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통계, 라는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통계적인 방법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분명히 "임상적으로 유의한 (clinically significant) 것처럼 보이는 약도 심지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면 (statistically significant) 허가 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한의학은 "자금과 의지만 할 수 있"는데 왜 안할까요? 자금이 없는걸까요? 의지가 없는걸까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만..
과학철학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이야기를 하고있는 게 아니고요. 기작에 대해 가설 세워서 잘 통제된 대조군과 함께 실험하고, 실험 과정에 대해 나중에 재현하여 반박이나 보충할 수 있게 정해진 절차대로 기록하여 학계와 공유하고, 다른 과학적 사실의 지원을 활용해서 연구하고, 경험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가정들은 배제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죠.
플레밍은 우선 푸른곰팡이를 많이 배양하기 위해 유리 접시 위에 천을 깔고 곰팡이의 포자를 키웠다. 플레밍의 예상대로 장티푸스와 대장균을 제외한 나머지 병균들은 모두 곰팡이에 죽어 버렸다. 플레밍은 연구 결과에 확신을 얻어 <곰팡이의 배양물이 세포에 작용하는 성질, 특히 그 인플루엔자 균 분리의 이용에 대하여> 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논문은 진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페니실린 연구를 한 플레밍을 두고 사람들은 푸른 곰파이에 미쳤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다가 1939년에 플로리, 체인 두 교수가 페니실린 연구에 착수했으며 1941년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 성공했다. 마침내 1942년 8월,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졌으며, 1944년부터는 일반 사람들에게 사용돼 수많은 전염병 환자의 목숨을 구할수 있었다. 이러한 공로로 플레밍 경은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한 플로리, 체인과 함께 194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수십년 전의 의학은 물론이고 현대에도 엄밀하게 저렇게 증명되지 않은 치료들도 포함되어 있겠죠. 아래 미재님 설명대로 의학은 그 자체로 자연과학이라기보다는 자연과학에 기반한 공학 비슷한 것에 가까우니까요. 그러나 의학이 지금의 위상에 도달한 힘은 분명히 저런 과정과 연계되어 발전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꼭 필요하냐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무안단물이나 성직자의 기도가 의학이 아닌 이유는 뭔가요? 제가 한의학이 그 정도 사기나 미신 수준에 있다고 모욕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존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는 설명력 혹은 엄밀한 통계적 증명 외에 의학과 유사의학을 구분할 방법이라는 게 뭐가 있느냐는 겁니다.
그니깐 제 질문은 그런 통계적 방법이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것과 등치될 수 있냐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그렇게되면 현대 의학에서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수많은 것들(예컨데 로컬에서 감기약은 대부분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죠.nsaids나 안티 히스타민같은 대증약외는 다 무의미)을 제외해야한다는 거죠
통계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약이 듣나 안 듣나를 많은 수의 환자를 두고 비교해 봐야지 그럼 뭘로 증명하나요.
현대의학은 뿌리와 줄기 수준에서 통계를 포함한 분명한 과학적 설명력을 갖고 있고요, 어떤 시점의 세부적인 치료에서 어떤 것들이 통계적인 증명이 부족할 수는 있을 망정 롱 텀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아닌 것들이 걸러져 나갑니다. 감기의 경우 대증적인 치료법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상당부분 연구가 끝나서 조치되는 것이고, 나머지 부분도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과학적 사실들과 연계되어 효능의 개연성이 있는 것들이 사용되고 롱 텀에서 과학적으로 효용을 인정받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하면서 걸러지는 겁니다.
자꾸 이런 예를 드시는데, 비행기 개량을 예로 들면 항공역학의 경우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개량에 대한 모든 말단 부분이 엄밀하게 설명되어 지는 건 아닙니다만, 양력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는 모든 공학자들이 공유하고 있고 그 위에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경험적인 증거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현재 비행기의 어떤 부분은 나중에 비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져 폐기되겠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이 과학적이 아니라고 하는 건 무리라는 겁니다.
Anything goes... (파이어아벤트를 좋아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나는 과학/너는 과학 아니고 사기임'의 태도가 가장 '비과학적'이고, 일견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에까지 열려있는 것이 '과학적' 방법론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 - 오늘날 '과학'이라고 불리우는 것 - 의 역사가 증명한 진리가 있다면 이것 하나가 아닐까요.
과학이 '일견 말도 안되는 미친 소리에까지 열려있는' 건 그 이상한 소리까지 과학적 검증대에 올려놓을 자세가 열려있다는 겁니다. 천사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언뜻 미친 것같은 주장도 기존 과학적 사실들과 연계한 설득력 있는 설명력이나 경험적 증거나 통계적 증명 등등이 있으면 과학은 내부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약간 부연설명을 하면, '천사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과학이 완전무결하게 반박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언젠가 창조론이 과학적 사실에 의해 증명될 수도 있겠죠. 다만 증명되지 않는 동안 (혹은 최소한 그 개연성이 보이지 않는 동안) 우리는 그것을 과학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모든 의학이 다 과학일 필요는 없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의학이라는 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되었고 사회적으로 막대한 자원을 배부받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한의학의 경우는 모자란 과학적 권위를 제도적 지원이 주는 권위로 대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의학이라면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게 한의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반론에 열려 있으며, 실험 방식이 공개되어 있어서 그 누가 동일한 실험을 한다 해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게 과학적 방법론입니다. '내가 이런 실험을 했어. 거기에 대한 결과가 이거야. 이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지. 너희도 나랑 같은 실험을 해 봐. 다 똑같은 결과 나올걸?' 만약, 정말 만에 하나, 한 사람이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면 이 논리는 무너집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예를 보죠. '혈이 있고 맥이 있고, 그리고 침을 놓고... 왜 효과가 있냐고? 동의보감에 그렇게 써 있거든? 너희가 실험해 보든가. 어, 실험 결과가 달라? 자꾸 서양의 방법론으로 대전제조차 다른 한의학에 태클 걸래?'
의약품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방법론은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Double blind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입니다. 실험자와 피험자 모두 자신들이 무슨 치료법을 쓰는지 알지 못한 채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결과를 통계적으로 검정합니다. p 값이 0.05 이하일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오픈 레이블 (약의 이름이 노출된) 임상도 근거 수준이 낮게 평가될 정도로 엄격합니다.
한의학에서도 위약 또는 active control compactor와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해서 효과를 입증하면 과학적으로 입증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