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워 Z 봤습니다- 좀비영화는 원래 이렇게 무서운가요?(스포 약간)
퇴근 후 동생이랑 월드 워 Z를 봤습니다.
저는 목금토일 시간이 안 되는데 동생이 주중이라고 내켜하질 않아서 팝콘으로 꼬드겨 겨우 같이 봤는데 확실히 동행이 있어야 재밌는 영화였어요.
영화제 야외상영으로 보면 최고로 재밌겠지요.(만~약에 부산국제영화제 때 이거 야외상영하면 재탕하겠습니다)
평소에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일이 드물고, 좀비영화는 난생 처음 극장에서 봤는데 엄청 쫄아붙어서 봤어요.
좀비 영화는 원래 이렇게 덜덜 떨면서 보는 건가요? 뭔가 데이트에는 공포 영화 어쩌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제가 본 좀비물이래봤자 28일 후, 28주 후 이거 두개가 전부지만 나름대로 좀비는 느릿느릿+멍청한 것들이라서 그 존재 자체의 살상능력이 무서운 게 아니고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두려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좀비들은 시작부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리면서
달리기 못하는 저의 공포를 증폭시키는 바람에 영화 보는 내내 신음하고 의자를 쥐어뜯었습니다.
주인공 제리는 닥친 상황 속에서 뭘 해야할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또 과감하게 그걸 실행할 능력이 있고
황당한 현실에 대해서도 불만불평을 늘어놓거나 회피하지 않는 멋진 인물이었고,
브래드 피트 역시 그런 인물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어서 아 돈 값하는 스타 배우란 저런 사람이구나-라고 감탄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이 아저씨의 얄쌍한 꽃미남 시절보다 지금이 더 잘생겨 보인단 생각이 들 정도로 멋졌습니다.
빵발 아저씨를 빼더라도 토미도, 세겐(저도 강백호 머리 하고 싶어요ㅠ)도 좋았고
여기저기 마음에 드는 조연들이 꽤 많아서 짜증내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고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가 비행기 속에서의 난리였는데 승객들이 공포에 질리는 대신 다들 제몫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사태 파악 제대로 하는 현명한 인간이 딱 하나만 있어도 저게 되는구나-싶어서 뭔가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불만이 많다고 들은 결말 부분도 저는 괜찮았습니다. 컨테이전의 완벽하게 완결된 이야기가 오히려 싱겁다고 느낀 쪽이라 그런 걸지도요.
성공적으로 페이션트 제로를 찾고 발병 원인을 규명해냈다면 잉? 저 아비규환에서 저걸 해냈다고? 브래드 피트라서?-_- 이랬을 것 같달까요.
그렇다고 전 인류가 좀비가 되어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면 저야 뭐 재밌게 볼 것 같지만 영화가 안 팔릴 듯하고요.
마지막 부분에 모스크바 장면에선 추위는 좋은 거구나, 나폴레옹도 나치도 좀비도 다 막아주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진지한데 어쩐지 웃음이 피식 나왔습니다.
원작은 안 봤는데 사든 빌리든 구해서 읽어야겠어요.
며칠 전엔 맨 오브 스틸 보고 흡족해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거보다 조금 더 좋네요.(별점으로 치면 반개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신나게 떠들었더니 재밌겠다며 관심을 보이시는데, 아빠도 생각 있으시면 같이 보러 가시라고 표 끊어 드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