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
먼저, 잔인한 오후님에게 -
길고 성의 있는 답글에 감사 드립니다.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 본문에도 적었지만 댓글란을 닫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예요. 첫번째는, 제 이전 글에 그냥 한 두 마디 툭툭 비아냥을 던지는 분들이 있어서,
댓글 보다는 답글 토론을 통해 그 사람들의 제대로 된 생각을 한 번 들어보고 싶어서 였고, 두번째는 그 글 작성 이후에 제가 그 글을 이 곳에 계속 남겨 둘지 확신이 안 들었기 때문이예요. 나중에 혹시 삭제될 수도 있는 글인데, 다른 사람들 댓글이 주렁 주렁 달리면 삭제하기가 좀 난감하지요. 아무리 제가 쓴 글이라도 긴 댓글들이 달리게 되면 제 글은 그 사람들의 댓글 들을 통해 점점 자라게 되거든요. 그 글타래는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닌게 되지요. 그래서 댓글을 닫았던 것이예요. 이 점은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오후님이 제게 남겨 주신 답글을 훓어보니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레토릭적인 측면이고 내용적인 측면이예요. 먼저 레토릭적인 측면을 살펴 볼께요. 저를 <듀나 저격수>로 규정하신 부분, 그리고 글의 상대방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신 부분에 대한 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격수>란, 제가 이해하는 한, 자신을 은닉한 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사람이예요. 그런데 저는 저를 숨기지도 않았고, 듀나라는 유저 개인의 인격 자체에 대해 공격을 가한게 아니예요. 아시다시피, 여기 듀나님은 두 가지 지위를 가지고 있지요. 하나는 듀게의 일반 유저로서의 지위, 또다른 하나는, 이곳의 지배적 일인 운영자로서의 지위. 저는 운영자로서의 듀나의 처신에 대해 저의 원칙적인 기준에 기해서 비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비판이 기준이 되는 원칙이 무엇인지 소상히 밝혔구요. 이게 <저격>이라는 레토릭에 들어있는, 음험하고 비겁한 공격에 어울린다고 보시나요? 한 나라에서 정부 수반이 정책적인 잘못을 저질렀을 때 거기에 대해 비판을 하는 시민을 보고, 그 정치인을 <저격한다> 라고는 하지 않지요. 글의 방향이 모호하다라는 지적도 제가 받아들이기 좀 그러한게, 어떤 시민이 정부 정책을 비판할 때, 그 정부 수반에게 이메일을 쓰거나 편지를 보내거나 하는 사적인 통로를 택할 수도 있지만, 언론을 통해서 할 수도 있고, 광장에 가서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역설할 수도 있는 거예요.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비판자의 자유이구요. 더우기, 후자의 방법을 쓰게 되면 비판을 통해 다른 여론의 추이를 살펴볼 수도 있고, 희망컨대, 다른 사고가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줄 수가 있게 되요. 한마디로 여론 환기 효과가 있다는 거지요. 제가 왜 후자의 방법을 택했는지 이 정도면 설명이 된다고 봐요.
그 다음에 내용적인 측면을 보도록 하죠. 오후님은 국가와 공유지의 비유를 드시면서, 영토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이상, 그 영토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한 소유권은 땅주인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만들어 내는 공론장이라는 것, 그것의 물리적인 기반인 "땅"에 해당하는 것이 뭔가요? 서버가 되는 컴퓨터의 하드와 의사소통을 위해 설계된 제로 보드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인터넷 세계에 연결해 주는 호스팅 장치, 이 세 곳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소통을 하고 있구요. 제가 전 글에서 반복해서 밝혔다시피, 물질과 정신이 결합된 사물의 경우에, 그 결합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정하려면, 그 두 물질과 정신적 활동의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전통적인 의미의 '땅과 수확물'의 사유 구도와는 달리, 듀게의 기반이 되는 물질적인 요소들이 이곳을 통해 일어나는 정신적인 요소들, 즉 무수한 의사소통들보다 현저하게 가치가 높다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일년간 서버 유지비, 운영비, 호스팅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과, 일년간 이곳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총량, 어떤 것이 더 경제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인터넷 세계를 살펴보면 좀 특이한게, 카피 레프트 정신이 터무니 없는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거예요. 최근에 일어난 일베 매각건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어떤 찌질이가 돗자리를 깔아 놓으니, 수많은 다른 찌질이 들이 거기에 드나들면서 공공연히 사람들을 조롱하고, 여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으로 희화하고, 위험하고 무분별한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녔어요.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의미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지니까 그 운영자가 그 사이트를 12억에 매각을 했죠. 거기에 담긴 운영자의 기본 관념이 뭘까요? <내가 사이버 세계의 땅주인이니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심은 과실들은 모두 내 거야> 라는 사고.. 이거 아닌가요? 이게 얼마나 위험하고 독선적인 사고인가요? 농경 시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땅의 경제적 가치가 수확물보다 컸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의 '땅'은 경제적 가치가 현실 세계의 '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아요. 인터넷 세계의 커뮤니티나 까페 소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차이점이 먼저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다시 한 번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서버와 호스팅 업체에 돈을 내는 사인들이 따로 있다고 할지라도, 그 규모가 커져서 운영자가 거기에 대한 경제적, 지위적인(예컨대 대형 사이트의 운영자로서의 사회적인 명성)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 더 이상 그곳은 운영자 개인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운영자가 그곳을 자신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처분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먼저 투표를 통해 다수의 동의를 묻는 것이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야 커뮤니티나 까페 매매 장사를 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종자들이 없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까페나 커뮤니티의 운영자들에게 공적인 책임의식을 끈질기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의 인터넷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방향이구요.
여기에 덧붙인다면, 제가 그 글에 이미 적었지만, 백번 양보해서 오후님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지금의 듀나의 지위를 이 싸이트의 <주인> 이라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예요. 왜냐하면 지금 듀나님도 서버 유지에 대한 어떤 비용도 부담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정확히 말해 이곳은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씨네 21측의 소유인 것이고, (물론 그렇다고 씨네측에서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듀나님은 이곳의 파워 유저이자, 상징적인 운영자일 뿐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사이트의 공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컨텐트를 '인질'로 잡고 듀나에게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뉘앙스는 제게 참 낯설군요. 제 글 어디서 그런 거만한 논리가 보여지는 지요? 저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적어도 듀게라는 곳은 듀나 1인 소유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이곳은 듀나의 것이자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는 거예요. 이 말이 듀나에게서 사이트의 운영에 관한 권리를 박탈해 오자가 아니라는 것은 불보듯 명확하지 않나요?
다음에, 듀나의 운영자로서의 자유 방임주의적인 성격에 관해: 듀나가 운영에 관한한 자유 방임주의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고 해도, 여기에는 지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주장으로 귀결되지는 않아요. 듀나 스스로도 사이트 개선 요구에 대해 침묵을 하는 것이 자신의 독재권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죠. 그러면서 발전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나왔을 때는 자신의 '허락' 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의미에서 지배에 관한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한 거예요. 이 점을 직시한다면, 듀게는 듀나를 포함한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공간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이 스스로 명확해 지지 않아요?
그리고, <(듀나를) 독재자로 생각해도 좋을 때는 독재자로, 사용자중 한 명으로 권력을 하향 조정해야 할 때는 사용자로 취급을 해서> 헤깔린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왜 헤깔리는 건지요? 듀나는 스스로 자신을 이중적인 존재- 즉, 자신의 독재권을 경우에 따라서 휘두를 수 있는 지배적 운영자와, 여기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같이 노는 한 유저의 지위- 로 포지셔닝하고 있어요. 듀나가 그렇게 포지셔닝 하는 것을 다시 제가 환기시킨 것 뿐인데, 여기에서 어떤 혼란을 느끼셨는지요? 저는 여기에 덧붙여 설사 듀나에게 독재적인 운영자의 지위가 이미 관행적으로, 암묵적으로 부여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이미 여기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폈지만), 그에 따른 운영자로서의 의무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는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 뿐이예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듀나의 일반 유저로서의 지위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어요. 듀나의 운영자로서의 처신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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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오후님을 비롯 다른 분들 포함 -----
표면에 드러난 문제들보다도 제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어떤 분은 이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 주셨지만, 제가 <마비라고 부르는 어떤 정서> 가 이미 이곳의 기저에서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예요. 비단 이번 사태 때문이 아니라, 듀나에 대한 강고한 컬트가 형성되어 있고, 그 컬트는 급기야는 사이트 개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줬던 한 유저를 사실상 쫒아내 버렸어요. 이건 인정하고 싶지 않으시라도 듀게를 지배하는 어떤 불편한 진실의 단면이예요. 운영자가 잘못하면 당연히 비판 받을 수 있는 거고, 운영자가 해야할 의무를 하지 않으면 또 비판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듀게의 발전을 위한 길이자, 민주주의의 상식이예요. 민주주의를 왜 여기서 끌어들이냐구요? 민주주의의 실체는 그냥 우리가 선거 때마다 잠깐 행사하는 일회성 투표권이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자유를 향한 우리의 열정적인 태도 그 자체예요. 한 집단 전체가 어느 한 사람의 카리스마적인 권위에 물들여 지거나, 그 사람의 인격에 자신을 동화시켜 버린 순간, 그 집단의 정체는 시작되는 겁니다. 몇 번의 서버 이전과 분란을 겪으면서도 <어쩔 수 없어> 라는 체념적인 태도가 만들어 졌다는게 바로 듀나에서 자유의 정신이 고사되었다는 가장 강력한 증표지요. 자유는, 특히 우리가 소중히 누려할 할 정치적인 자유는, 단순히 관습에 따라 형성된 어떤 지배적인 태도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배적인 태도에 의문을 표시할 수 있고, 지배자가 잘못하거나 의무를 태만이 하는 일이 있을 때 건전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정신이예요. 꼴깝 떨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체념의 태도>를 취하는 것과, <자유의 태도>를 취하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이곳과, 듀나와 듀게인들에게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 제 입에서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이곳 테스크 포스팀에서 평상시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이유 중엔, 저의 지속적인 지적과 비판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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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해야 할 일도 있고 해서 이쯤해서 물러 가려고 해요. 이곳 게시판 사건 때문에 저도 3일 가까이, 생각하고 글 쓰고 하는데 10시간 이상을 소비했어요. 뭐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이 듀나에서 저의 위치는 대략 눈팅족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겠지만, 이곳의 지배적 정서를 좀 드라마틱하게 확인한 이상, 저는 이곳에서 제 사이버 세계 이름을 걸고 글을 쓸 이유가 없어졌어요. 솔직히 태어나서 지금껏 들어온 모든 비야냥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비아냥과 힐난을 이곳에서 3일 동안 들었어요. 어떤 분은 저를 무슨 이 사이트 폭파의 사명을 띄고 들어온 테러리스트 취급하지 않나... 암튼, 사이버 세계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요지경 같아요. 아마도 이 글에 제가 이 곳에 남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으니 지금껏 저를 비아냥 해오신 몇 몇 분들, 댓글을 통해 마음껏 하고 가세요. 그렇게 해야 님들의 적성이 풀리신다면, 제가 마음껏 받아주지요. 뭐 제가 듀나인들에게 하는 마지막 서비스(?) 라고 생각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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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whytoday 님께.
다수가 저를 비난하는 와중에서도 몇 몇 분이 용기있게 나서서 제 생각에 공감을 해주셨어요. 그 중에서도 와이투데이님은 저랑 그동안 말 한번 섞은 적도 없는 분인데, 끝까지 저를 옹호해 주시는군요. 정말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 드립니다. 자신도 싸잡아 비난 받을 거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소신에 따라 그러는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앞으로 복 받으시길 진심으로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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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 두고 갑니다. 저랑 나이대도 비슷하고, 생긴 것도 비슷하다는 소리 많이 듣는( ^^) 사람의 곡이네요. 그럼 듀게 분들, 다들 안녕히. 듀게에서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