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오브어스 다 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게임을 다 하는 건 '클리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이 게임에 그 용어가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잠입액션이나 호러액션류에서 파생된 게임종류지만 게임 플레이 그 자체가 핵심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군요.

과거에 바이오해저드나 메탈기어솔리드에서 시나리오의 요소가 강조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 때는 여전히 게임플레이가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좀 더 게임 그 자체로서의 재미를 추구했다면

라스트오브어스는 차라리 이야기에 게임 플레이가 종속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건 제가 '쉬움' 난이도로 해 둔 탓도 있겠네요.

그간 이 분야의 변화를 지켜본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대비가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개인적인 기억을 돌이켜 보면 이런 류의 게임을 할 때도, 특히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정교하지 못한 스테이지 디자인 때문에 숨고 총쏘고 하는 게 무의미한 반복으로 받아들여졌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이렇게 만들거면 분위기나 이야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고요.


라스트오브어스는 그 때의 바람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하드한 게임팬들에게 이런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게임이 저한테는 영화와는 또 다른 종류로서 이야기를 경험하도록 해 주는 

대자본과 여러 분야의 인력이 투입된 종합 예술 내지는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정도로 받아들여지네요.

확실히 이 게임은 액션이 좀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없지는 않았으면서도 

대체적으로는 스테이지 디자인이 스토리와 적절히 배합되어서 버튼 하나하나를 누르는 게 곧바로 이야기의 진행에 연결되는 느낌이어서 훨씬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기술적인 조작을 요구하거나 머리를 짜내도록 하는 면이 없어서 훨씬 더 그랬고요.

그리고 이게 게임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체험이라고 받아들여진 데는 효과적으로 쓰인 배경음악이 아주 큰 역할을 했습니다.

분위기의 설정이나 음악 자체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황량하고 암울하기만한 분위기나 그 가운데에 나타나는 인물의 정서를 전달하는 데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주는 음악의 비중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시간 흐름에 따라 바뀌는 스테이지나 등장인물들의 복장 같은 것들도 좋았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액션은 좀 더 확장해도 좋을만큼 독자적인 개성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걸 차라리 체험용 영화 같은 걸로 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나는 이야기를 보는 사람이지만 주인공이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는 건 나고, 

그 수단이 주인공을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사람이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며, 이야기 안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진부함은 오히려 동경하던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등장인물에 애착도 생기는데 그게 일반적인 이야기 매체에서 생기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저한테는 이야기가 진부하다는 느낌도 크게 들지는 않았네요.

그렇다고 특별히 독창적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아니긴 합니다만.


하여튼 즐거운 게임이었습니다.

인제 추천 받은 게임들 해 보려구요. 

PS3 사는데 도움주신 분들, 게임 추천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워낙 오랜만에 해 본 게임이니 감상에 오바가 있을 수 있겠네요. 



    • 실행 동영상 소개만 봤었는데 대단하더라구요.
      말씀대로 체험형 영화라는 장르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동영상을 보기만 하는데도 멀미가 나더라구요. ㅠ,.ㅜ)
      • 솔직히 동영상으로 볼 때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ㅎ
    • 음악이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더군요. 영화음악가들이 최근 게임쪽으로 외근이 잦다고는 하지만...
      이 양반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 창작자 입장에서야 구미에만 맞는다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겠죠.
    • 지금 생각해 보니깐 제작진 입장에서야 거의 의무적으로 넣어 둔 것일지 몰라도 멀티플레이가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멀티플레이만을 위한 세팅이 새로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 스토리 즐기기에는 쉬움으로 하는게 좋죠. 난이도 높여도 자동 조준 옵션만큼은 포기할 수 없더군요.

      예측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완성도가 높으니 좋았어요.
      • 네. 게임을 하면서까지 머리 아프고 싶지 않았어요.
    • 제게 너티독의 게임들은 언제나 '매우 유능한 헐리웃 고용 감독'의 작품 같은 느낌을 줍니다. 딱히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고 재밌지만 특별한 개성이나 특징이 느껴지지 않아 큰 매력을 느끼지 못 한다... 고나 할까요. 그래서 아주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아요.

      거의 게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듯이 열광하고 있는 게임 커뮤니티의 반응에 쫄아서 듀게에만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ㅋㅋ
      • 저도 뛰어난 작가적 창작품이라기보다는 웰메이드라는 느낌입니다.
        • 아뇨. 그게 말하자면 뭐랄까... 극장 들어가서 영화 재밌게, 만족스럽게 보고 나와서 사람들 반응을 보고 당황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전 그냥 '응. 재밌네. 잘 만들었네.' 이러고 나왔더니 사람들은 영화사를 새로 쓴 거대한 명작이 탄생했다고 열광하고 있는 뭐 그런. 하하.

          간단한 비교를 하자면 전 '라스트 오브 어스'의 스토리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스토리보다 뭐가 그렇게 훌륭한지도 모르겠고 여주인공의 캐릭터나 주인공과의 관계 묘사, 그리고 게임 플레이를 통한 자연스런 감정 이입 같은 부분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쪽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평가는 거의 넘사벽이라;
          • 결국 개개인의 취향차겠지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저에게있어서는 오히려 반대였거든요. 기대감의 차이일수도 있구요. 여튼 주말밤새면서 달렸는데 충분한 만족감을 가져다준 게임이었습니다. 계절 넘어가면서 그냥 담담하게 연출되는 흐름이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더라구요.
          • 명작 반열에는 들겠지만 게임계의 시민케인 이 정도는 좀 과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결국 기대감의 차이려나요.
    • talker/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기대감의 차이. 사실 전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도 살짝 아쉬웠거든요. 그것도 발매 전 평단의 찬사 폭격을 받았던 게임이기도 하죠. ^^;

      어둠의다크에서죽음의데스를느끼며/ 맞아요. 그래서 독점작일 경우 그 반응이 유난하기도 하죠. 이해해주셔서 감사. ㅠㅜ
    • 독점작은 유난떨 수 밖에 없는게 그래야 '늬들은 이런 거 없지~'하면서 타 기종 유저랑 싸울 수 있으니까요. 다 살 수 있는 어른겜덕과 한 기종에 몰빵해야하는 학생겜덕의 차이랄까요...
    • 저는 ps는 없지만 잉여력은 있어서 64개로 이루어진 전체 플레이 동영상을 다봤어요(...) 저도 이 게임의 스토리와 연출이 진부함과 웰메이드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묘하게 더 감정이입되는게 있더라구요. 전 특히 엘리가 야무지고 손도 매워서 맘에 들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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