를 들자면 일베가 '황빠', '디빠' 수준의 조롱할 만한 세력으로 세간의 인식이 박힌다거나? 악당이 되는건 멋있게 느낄 수도 있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건 정말 참기 힘든 일이라... '네가 일베한다고? 실망이다.' 와 '일베? 푸훕'은 많은 차이가 있죠. 게다가 일베 이용자들이 자기들 신앙의 근원 중 하나인 '광주 폭동'에 대해서 무슨 사료의 교차검증을 통해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럴싸해 보이는 자료 몇개 읽고서 성급하게 결론을 낸 후에 복잡한 생각하는 걸 포기한 거지. 일베는 쪽수가 많고 주장이 과격하거나 역겨운 개드립을 남발할 뿐 별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딱히 없는 오합지졸 집단이라는 것은 많이 지적된 바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지금 일베 규모가 환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레벨이니만큼 현실성 없어 보이기도 하네요. 디시인사이드도 10년 정도는 대세를 탔으니까요. 일베가 어떻게 수그러들지는 쉽게 예상이 안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일베 친구들을 보면서 떠올린 사례 하나가 있는데 예전에 디시인사이드 해외축구 갤러리에서 일어났던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선수 모욕 사건입니다. 몇몇 고등학생 대 나이의 어린애들이 고 임수혁 선수를 향해 야채드립(식물인간...) 및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의 모욕을 퍼부은 사건이었는데요.
미칠 듯한 패기를 선보이며 날뛰던 걔들이 유가족 분들의 고소 한방에 상당히 수그러 지더군요. 물론 유가족 분들의 선처로 고소를 취하한 이후 다시 날뛰는 족속도 있었습니다만 대체로 조용해진 편이었어요. 일베의 주축이 저연령층이라는 걸 감안할 때 의외로 지금 일베의 저연령층들을 이탈시키는 방법은 노무현 재단 등의 광범위한 고소 시전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