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죄 짓는 기분

이 글은 극히 개인적인 잡상과 경험에 의해 쓴 글입니다.

결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없으니 불편하신 분은 언제고 스킵해주세요.




1.

누가 제 근황이 궁금하시기야 하겠느냐만 제가 그냥 적고 싶어서 씁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몸살이 났습니다..

몸살이 처음 겪는 일도 아닙니다만 이번 몸살은 각별(!)하군요.

온 몸이 마치 누군가가 잡아뜯은 듯이 아픈 느낌은 처음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보통의 몸살(?)로 돌아왔습니다만 어쨌든 상태가 심히 메롱합니다.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세수할 때 자주 코피가 나고(뭐 이건 몇 년전부터 그랬다지만), 삭신은 절로 쑤시고 설사를 좍좍 하고...

원래부터 건강한 몸은 아니었는데... 이전부터 약을 너무 자주 마실 때부터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다 깨다 또 자다를 반복하다 보니 하늘에 구멍난 듯이 비가 쏟아지고 있더군요. 

작년 큐슈의 수해가 나던 때를 떠올렸지만 여긴 수해가 날 지형은 아니라 다행이라 여기며 도로 잠이 들었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2.

요즘은 뭔 말만 하면 그냥 죄 짓는 기분이 듭니다.

많이 울적할 때면 누구나가 나에게 화를 내는 기분이 드는데, 요즘은 울적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뭔 말을 하면 바로 날선 반응이 돌아오는 것 같아 견디기 어렵습니다.

과민해서 그렇겠지만.

누군가에게 뭔가 말을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원체 의사소통이란 것을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평범하게 가족과, 친구와 부대끼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한 마디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려오는데.

이런저런 논쟁이 일어날 때면 그걸 보면서 멍하니 생각합니다.

사람 생각은 이렇게 다르고,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더 힘들고, 뭔가를 논쟁할 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구나.

뭔가를 말하려 하는 마음이 싹 사라지지요.


어쨌든, 글은 그나마 말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나는 너를 상처줄 생각은 아니라고 서두에 분명히 밝힐 수라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화가 나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겠지요.

자꾸 입으로 죄 짓지 말고 좀 닥치고 있어야겠습니다...



3.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하는 말은 언제나 생각거리를 주곤 합니다.

좀 어렸을 때는 그 말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곳은 나도 볼 일 없으니 내가 떠나야지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그러면 세상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영영 떠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 그러면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가꾸고 싶은 곳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삶이 싫으면 내가 떠나야 하는 것이겠구나, 살기 싫은 사람은 그냥 죽는 것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에는 누가 죽으려 하면 말려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죽고 싶다는 기분은 잘 알지만, 그래도 누가 죽는 것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싫다는 그런 생각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누가 죽는다 하면 별로 말릴 기분이 안 납니다.

얼마나 살기 싫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쩌면 죽으면 이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삶을 용서했듯이, 누군가는 죽음을 용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괴로운데도 살아라고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한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데, 그래도 너는 살아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미디어에서는 자살을 용인할 것인가 어떤가 하는 화두가 종종 나오지요.

미래에는 자살을 하는 사람을 위해 깔끔히 자살하도록 해 주는 사람이나 시설, 기관 등이 등장한다는 매체도 끊이지 않지요.

옛날에는 이해를 못 했었는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4.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트윗이 리트윗되어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는 기분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주 적으니 세상에 이렇게 싸움이 나는 것이겠지요?


옛날에는 누군가 나랑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 그나마 안도를 주곤 했는데...
지금은 슬프고도 복잡한 기분이군요.
    • 평생을 그러며 살아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 제목만 보고, 그 님이거나 이 님이거나 일거다라고 생각했는데 맞아서 씁쓸합니다. 이런 마음이 들지 말라고 하는 것도 사실 우스운 일이고요. 이런 기분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사람에게 천성을 버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요. 다만 조금 둔감해 지거나, 그런 성격이 맞는 곳으로 가시길 바랄 뿐. 그 한국인 사장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일본에서 잘 지내고 계셨을 것 같아서요.
    • 가끔영화// 음 아마 그렇겠지요...
      스위트블랙// 으음.. 듀게에 이런 음울한 글을 쓰는 건 저밖에 없군요. 허허. 저도 세상천지 어디 제 성격이 맞는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 하하하. 읽으셨다니 삭제. 이제 저는 X녀..용녀도 아니고..
      • 어떡해요...ㅠㅠ 이런 게 정녕 웃픈 것이로군요. 저 참말로 누워서 끅끅끅끅 웃다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ㅠㅠ
        • 헉! 다른 분들도 읽으셨군요. 지우는 사이 댓글이 달렸네요. 푸하하하하하!!! 그래도 웃으셨다니..다행....... 이렇게 저는 X녀가 되고...
          • 남의 이야기를 듣고 웃었으면 제 것도 하나 풀어야죠. ㅋ
            백수로 뒹굴던 xx년 전, 돈이 없어 사흘 동안 자취방에서 뒹굴며 하루에 한 끼 메밀국수로 연명한 적이 있어요. 사흘째 되던 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늦은 오후에 수영가방을 챙겨들고 평소 다니던 구민체육회관으로 갔죠. 보통은 1km 쯤 돌고 오는데, 그날은 허기가 져서 그런지 한 바퀴 달랑 돌았는데도 핑~ 도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풀사이드에 잠깐 앉아 있다 샤워실로 씻으러 갔는데, 수영팬티를 무릎까지 내리는 순간 눈앞이 까매지더라고요. "아저씨, 저 좀!!!" 하면서 옆에 분을 덮치며 쓰러졌는데, 깨나보니 탈의실 벤치. 수십 개의 눈들이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슬그머니 아랫도리를 보니, 아뿔싸! 이 분들이 무릎에 걸려 있던 걸 아예 빼버렸더라고요. 좀 올려주지...ㅠㅠ 쪽팔려서 다시 쓰러질 것 같았지만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나 구급차 불러준다는 것을 사양하고 휘청휘청 걸어나간 곳은 다시 수영장 안, 여전히 아담인 채였어요. ㅠㅠ 그 해 여름 다시 수영장 갈 엄두가 안 나더군요.
            • 푸하하ㅎㅎㅎ소리내서 웃었어요. 아담vs떵, 떵이라니 떵이라니!! 내가 이 나이에 떵이라니~!!!(...)
              늘보만보님 이야기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한여름에 있었던 일인데 너무~너무 더워서 위에 하나 아래 하나를 입고 원피스를 입었어요.
              보통 이렇게 입으면 아래에는 속바지를 반드시 입어주는데 급하게 나가느라 그걸 잊어버린 거에요. 다시 돌아가기에는 덥고(..) 나가는 길에 속옷 가게에서
              그냥 하나 사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속 편하게 도도하게 걸어갔죠. 근데 갑자기 어디서 바람이 휘잉~ 불러니 제 치마를 훌러덩;; 배꼽까지 들추는 거에요!!!;;;
              정말 순식간에 치마가 훌렁 들려서 배꼽에서 팔랑 거렸음. 길거리의 마를린 먼로도 아니고-_-;; /제가 뭘 써도 X보다 약하네요..흑..!!ㅠㅠ
    • 봄의 속삭임// 하하하 웃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정말 당황해서 눈물났겠어요... 하하;
    • 제가 님을 좋아합니다.



      제목만 보고 흠칫 했습니다. 저는 정말 힘들 땐, 내가 그동안 죄를 많이 지어서, 이렇게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세상 모두가 싫어한다 해도, 그 사람은 분명히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랑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너무 힘들어서 컴컴한 방에서 혼자 훌쩍거리고 있을 때, 울집 개똥이가 와서 눈물을 핥어주고 폭 안깁니다. 이 녀석은 정말로 나를 사랑해요. 나도 녀석을 사랑하고요.



      푹 쉬시고 빨리 아픈것 나으세요.

      건강해 지시면 지금처럼 우울한 생각들 좀 덜 들거에요.



      다시 한번 고백. 제가 님을 좋아합니다.
    •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시면 좋게네요<-이게 힘들다는 걸 알지만.
      제가 자신에게 자주 거는 주문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식하는 만큼)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좋든 나쁘든)이 없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말을 건네고 상대방으로부터 거친;;반응이 온다고해도 그건 딱히 내가 싫어서라기보다 '그냥'인거죠-_-
      저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편해졌던 기억이 있어서.. 힘내시라고 남겨봐요.

      저는 일본을 자주 왔다갔다 하는데요. 다녀올때마다 느낍니다만..; 다른건 몰라도 일본은 기본적인 매너라든가 서비스가...거의 세게 최고죠..
      혼네/다테마에라고 비꼬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게 겉으로만 친절한거든 뭐든 저는 되게 좋더라구요.
      귀국하면 공항에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요-_- 발도 밟히고 부딪히고 사과는 절대안하고;;;
      일본에 계셨던 경험이 있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지금 더 힘드신걸수도 있겠지 싶어요.
      근데 얼마전에 뉴욕다녀왔는데 거긴 더하더라구요. 한국이 훨 좋았어요...
      결론은;; 그냥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연습하시는것도 도움이 되지않을까..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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