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갔던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
겸사겸사 국립현대미술관 다녀왔어요. 후기랄까. 뭔가 글을 써보고 싶어서 끄적끄적
지금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젊은 모색 2013이랑 한국 추상회화 작가 윤명로의 회고전을 기획전으로 하고 있고
빌 비올라의 영상작업과 건축가 정기용의 아카이브 전시를 하고 있더군요.
젊은 모색전은 말 그대로 국내의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서 그들이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올해로 17회를 맞이했다고..
가기 전에 언뜻 들었던 평들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매체별로 '포스트모던'한 것들의 전형을 뽑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근데 전시를 보고 나니 그런 평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건 그냥 "미술관 학예직들이 조사하고 연구하여 작가를 추천하고 학예직 전체회의를 통해 작가들을 선별하였다.
총97명의 작가들이 추천되었으며 7차 회의와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거쳐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에서 작가 9명이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기준은 발상이 신선하고 실험적이며 표현 방식에 있어서 시각적 설득력이 있으며 작가의 향후 가능성 등이 고려되었다." 라는 전시 기획과 실행 과정 자체에 당연히 내재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랄까 백과사전을 만들고 싶어서, 백과사전을 만들었고, 그래서 그게 백과사전으로 보인다는 느낌? (표현이 참 빈궁합니다)
기억에 남았던 작가는 돈과 시간을 사용한 박제성 작가와 초상화 작업을 한 유현경 작가였습니다.
유현경 작가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좀 미묘한데, 이 전시랑 이후에 윤명로의 회고전을 보고서 저는 속으로 '나는 회화는 이제 보지 말아야겠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유현경 작가는 모델과 긴 시간을 가지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
거칠고, 세부가 생략된(이라기 말하기도 뭣한) 인물화가 엄청 큼직한 캔버스에 강렬하게 그려져 있어요.
이런 그림들은 "작가의 경험을 통해 상대를 인식하고 판단하며 표현하는 작가 내면의 또 다른 투영이라 할 수 있다." 라고 설명되기도 하고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큰 틀에서 '주체의 기록'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 이런게 좀 회의적으로 느껴졌어요.
그 이유는 부끄럽지만. 뭐랄까.
결국 그 그림들이 보여주는 불완전한 형상이 '주체의 실패'로 느껴졌기 때문인것 같아요. 단순히 형상이 온전하지 못하고 인식에 한계가 있고.. 이런 수준 뿐만 아니라
그 그림들을 대했을 때 느껴지는 것이 결국 주체의 강렬한 감정이지 초상화의 대상인 타자가 아닌, 말하자면 타자가 주체의 감정에 잡아먹힌것 같은 느낌인데
작가에게 그것에 대한 자각이나 일정한 태도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더군요.
사실 유현경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의문이 별로 많지 않은 타입인 것 같다는 관심법을 발휘해 봅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것이 매력적이고 또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겠죠.
마지막에 작가들에게 '내 작업은 XX 이다' 라는 스펀지같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벽면에 텍스트 고대로 전시했던데 좀 오글거렸어요.
기억에 남는 건 그냥 순전히 문장이 단순해서, '내 작업은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라는 대답.
어쨌든 그거랑 나중에 도록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주어지는 질문에 굉장히 성의있게 그리고 진지하게 대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거겠죠? 다들(대부분) 관객을 만날 때 진지하고 성의있는 것 같아요.
정기용의 전시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디스플레이도 좋고.. 소박한 말 속에 뜨겁고 단순한 신념을 담는 것도 멋있었어요.
길게 쓴건 젊은 모색전이지만, 추천하는 전시는 이쪽이에요. ㅎ
국립현대미술관 - 젊은 모색 2013 작가 설명
http://www.mmca.go.kr/data/exhibition/2013/03/29/detail_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