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름다웠던 시간은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 걸까요?

 

 

스물다섯살 때 뉴욕에 갔어요

아무 목적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귀한 기회였죠

아침에 눈뜨면 맨해튼으로 버스 타고 나와서

걷고 싶은 지역으로 가서 하루종일 걷고,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맛보았어요

 

어느 일요일 아침, 그린위치 빌리지의 에이미스 브레드에서

아침 빵을 사먹으며

건너편의 비상계단 가득히 쳐진 벽돌집을 연필로 그렸어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그림은 제 맘에 꽤 들었습니다.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고, 훗날 그 아이에게 이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네 엄마가 이런 식으로 여행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받아들이고 남겼단다, 라고 보여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고등학교 때에는, 오랫만에 지금 듣고 있는  My best Friend's wedding OST의 Say a Little frayer  for you를 들으며

가슴 설레어 했었어요.

영화 속에서의 그 장면을 좋아해요. 따뜻하고, 재미있고.

 

 

스물세살에 첫 연애를 할 때, 만나던 분이 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하는 좋은 장소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2월 말 추위가 덜 풀렸을 때 삼청동 부근에서 그분을 만났다가, 함께 차를 타고 평창동 쪽의 어느 산책로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내린 곳은 어느 아늑한 가정집 같은 레스토랑.

사실 음식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속에 이런 레스토랑도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과

레스토랑 같지 않은 따뜻하고 조그만 그곳의 구조,

그럼에도 정중했던 웨이터 할아버지,

밥 먹고 함께 걸어나오던 길에 아롱진 불빛, 이런 것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비록 마음 깊게 교류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그분이 날 아껴 주었구나 하는 기억도 어렴풋이.

 

 

 

그런 시간으로부터 멀리 떠나온 지금,

시간은 물론이고 처지마저도 달라진 지금,

그런 시간들을 떠올리면 대체 무슨 소용일까 싶어집니다.

 

같이 사는 남편에게 아낌받지 못하고-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그와 별개로 아내로서 여자로서

아낌받는다는 느낌을 그에게서 잘 받지 못합니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는 자세히 하다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니까 여기서 줄일게요-,

30넘은 평생에 처음으로 가져본 사랑스런 아이에게는

때때로 소리를 지르게 되고.

나중에 저 아이에게 뉴욕에서 그린 제 그림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래서 뭐? 엄마는 어릴 때 내게 소리나 지르는 대단찮은 엄마였잖아'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거예요.

매일매일 아침마다 더러워진 집안을 마주하고, 그것을 치우고, 그것이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날입니다.

돈이 모자랄까 봐, 남편이 다른 생각을 할까 봐, 아이가 말썽피우고 다칠까 봐, 그런 것들로 전전긍긍하는 나날들.

 

 

 

이런 상황에서 저 멀리 떨어진 날들의 추억이 가끔 생각나면, 그것들과 가끔 마주치게 되면

냉소적이고도 허무한 마음으로 자문하게 됩니다.

내게 그 날들은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은 그 날들은 지금에 와서 하나도 제대로 쓰임이 없는데.

내가 그렇게 빛나고, 꿈이 있고, 소중히 대접받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하는 생각요.

 

비혼 때, 막연히 외로울 때 저런 추억들을 떠올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마 '가능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비혼 때에는 저런 추억들을 떠올리면 조금은 외롭고 허전하고 그래도,

이렇게 막막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따뜻하고 정말 나 자신이 빛나던 그런 시간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만일 지금에 와서는 그 모습과 완전히 멀어져 버렸고,

정말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가 있지 않는한 그 모습을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그 아름다웠던 시간은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

 

 

 

 

 

    • 그것조차 없으면 현재 상황과 나 자신을 분리하기 좀 더 힘들겠죠.
    • 비혼 남성으로서 같은 입장은 아니지만, 뭔가 상실감을 느끼시는 듯 합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씀 드리는 건 맞는 얘기도 아니고, 하나마나한 소리 같네요.
      글을 정독하고 뭔가를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인생의 경험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다만, 지인이었다면 그저 말씀을 들어주고만 싶네요.
    • 행복한 시간은 지나가 버리기 마련이지만 그 때를 기억하며 그 때의 행복했던 감정을 되돌려 볼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혼자 하면서 제목을 보고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저는 여기에서 제가 미래에 느낄 쓸쓸함을 봅니다.
    • 그 아름다움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아름다웠던 것은 안 변할 겁니다.
    • 이상하네요. 말하긴 어려운데 저는 제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단 느낌을 받아서 비참할 때 옛날에 그렇게 무엇인가
      누리거나 받았던 생각을 하면 위안이 되거든요. 사실 그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이기는 건 그런 종류의 위안밖에
      없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 마땅할 사람이 아니고, 사실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남들은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사랑을 주었다,
      난 이보다 더 나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위안을 하게 되지 않나요? 그 위안이 없고 살면서 다시는 그 시간이 안 온다고 해도
      어쨌든 안 누린 것보다는 좋은 거잖아요. 삶이 그때만큼 좋지 않은 게 그 경험들의 탓이 아닌 바에야.
    • 남의 편, 아이, 추락한 일상..비슷한 상황인데 전 봉산님 첫 댓글과 윗 댓글 속 생각으로 버텨요. 안그럼 요모양요꼴로 사는 현재 상황을 견디기가 힘듬..

      하지만 저는 그렇단 거고. 원글님 같을 수도 있죠. 충분히. 읽다 생각해 보니 저도 아무 소용 없는 거 같기도 하네요. 내 스스로 다 망쳐버린 것들..
    • 저는 좋지 못한 추억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주 조금입니다. 극단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추억들은 제게 모두 다 아름답게만 느껴져요. 아주 일상적인 것들 조차두요. 보통 그런것 같아요. 성공? 사랑에의 희망? 아니, 연애. 그리고.. 뭐 돈같은것. 그런것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을 때는 도통 추억을 반추할 시간이 없고 오로지 미래를 떠올려야할 스케쥴만이 존재하다가 어느날 그런것들이 사라져버리기 시작하면서 과거가 나의 일부였음을, 아니 나 자신이었음을 떠올리게 되는것 같아요.

      남편분과 따로 만나셔야 할 것 같아요. 대부분은 남자는요, 진지한 설정이 아니면 진지한 얘기를 해도 흘려듣는 경향이 있어요.(저도 남자니까..) 말씀을 진지하게 꺼내시고, 함께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꿈은 같이 꾸었으면 좋겠어요. 집이나 돈, 그런 꿈 말구요 좀 더 가치있는 얘기들을 해보세요. 자녀도 마찬가지지만 먼저 두 분이 행복해지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엔 큰 우울증이 왔었는데 지금은 잘 헤쳐나가고 있어요.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 댓글에 위안을 받네요. 상실감, 맞는 것 같아요. 말을 들어주고만 싶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글 읽고 눈물 뚝뚝 흘리셨다는 댓글에...제가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어쩌면 울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원래 눈물 많고 잘 우는데, 요즘은 거의 울지 못했거든요. 적어도 제 마음 안을 들여다보다가 우는 일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전엔 봉산님 말씀처럼 생각하고 그 날들에 위안받곤 했어요.
      그런데 '난 이보다 더 나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그 날들을 떠올리고 위안한다 해도, 저와 가장 가까운 사람, 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상황이 그것을 전혀 인정해 주지 않는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nightlife님 마지막 말씀에 마음이 울컥해요. '내 스스로 다 망쳐버린 것들'...그래요. 아주 현실적으로 말하면, 딱 저것이네요....
    • 위로가 안 되겠지만.. 결혼해서 같이 사는 사람들 중 아주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안 그런 사람이 별로 없을 거 같은데요.
      혼자 있을 땐 아껴줄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옆에 누가 있는데 내 마음 몰라줄 때가 더 힘들겠죠.
      하지만 누가 정말로 내 마음을 알아주겠어요. 전 구름진 하늘님이 남편은 남편이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 1. 아이와 엄마는 최초의 공동체입니다. 그 책무는 적어도 1000일은 갑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3번은 지나야 이게 무언가 감이 옵니다. 그리고 그 세번째 맞는 가을은 훨씬 다를 겁니다.

      2. 남자 혹은 남편. 혹은 아이(천일이 지나고 나서)조차도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합시다. 나는 내가 늘 문제인 사람이었다고. 그리고 그게 당연히 맞는 문제이고 아이한테 가르쳐야 하고 남의 편인 그 사람과도 늘 대가리 박고 싸워야 하는 사실이란 걸요.
    • 스물 셋, 스물 다섯의 어느 날들에 즐거웠다, 로 끝인 거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지 거기에 무슨 소용 따위가 있겠어요. 과거의 예쁘장한 추억 몇 개로 현재의 욕구불만을 위로할 수 없는 건 당연하고요. 지금의 상실감은 내 마음을 부대끼게 하는 남편, 그리고 날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는 육아 문제와 쇼부보셔야. 전자는 아집을 버리고 헌신적 사랑으로 승화시키시든 아니면 이혼 각오로 남편에게 관계개선을 요구하시든 하셔야 마음이 견딜만 해지실 거고, 후자는 몇 년 더 하시다보면 익숙해지고 나아질 거에요.
    • 아, 서른 몇의 지금 보내고 계신 고통스러운 시간 혹은 아이를 기르시니 때때로 맛보실 끔찍하게 아름다운 순간들도 나중에 무슨 소용이나 쓸모, 의미 따위 없을 거에요. 혹시 종교가 있으시다면야 그때의 고통이 날 성장시켰다거나 관계를 단단히 해주었다는 식으로 의미부여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그냥 힘들고 지루하고 미치겠고 그러다 간혹 행복한 시간들을 그때그때 최대한 누리는 게 짱이고 남는 거임.
      • 222. 이 비슷한 댓글 달려다 인생 경험치가 낮아서 관뒀는데, 나중에 뭔 소용 있으라고 지금 인생 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고, 기왕 사는 거 좀 재밌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거고, 그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반짝반짝하던 순간들은 그 자체로 소중할 뿐이고, 지금의 괴로운 순간들도 그냥 당장 힘든 시기일 뿐이죠. 뭔 퍼즐 맞추기도 아니고 지나가서 맞춰보면 의미가 있고 소용이 있고 이런 건 소설이나 영화 아닌가요? 
    • 근데요, 위안 주려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이런 좋은 추억을 소재로 감동을 주는 글을 쓰시는 분이시라면
      충분히 아름다운 분이시라고 봐요.
      제 주변에 구름진 하늘 님 같은 처자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아직 전성기입니다! :)
      • 저도 구름진 하늘님의 글을 읽고,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는 분이라면 앞으로 괜찮아지실꺼라고 생각했어요.
        어제 저녁 오랜만에 귀국한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유학했던 날들의 추억을 곱씹었었어요.
        공교롭게도 둘 다 현재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그때는 꿈도 많고 참 열심히 살았는데 그 후의 꿈을 설정하지 못해서 지금이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그런 일이 있어서였을까, 구름진 하늘님의 글에 긴 여운을 느꼈어요.
        제가 지금 일종의 도피처, 목표로 두고 있는 결혼과 육아를 다 이룬 분이셔서 그런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고, 하지만 또 이해가 갔네요.

        꼭 듀게가 아니라도 구름진 하늘님의 생각들과 고민들을 글로 계속 적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 읽어보실 즈음에는
        당시에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또다른 형태의 꿈과 행복을 누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이 댓글달려고 정말 오랜만에 로그인했네요.
    • 빛이 났다. 꿈이 있었다. 소중히 대접받던 사람이었다. 하는 기억이 없어요. 지금이 가장 빛이 나고 소중히 대접받는 나날입니다. 맙소사, 현실이 시궁창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네요. 고통 받는 시간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진 않을거예요. 열심히 발을 놀려 하루 하루를 채워냈을때 터널이 끝나고 그럼 그때서야 나 참 잘했네, 칭찬해줄 수 있을겁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제가 겪어본 바로는 삶이 꼭 그랬어요. 어렵더라도 아가를 많이 예뻐해주세요. 그건 세상에 제 아무리 잘난 누구도 못하고 지금을 사는 구름진 하늘님만이 할 수 있는 역활이니까요.
    • 평소에는 brunette님, 침엽수님 말씀처럼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살림도 제 딴에는 꼼꼼하고 예쁘게 살아 보려고 애쓰고(객관적으로는 별로 그렇지 못하더라도;),아이 데리고 좋은 장소 맛난 곳에 맘 달래러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뭔가 맘 달랠 일, 신나는 일 만들려고 하며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 윗글과 같은 생각이 치밀어 올라오면...답을 찾을 수가 없네요.
      침엽수님 말씀처럼 제가 너무 모든 것에 '훗날 이런 의미가 있었다...'식의 생각을 적용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나중에 뭔 소용 있으려고 지금 인생 사는 것은 아닌 걸까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왜 견디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막연히 '살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하는 낙관론자는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날이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요.


      저도 잠익2님 말씀처럼 남편은 남편, 나는 나, 이렇게 살고 싶어요. 어쩌면 남편과 아이 틈바구니에서 동동대는 여성의 전형적 고민일지 모르겠지만,
      윗글은 꼭 그런 의미에서 쓴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남편 외에는 가까운 사람이 없는 환경이다 보니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샤워실의 바보님, 감사합니다..^^
    • 저도 요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참지 못하고 로그인...
      아름다웠던 시간, 행복했던 기억들이 현재의 위안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떠올리면 아름답지 못한 지금의 현실이 비춰져서 더 외롭고 눈물만 나게 하네요. 거기다 내 그런 추억들은 가까운 사람에게 부정당한다면 더 슬프겠군요. 슬픕니다...
      저도 뭐라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언젠가 걸맞은 답을 찾아내시길 바라면서... 작으나마 위로를 보냅니다.
    • 아참 외국에서 사신다고 하셨죠. 제 친구 언니도 구름진 하늘님과 비슷한 상황이라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결혼 10년차인 친한 언니의 경우엔 남이 보기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의 취미 생활로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어요.
      자살하고 싶을만큼 힘들었었는데 많이 괜찮아졌다고 하더라구요.
      결혼 안 해봐서 저는 사실 잘 몰라요. 남편은 남편, 나는 나. 이거 쉬운거 아니겠죠.
    • 비슷하고 또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인데요. 냉소와 허무를 느꼈던 것까지... 그렇지만 그런 좋은 풍경이 마치 까마득한 것처럼 믿기지 않는 때가 와도, 그 시절이 현재의 나를 구해주진 않아도 없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비록 아이도 없고 상황은 다르지만 그런 슬픔조차 빛나던 순간에 빚진 것이죠. 현실과는 무관해도 내 마음 밑바닥의 힘으로는 남아요. 과연 그럴까 의심하고 난 뒤에 보면...그랬어요.
    • 슬프게 만드시네요......ㅠㅠ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도 글이 참 단정하고 매력있으세요. 충분히 더 좋은 현재와 미래를 가꿔나가실 분 같아요.
      행복하세요. 꼭.
    • 덧글 달려고 로그인 했네요. 글을 읽고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두번째 읽고 또 눈물을 흘렸어요.<br />(저와는 다른 상황임에도) 너무나도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아서요.<br />저는 아직 아이도 없고 결혼도 안했지만...앞으로 남은 미래에 대해 그 어떤 막연한 기대조차 없이...뻔하게 진행될것임에 깊은 쓸쓸함을 느껴요. (결혼, 출산, 육아, 노동 등) <br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고, 일부는 내가 선택할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아마도 소위 '남들 사는대로 똑같이 살아가겠'죠..<br />좋았던 날들은 무슨 소용이었을까요. 어차피 앞으로 남은 대부분의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 대부분인데. 그 어떤 배필을 만나고 그 어떤 사랑스런 아기를 가져도 어차피 인생은 혼자인것을요.<br />어차피 이렇게 살거라면, 그냥 지금 모든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물론 남겨질 가족에게 고통주기는 싫기에 그런 행동은 안할테지만요.<br />두서없난 리플이었네요. 쓸쓸하고 두렵습니다.
    • 빛나던 순간도 없었고 빛날 순간도 없을 것 같아요.
      음.. 천지가 개벽한다면 올지도 모를 상황이네요.
      그래도 살만은 합니다. 죽는게 겁나서 그런가봐요.
    • 감상에 젖는 일이 좀처럼 없는 저인데 이 밤에 저도 많은 생각을 하고 추억을 떠올리고 그랬네요. 뜬금없지만 글 쓰는 일을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틀림없이 여러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단한 작가가 되실것 같아요. 글을 보고 이렇게 마음이 철렁한 것이 얼마만인지..
    • 저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바닥일때는
      마음이 말라비틀어진 생선껍질처럼 거칠고 버석거리고 생기따윈 없어서
      내일의 긍정성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 힘들고 아픈것들에 매몰되어 버리고...
      게다가 지금 힘든것도 힘든데...
      이상황이 내일도 모래도 나의 미래에 계속 될것 같아서
      그런 예측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으아아아~~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내다 보니까
      삶의 무상함 같은게 있어서
      많은 것들이 변해버리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어쨌든 아이는 자랄테고 이쁜짓하는 시간들도 오겠죠.
      너무 반짝이고 아련해서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과거는
      또 시간이 지나고 파파할머니가 되면 다시 좋은추억이 되어 줄지도 모르구요

      남편이 타인의 고통에 완전히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면 극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배려받을 수 있을 테구요.
      그래도 안된다면 나를 끝없이 힘들게 하는 관계는
      가족이든 누구든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니깐요.
      그래도 가족... 지긋지긋하기도 한 가족.. 쉽진 않지만요.

      새벽에 잠못자고 두서없이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모르겠는데
      그냥 지인이었다면 그냥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고 싶고 그러네요
    • 개인적으로 전 최근들어 이런저런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기에 과거와 미래가 떠오르면 떠오르는대로 반응하고 괴로워하고 가늠하고 갈망하며 가열차게 시간낭비를 했는데요.
      오늘 문득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이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매일매일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 미래, 다... 상관 없이요.

      일이든 취미든 무엇이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도 가질 수 없을 때 사람은 메마르는 것 같습니다.
      부디 님에게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한 시라도 빨리 오기를 바래요.
    • 새벽에 깨어나서 긴 불면의 밤을 예상하고 있다가 선물같이 좋은 글을 만났네요. 매일의 일상적 노동에 단련된 마음은 겉으론 적당히 무심하고 무감각해졌지만, 근원적인 외로움은 그림자처럼 항상 함께 있어요. 비혼여성으로서 남편과 아이를 만드는게 이 공허를 덜수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쫓길때도 있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는 걸 더 잘 알아요.

      내가 나에게 주지않는, 그리고 상대방에게 먼저 베풀 의사가 없는, 그리고 은근히 어마어마하게 기대하고 있는 아낌과 배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좋은 사람에게서 오는것은 정말 드문 선물같은 일이라는 현실인식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기대를 포기하기란 너무너무 힘든 일이지만요.

      그냥 공감한다고, 그래도 이러한 건조하고 비루한 일상이라도 다행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에 먹혀버릴거 같아 끝없이 출렁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산다고, 그래서 같이 힘내시자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내가 빛나서가 아니라 그가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날 소중히 대해준 거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는 어딘가에서 또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섬세하게 대할 거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이 사람에게 이전에 못했던 것을 해줄 수 있는 내가 되고자 힘을 내게 되더군요. 젊은 시절이란 샘물과도 같아서 나이가 들면 그 샘물을 떠마시고 살아가니 젊었을 땐 그 추억의 샘을 파는 것에 골몰하는 것이 좋다란 글귀가 떠올라요. 찰랑거리는 추억의 샘을 가지셨잖아요..... 그건 구름진 하늘님만의 영원성입니다. 영원성은 어디다 쓰라고 있는 게 아니고 그 자체로 고귀한 것 아닐까요.
    • 댓글 주신 분들 모두모두 감사하고, 다시한번 잘 읽었습니다. 솔직히 글을 쓰면서도 쉽게 답을 찾지도 얻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댓글에도 직접적인 답은 없지만...꺼내주신 진심어린 말들 공감섞인 토닥임에서 오히려 아,이게 답이 아닐까 싶은 것들을 얻어요.
      넋두리와도 같은 글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제 글솜씨 때문이라기보다는, 소재가 제게 한동안 아주 간절했던 것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말 누군가에게라도 묻고 싶었어요. 그런데...제 주변에는 이런 걸, 제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간 질문을 물을 사람이 없더라구요.
      글을 올리기 잘한 것 같아요. 오늘 아침도 여기는 비가 오지만, 마음은 어제보다 가벼워졌거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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