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리뷰: 레미제라블) 오랜만에 영화에 선동당했어요. (스포유)



일과 육아에 치여서 영화관에 가는 일이 연례행사가 거의 7년쯤 되었네요

덕분에 영화 <레미제라블> 블루레이로 이제야 봤어요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극장에서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영화관에 갔던 이가 해서웨이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라 

대신 스필버그가 연출한 <링컨> 봤어요

지금 블루레이로 <레미제라블> 보고 나니 무척 후회가 되네요

극장의 화면에서 보면 임팩트가 엄청날 장면들이 제법 많았는데 

이제 상영하는 극장이 미국에서도 거의 없는 ㅠㅠ


영화 전체에 대해서 "흠잡을 때가 없는 명작이다" 라는 소리는 못하겠어요

그러기엔 부족한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라이브 녹음이라는 한계 덕분에 유성 영화 초기에 흔했던 "녹음 덕분에 움직이지 않는 갑갑한 영화" 문제를 벗어나질 못하더군요

돈이나 노력을 엄청 들인 셋트, 로케이션, 의상 등이 클로즈업 배우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묻히는 안타까운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카메라를 줌아웃해" 라고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시도는 높이 줄만 하지만  어색한 장면들이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더군요



연기에 대한 평을 간단히 하자면 


잭먼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한다는 느껴졌지만 장면 "Look Down" 강한 인상을 계속 이어나가기엔 장발장역이 너무 버겁지 않았나 싶어요


해서웨이는 팡틴을 상당히 설득력있게 보여주더군요.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오히려 득이 케이스였어요

이뻤던 팡틴이 점점 망가져가는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컷마다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해서웨이의 연기 열정 혹은 오기(?)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아카데미 조연상 받을 하더군요.  


러셀 크로의 자베르는 아쉬운 미스 캐스팅이었어요

러셀 크로가 타작품에서 보여주던 깊이있는 연기가 노래 부르는 순간 와장창 깨지고 매력적이었던 저음의 목소리는 뮤지컬에선 최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기가 재미없어서 러셀 크로가 노래하기 시작하는 순간은 장면을 건너뛰고 싶었습니다


떼나르디에 부부가 나오는 장면도 지겨워서 영화에 정도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832년의 혁명 장면이 시작되면서 영화가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하더군요.  


마리우스 역을 에디 레드메인.

앙조라스 역을 애런 티벳.

가브로쉬 역을 다니엘 허틀스톤.


명의 배우가 신선하고 눈에 띄었습니다.


에디 레드메인은 노래 실력도 대단할 아니라 마리우스의 순수하고 여린 감성을 연기하더군요

동료들이 죽은 망가진 아지트에서 부른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매우 호소력 있었습니다.


애런 티벳도 결의에 차있는 젋은 혁명 지도자 앙조라스를 인상깊게 보여 주더군요

"Let others rise to take our places until the earth is free" 라고 죽음을 각오할 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가브로쉬의 다니엘 허틀스톤은 놀라웠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의 배우를 가브로쉬역에 캐스팅하지 않았나 우려되었는데 

다니엘 허틀스톤의 노래 실력과 연기력이 너무 우월해서 논란의 여지를 말끔히 없애버린 같아요


에포닌역의 사만사 밝스와 코세트의 아맨다 사이프리드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감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감명깊었던 장면과 곡을 뽑자면 


죄수들이 손으로 좌초당한 배를 회수하면서 불렀던 "Look Down."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에서 봉기가 시작될 불렀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라이브 녹음이 가장 효과적인 노래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봉기가 시작될 수도 있으니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의도가 이만큼 맞아떨어지는 곡과 장면은 없었던 해요).


혁명이 진압된 동료들이 사라진 아지트에서 마리우스가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던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그리고 마지막에 천국인 듯한 곳에서 대부분의 출연진들이 함께 불렀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Reprise)."


결국 저한테 2012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개인의 구원과 사랑이라는 점에선 거의 어필하지 못했고 

1832년의 프랑스 민중항쟁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감명을 작품이 되었네요


제목에서 밝혔다시피 선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정복자 펠레> <파업 전야> 이후 <레미제라블>만큼 저를 선동적으로 자극했던 작품은 없었던 같아요


블루레이에는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감독 후퍼는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Occupy" 운동을 언급하더군요

원작 자체가 혁명의 낭만성과 열기로 가득차 있긴 하지만 

후퍼가 작정하고 <레미제라블> 혁명성을 강조했다는 고백한 셈이죠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전남 도청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죽어간 광주 시민군을 떠올린 사람은 저뿐일까요?



 

    • 그냥 드리는 말씀인데, 선동이라는 단어가 조회수의 2/3 정도는 까먹는다고 확신합니다.
      자신이 선동 된 것을 자각하지 못해야 선동이라 할텐데, 자각할 수 있는 선동이라니까 뭔가 이상하군요.

      레 미제라블에 대해서는, 전 자베르가 맘에 들었던 소수파였습니다. 장발장이랑 칼질하며 불렀던 부분도 좋았고.
      영화 총평 관련해서는 제가 영화로 몇 번이나 나온 레 미제라블을 전부 다 보지 못해서 그 맥락을 모르겠어서 쉽사리 말하기 어렵더라구요. 감독은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잔뜩 나온 소재를 가지고 찍느라 다른 영화들과 차이를 보이면서도 완성도를 높이느라 힘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시녹음(이라고 해야할 지)을 통해 다른 레 미제라블 영화와 차별성을 두었다고 생각하고 뮤지컬 본 적 없는 제게 있어서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습니다. 조금 지루했다는 것만 빼고요. 그래도 영화 러닝타임에 그 내용 다 집어넣는게 너무 힘들었을꺼라 생각해요. 안 그래도 긴 러닝타임 더 늘릴 수도 없었을거고. 영화의 첫 장면에 좌초선 치우는 노래가 제일 맘에 들더군요.
      • "선동"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그렇다고 조회수 걱정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이미 게시판 떡밥으론 차게 식은 영화를 뒤늦게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어서 듀게에 올린 것 뿐이니까요.

        "선동"이라는 용어가 요즘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될 뿐 아니라 심지어 비아냥거리기 위해서 빈번히 쓰인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어휘 선택에 좀 조심해야 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제가 느꼈던 벅찬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선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끝까지 싸워 죽더라도 누군가가 우리가 못다한 사명을 이어 받을 것이다" 라는 투의 대사를 냉소없이 가슴 벅차게 들은 것이 너무 오랜만이었습니다. 아이튠에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주저없이 다운받는 제 모습을 보고 "제대로 선동당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레미제라블>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매우 감동받은 부분, 실망스러운 부분이 확연하게 나눠진 경우이지만 미국-영국권의 영화 비평가들 중엔 별 1개부터 별 4개까지 다양하더군요.

        블루레이의 인터뷰에서 보니 첫 장면의 좌초된 배를 회수하는 장면은 제작자나 감독이나 "biblical epic" 정도의 효과를 노리고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라고 하더군요. 시각적인 웅장함이나 "Look Down"이라는 노래의 비장감이 압도적이었어요. "Look Down"이란 곡이 전달하는 직접적인 메세지 외에 좌초선 회수 장면은 영화 전체의 주제까지 암시하는 듯 했습니다. 좌초했지만 물에 가라앉지 않은 선박이나 물에 흥건히 젖어 더욱 무거워진 프랑스의 삼색기는 장 발장같은 민초들의 뼈를 깍는 노역 속에서만 회수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시작부터 이 영화는 "피를 먹고 자라는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있어요.
    • 책을 재미있게 읽고 뮤지컬을 만족스럽게 봤지만, 이번 영화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왜 굳이 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는가'라는 질문에 감독 스스로도 영화적 언어로 답할 길을 찾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뮤지컬의 좋은 곡들이 바탕을 다져주지 못했다면 작년에 본 영화 중 최악에 가까웠을 거예요.
      • 책은 봤지만 뮤지컬을 아직 보지 못했네요.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어요. 제 리뷰에서도 얘기했듯이 감독이 좀더 융통성을 발휘해서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한층 더 부각시켰더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아요.
    • 레미제라블 보면서 광주 생각한 사람 엄청 많을걸요?
      • 저 혼자만 광주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서 반갑네요.
    • 진짜 선동적이죠>_< 극장에서 보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합창하는 장면이나 바리케이트 장면 등은 좋은데, 스크린 가득 클로즈업되어 움직이지 않는 배우 얼굴은 좀 부담스럽기도 해요ㅋ 뮤지컬도 꼭 보시면 좋겠어요! 뮤지컬도 참 좋아요ㅜㅜ

      음 근데 자각할 수 없어야 선동인가요?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요.
      • 클로즈업의 압박이 극장 스크린에서 더욱 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극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 덜어봅니다.

        "선동"이라는 단어는 "정치사회적인 소재의 연설이나 공연에 흥분될 정도로 감화되어 전달되는 메세지에 부응해 행동으로까지 옮기게 된다"라는 의미로 나름 개념 정리했습니다. 순수하던 시절에는 뚜렷한 자의식 없이 흥분하고 행동하곤 했는데 이제 세상의 때가 어느 정도 묻은 나이가 되고 보니 흥분된 제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도 영화의 선동력이 통하긴 한 거죠. 요약하자면 자각할 수 있어도 선동은 선동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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