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전반적으로 리처드 도너 판에 비해 실망적이지만
맨 오브 스틸
잭 스나이더 감독은, 시체들의 새벽 리메이크 버전에서 처음 접했는데, 이후 300까지는 잘 나가시다가 엄청 기대를 모았던 와치맨에서 한번 살짝 미끄러지신 후, 이후 본인의 비전을 영상화 했다던 써커 펀치에서.. "아, 얘는 아니구나"라는 믿음이 확실히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이번 맨 오브 스틸 만든다고 할 때도 별로 기대를 안했었습니다만, 아이맥스 3D로 보기는 봤는데
역시나 더군요.
리처드 도너 감독, 마리오 푸조 각본의 "수퍼맨"을 처음 극장에서 봤던 관객들은, 고작 유치 뽕짝의 애들이나 보는 만화 정도로만 여겼던 수퍼맨을 그리스/로마 신화의 숭고한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위대한 업적에 경악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유머도 솜씨좋게 버무린 장인의 솜씨와 더불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 효과 등등.. 그야말로 향후 등장하게 되는 모든 수퍼 히어로 영화 들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고나 할까.. 이후 개봉한 "수퍼맨 2"조차, 리처드 도너가 "수퍼맨 1"을 찍다가 남은 짜투리 필름을 활용해서 덕지덕지 편집해서 만들었지만, 상당 부분 리처드 도너의 비전이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며 (보다 정확한 것은 DVD로 나온 리처드 도너 버전 수퍼맨 2를 보면 확실한 퀄리티 차이를 느낄 수 있음), 구니스 오프닝에서 괜히 수퍼맨의 S자를 당당하게 자신의 대표작으로 내세운게 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죠.
여기에 경도되어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브라이언 싱어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리처드 도너 판 수퍼맨 1,2에 오마주를 바치는 수퍼맨 2.5탄 격의 수퍼맨 리턴즈를 만들었던 것도 충분한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는.. 거의 예수같은 숭고한 이미지의 수퍼맨)
일단, 잭 스나이더 버전은 뭔가 쫓기는 기분 입니다. 리처드 도너 버전을 이미 닳도록 본 관객의 입장에서는, 저 쯤에서 뭐가 나오겠네, 저 쯤에서는 뭐 하나 나왔다가 들어가야지.. 다음 수가 눈에 훤히 보이고.. 풀어내야 할 이야기는 많은데, 러닝 타임은 쫓기고.. 이야기를 마구 구겨서 짧은 시간 내에 풀어낸 느낌이 절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분명히 특수효과 기술은 예전보다 괄목상대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는데, 조드 장군 패거리와 수퍼맨의 클립톤 향우회에서 시끌 벅적한 싸움 들이 전혀 절박하거나 다급하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이미 수퍼맨이 100% 이길 것이라는 것을 패를 알고 보는 싸움이라서 그런 것인지..
이상, 리처드 도너 버전 수퍼맨을 보면서 자란 후, 영화에 나오는 장소들(뉴욕, 나이아가라, 후버댐, 파리 등등)은 나중에 꼭 가봐야지 하면서, 결국 수십년에 걸쳐서 거의 다 방문했던 사람의 아쉬운 긁적거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