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최루탄 이야기 주절주절...

아까 낮에 어느 분 트윗에서

"한국제 최루탄은 수입해갔던 나라에서

'이런 걸 사람에게 쓸 수는 없다' 며 반품시켰다."


라는 글을 보고 쓰는 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일종의 도시전설입니다.

팩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정확히는, 필리핀에서


'CN탄인 줄 알고 사 갔더니 이게 한국형-_-으로 블렌딩된

특제 CN탄이라서 반품시켰다' 라는 것까지가 사실이고,

나머지는 좀 와전된 감이 있죠.

왜냐면 당시 한국제 정도의 위력 가진 최루탄은

현재도 미국이건 영국이건 아주 잘 쓰고 다니거든요(....)


- 최루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CS계열(이고 하나는 CN계열입니다.


CS..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네, 군필자들이 화생방 때 눈물 콧물 다 빼는 그놈입니다.

보통 약하게 두 개 정도만 터뜨려도 사람 돌겠는데

가끔 조교 독한것들 만나면 8개까지 터뜨립니다....


CS는 CN보다 좀 더 독해서 호흡기질환자 치사율이 쪼매 더 높습니다.

그래서 민간용으로는 주로 CS보단 CN을 쓰죠.

CN은 수용성이기도 해서 주로 물에 섞어서 최루액으로 씁니다.

명박산성 때 최루탄은 안 썼지만 요놈은 쪼매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국은 80년대에 잠깐 CS가 쓰인 적이 있습니다.

이건 군부대가 거리에 나온 거랑 관련이 있는데,

바로 소위 충정작전 때문에 CS가 쓰이게 된 겁니다.

군부대에 널리고 널린 보급체계가 CS이니(...) 그런 거죠.

물론 70년대부터 한국 경찰은 CN계열만 썼습니다.. 마는

80년대에는 뭐 그런 거 있나요, 걍 보급되는 대로 쓰는거지...

거기에다가 악명높은 소위 '지랄탄' 까지 등장하면....


(근데 지랄탄의 원조는 의외로 한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입니다...)


여튼 필리핀 경찰이 도입해간 놈은 우리나라 경찰이 쓰던 CN탄,

모델넘버 SY-44 라는, 최루탄계의 M16 같은 놈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가성비 높다고 명품 무기-_- 소리 듣던 물건이죠.

하지만 필리핀 경찰은 이후 SY-44를 반품해 버립니다.

실은, SY-44라는 게 오리지널 CN탄이 아니라, 거기다가 다른 가스를

좀 섞어서 제압 효과를 좀 더 높인 한국형-_- 칵테일이었던 거죠.

그러니 오리지널 CN탄인 줄 알고 사갔던 걸 걍 반품한 것.....


참고로

CN탄은 전술하다시피 경찰용이고 시위대 제압 용도지만,

CS탄은 엄밀히 말해 군대물품이기 때문에 '인마 살상 보조용' 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CN탄 계열을 애용하고,

영국과 이스라엘은 그딴 거 없이 CS탄 뻥뻥 터뜨려대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_-

(이스라엘은.. 아니 시리아부터 레바논 가자까지 지중해 동부는

몽땅 싸잡아서 정말 총체적으로 답이 없는 동넨듯..)

그러고보니 미국도 시애틀에서 이제 CS탄종으로 전환한 것 같더군요.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는 순간 쏴제끼는 거 보면 무섭습니다.


한국은 저 SY-44가 대형사고를 한 번 치고 나서 KP탄이라는 걸 새로 개발합니다.

4.19 때와 달리 SY-44는 곡사화기 다련장(...)으로 사람을 직접 안 노리고 사용되었는데,

문제는 이게 겉포장이 깡통이다 보니 이한열 열사나 시위대의 입장에선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쇠몽둥이의 운동 에너지를 그대로 머리에 맞아버라는 거죠...

(지금 제가 있는 부서의 팀장님이 연대 85학번인데 그 때 그 옆에서 돌던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KP탄은 사람 맞아도 덜 다치게 플라스틱 쪼가리로 바뀌었고,

1998년 이후 발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최루탄 vs 화염병 서로 안쓰기였던가.

(근데 화염병은 아직도 간간이 보이긴 하던데.. 어느 쪽도 사실 쓰면 안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둘 다 직접인마살상/보조무기라서리...

몰로톺 칵테일은 잘하면 전차도 잡습니다.. K1은 몰라도 M48계열은 활활 잘 탈걸요)


실제로 요즘은 최루탄 발사 관련 훈련도 안 하죠.

노통 시절 초반에 잠깐 훈련은 했다는데 그 뒤로는 잠잠합니다.

물에다 희석시킨 최루액은 가끔 등장하는 것 같더군요. 명박산성 때도 있었고.

그래도 지랄탄 바로 처맞는거보단 좀 나으려나요.

중학교 때는 친구 하나가 하교길에 대학교 시위대에 휘말려서

눈앞에서 그게 터지는 바람에 담날 호빵맨이 되어서 등교했었던 기억도 나는군요.


여튼 필리핀 경찰이 수입해갔다가 반품한 놈은 걍 반품이지

뭐 이런 걸 사람에게 쓰네 안 쓰네 한 건 도시전설이란 겁니다. 끗.

    • 고추 풍작에 값이 떨어지면 그거 가져다 최류탄 대신 쓰자고 하던 때가 진짜 오래전이군요
      • 영화 지슬 생각나네요..;;;;
    • 아 서울대병원 학살 말이군요.. 담에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인민군에 비해 국군이나 미군 학살만 너무 부각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서울점령 당시 보도연맹사건 못지않기도 했고... 대체 신사적인 인민군 이미지는 누가 덧씌운 건지. 진짜 순박한 건 중공군이었죠)
    • SY-44가 원래 45도 이상 각도로 쏘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 '직격'했었고, 이후 탄에 고무를 두른 후에도 심심찮게 직사를 하곤 했습니다.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에 맞아 목숨을 잃었던 게 아니죠. 최루탄 쏘는 걸 직접 봤다면 그런 얘긴 못했을 겁니다. 하늘로 쏜 최루탄은 차량에서 연발로 발사하는 것(차량 이름이 페퍼포그였던가, 아니면 그 발사기를 페퍼고라고 불렀던가는 헷갈리네요)까지도 침착하게 만 대응하면 피하기 어렵지 않았고 맞는다 쳐도 아주 운이 나쁜 게 아니라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위협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짙은 구름처럼 퍼지는 최루 가스 자체가 목숨의 위협을 받았지만요.
      • 4.19 이후로도 정신 못 차렸던 모양이네요... 전 다련장 페퍼포그만 봤는데 그게 연무식이라고 따로 있죠
    • 지랄탄, 사과탄, 그리고 "총" 스타일의 최루탄까지 경험한 세대에 속하는데 성분에 대해선 몰랐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경험과 목격으로 아는 추억담 몇개 올리자면



      총스타일의 최루탄에 직격으로 맞아 앞니가 몇개 나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약이 바짝 오른 전경들이 규정을 어기고 위로 각도를 주지 않고 바로 정조준하고 쏜 경우였죠. 가장 위험한 경우라고 들었습니다.



      페퍼포그에서 기관총 발사하듯이 뿜어져 나오던 지랄탄은 가스양으로 위협적이었습니다. 머리나 어깨에 떨어지면 남자 집게손가락만한 크기에 고무라서 아프긴 했지만 부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사과탄은 밀폐된 곳에 까넣기(?) 좋은 핸드헬드라 91년 성균관대의 김희정 열사를 질식사시킨 주범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 시위현장에서 위협적인 최루탄이 사라진지 오래라니 다행입니다.
    • "신사적인 인민군 이미지는 누가 덧씌운 건지"
      고인이 되신 제 할아버님 찾으셨습니까? :) 딱 한번이었지만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었죠. 풍문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같이 겼은 경험담이셨구요. 정규군보다는 완장찬 마을 사람들이 무서우셨다고 하더군요.

      중공군에 관련된 것은 이남지역 민간인들이 알기에 한계가 있죠. 1.4후퇴로 멀찌감치 남하한 민간인들이 중공군이 어땠었는지 직접 겪은 사람들이 얼마나 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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