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정치중립과 대안

이 글은 제가 쓴 건 아니고, 제 지인이 글을 하나 올려주길 부탁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자주 글을 쓸 것 같지는 않아서 회원 가입은 할 생각은 없는데 지금 한국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는지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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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국정원에 관하여 여러가지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물론 누가 무엇을 했는지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디를 봐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들도 정권을 잡으면 국정원을 악용할 의도라도 있는 양 말입니다.

국정원은 매우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국정원 행동을 수시로 감시하여 과연 적법한 역할을 하는지, 국익에 직접 관계없는 한국 내 정치 공작을 하는 지 판단하고 필요시 제재를 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국정원장이 직접 국회에서 특별조사권을 발동시키지 않으면, 대통령 외 아무에게도 보고를 할 필요도 없고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무도 알 길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정원에서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큰 규모의 정보 탐색과 조작을 아무도 모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상시 활동 내용을 국민들이 열람할 수 있는 여러 정부 부처와 기관과 달리, 다른 중립적인 위치의 사람들로부터 감시 감독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대로 기밀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국정원을 감시, 감사, 관리, 제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국가 정보부가 권력을 남용할 것을 우려해서 조금이라도 국가 정보부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안전 장치로 정보 감시 재판소를 운영합니다. ( http://en.wikipedia.org/wiki/United_States_Foreign_Intelligence_Surveillance_Court )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기관이 있어서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지 아닌지 감시하고, 필요하면 국정원의 어떤 활동이 왜 합법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 기관을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하고, 이중 최소 3명은 무조건 야당이 임명하고, 또 다른 최소 3명은 국회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문단체에서 임명하는 것이 어떤가 합니다. 이 재판관 임명과 이 기관의 기록 열람을 할 수 있는 국회 내 비밀부서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 국회 비밀부서는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밝히는 것으로 하는 것입다. (구성원 중 일부의 이름을 공개하는 방법등이 있겠죠.) 국회 비밀부서 의원들의 수는 가능한 한 국회내 정당의 의원석에 비례하게 나누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꼭 야권이 최소한 절반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밀부서의 또 하나 큰 의무는 작성된지 10년이 지난 국정원 관련 기록에 대해 현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이제는 국익에 별로 관계 없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최대한 빨리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고, 관계가 있다고 판단된 내용은 10년 후 재심사하도록 분류하되, 10년후 재심사하기로 된 안건에서 공개가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일반 대중에게 공개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공개 가능한 내용이 많지 않겠지만, 최소한 재심사 처리 문건이 언제 몇 개가 재심사 처리로 분류되었는 지는 알려져야  합니다. 즉 일반 대중도 10년 전에 국정원이 무엇을 했는지 부분적으로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일반인이 기밀 문서 공개를 현재보다 더 쉽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위에 언급한 미국의 FISC 법원이나 국회 비밀부서나 국회 인증 자문 단체가 있다면 이러한 기관이 기밀공개를 받아들일 지 거절할 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reedom_of_Information_Act_%28United_States%29  이 링크를 한번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국민의 안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은 사법부, 군대, 경찰, 그리고 국정원입니다. 그 중 아무런 감시와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기관은 국정원 뿐입니다. 최대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기관, 법원, 아니면 단체가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떻게 앞으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최대한 보장하게 하는 가에 대한 논의가 지금 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문장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 듯 해서 본문 서술어 몇개를 약간 고쳤습니다. 본문에 나온 대안은 미국의 예를 보고 한국에 적용해서 생각해본 제 지인 나름의 구상이고, 미국의 경우는 링크에 가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국회 비밀부서의 부분공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원문 작성자와 대화를 조금 했었는데, 일단 주제는 국정원 중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 그런 상세한 부분은 빼고 쓴 것으로 압니다. 나중에 좀 더 물어보고 중계를 할 수 있으면 해보겠습니다.

    • 훌륭한 제도군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느 제도나 악용될 소지도 있고 분단국가라 정보공개에 제한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밀폐된 시스템보다는 훨씬 완충장치가 될 것 같습니다.
    • 언급된 FISA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색영장을 신청하면 기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비판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통계가 있네요: http://en.wikipedia.org/wiki/United_States_Foreign_Intelligence_Surveillance_Court
    • 설령 대통령이 국정원의 능력을 남용하지 않고자 거리를 두어도, 방치만으로는 개혁이 안된다는 것은 확인이 되었죠.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궁금했는데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회의원 중 일부를 비밀 기관으로 만들어서 국정원 정보를 열람한다는 게 어떻게 구현되는 건 음.. 어떻게 돌아갈까 상상은 잘 안 되네요.
    • 국회 상임위 각각이 특정 행정부처를 담당하고 있는데, 1994년 2월에 국정원 담당의 [국가 정보위원회 - 위키피디아]가 신설되었더군요. 하지만 국정원 자체가 비밀기관인지라 영상회의록 등에서 국정위의 회의를 보거나 들을 수 없는데요. 그래도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의안 을 검색할 수 있어서 보면, 국정위가 국정원 관련 법안을 계속 제출 했더군요.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가장 최근의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의원 등 12인) - 의안정보시스템]의 "제안 이유 및 주요내용"을 보시면, [앞으로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 관여를 철저히 차단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 관여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형량을 강화하고, 국가정보원의 정치 관여 행위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중대한 국기 문란사건이므로 이를 끝까지 추적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고 있습니다. 이 쪽 채널을 통해서 압박을 가하면 본문에서 말한 것과 같은 규제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거라 보이며, 지금 올린 안건부터 잘 통과가 되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에 대한 다른 안건들, 2(변재일의원 등 12인) 3(정청래의원 등 10인)도 [국가정보원이 통신제한조치를 실시하거나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도록 함]이라고 주장하고 있군요. 기밀 정보 기한제 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시상황의 한국에서는 10년은 너무 짧고 영미일에 맞춰 한 25년 내지 20년 정도로 잡아야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런거야 사회적 합의 및 정부 측과 의원끼리 합의하면 될 내용이겠지만..)
    • <중계입니다>
      loving_rabbit/ 좋은 지적이십니다. 미국의 경우 이 재판소의 주 임무는 신청 영장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것이지, 그 영장 내용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려하거나 정치 중립성을 위해서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보부에서 이 재판소에 영장을 신청하는 것에 익숙해진 후에는 영장 기각 당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기는 합니다. 그리고 미국 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이 재판관 11명과 이 위의 재 심사 기관 ( http://en.wikipedia.org/wiki/United_States_Foreign_Intelligence_Surveillance_Court_of_Review ) 3명 모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것인데, 미국에서도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자주 공격당하는 이 현실에서 과연 이렇게 야권과 중립적 단체의 검증을 받지 않은 재판관들이 얼마나 정부의 영장 요청을 비판적으로 볼 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 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많은 제약이 있어서 한국 현실에서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이러한 단점과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비슷한 재판소를 한국에서 만드려면 저는 인사 결정권에 야권과 중립 단체들의 참여가 꼭 있어야 하며, 단순 적법성 판단 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판단도 하고 필요한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기능과 역할을 가진 기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행 국회 상임위인 국가정보위만으로는 국정원 활동을 감시하고 대국민공개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영미권 국가의 전통인 '재판소' 형태는 한국의 정치, 행정 문화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행 정보공개법상으로는 안전행정부 주관으로 (국가) 정보공개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어있습니다만 현재는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실권이 거의 없으며, 둘째, 국가 전반의 정보공개정책을 다루는지라 구체적인 정보공개재분류를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기구를 독립적으로 강화하고 주요 권력기관에 대한 집중감시, 정보공개재분류 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떠올랐습니다. 어째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정보감시, 공개기구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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