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던 건데 그 이제훈의 선배요 컴퓨터 갖춘 원룸에 사는 선배가 침대에서 스타킹이 발견되니까 하는 말이 대충 이런 거였죠?
여자 술 먹이고 데리고 오면 쉽게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이제훈이 수지랑 헤어지게 되는 결정적 장면이, 술때문에 몸도 못가누는 수지를 그 선배가 집에 데려다다가 방까지 들어가는 거였죠.
선배의 말은 명백히 데이트 강간 아닌가요? 술취해 몸도 못 가누는 여자랑 일방적으로 섹스를 했다면요. 수지의 방으로 들어가는 선배를 보고 이제훈은 몸도 못가누는 수지한테 실망할 게 아니라 뛰어가서 같이 부축해줬어야 하는 건 아닌지, 저는 생각했는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데이트강간의 개념이 이 경우에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고 이제훈의 어린 마음도 극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그 상황에서 이제훈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정해져있는 거나 다름없의까요. 안그럼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겠죠.)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서연과 승민, 그리고 강남선배의 관계가 그렇게 선명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들이 섹스했는가를 언급하지 않을 뿐더러, 관계를 가졌다 해도 그게 '데이트 강간'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죠. 서연의 진술을 앞질러 '너는 데이트 강간을 당한거야!!!'로 나가게 되면.. 막막하군요.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접하는 비극.
이런 불편함을 토로하는 글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듭니다. 예를 들어.. 하나는 '이것은 데이트 강간'이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이해나 공감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하나는 영화 매체란 다양한 방식으로 반인륜적 범죄와 폭력을 모사하게 마련인데, 왜 이 영화에 유난한 불편을 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