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된 슈퍼맨들은 하나같이 외로운 존재들이군요. (맨오브스틸 스포있음)
리처드 도너판에서는 이런 느낌 못느꼈는데 말입니다. 전 리브의 슈퍼맨은 이중생활까지 포함해서 자기 인생을 꽤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거의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슈퍼맨' 수준.
그에 비하면 리턴즈의 슈퍼맨도 이번 맨오브스틸의 슈퍼맨도 참 고독해보여요. 특히 맨오브스틸의 수퍼맨은 고독을 넘어서 되게 인생이 고달플 것 같은 느낌. 아예 세속을 초월해버린 듯한 리턴즈의 슈퍼맨은 주관적으로는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별 고통이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은 왠지 갑갑하고요. 예수라기보다도 걍 신인 듯. 근데 무척 외로운 신같아요. 이미 전지구의 아이돌로 등극한 리턴즈 슈퍼맨에 비해 앞으로 끊임없이 자기가 지구라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믿어달라고 어필해나가야할 듯한 맨오브스틸 슈퍼맨은 걍 앞날이 캄캄해보여요. 그래서 처음부터 로이스가 클락=칼엘인걸 알고 상견례(...)까지 마친게 좀 마음 놓였나봐요. 신이라기보다는 그냥 고독한 인간같이 느껴지고 또 개인적으로는 예수보다는 고대 신화의 영웅들을 연상하게 하는데가 있어요. 끊임없이 시험당하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내도 끝이 그닥 해피하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 (헨리 카빌이 신들의 전쟁에서 테세우스 역을 해서 그런가. 거기서도 엄마라면 껌벅죽는 바른생활 마마보이였는데) 슈퍼맨이라기보다는 칼엘의 이야기였던 느낌? 아무튼 되게 아련아련하게 봤네요. 일단 컨셉은 잘 잡은 거 같아요. 특히 마지막에 캔자스에서 자랐어요 운운은 멜팅팟이라고 자처하는 주제에 은근히 소수인종은 진짜 아메리칸으로 안쳐주는 듯한 미국의 분위기랑 겹쳐져서 배트맨이랑은 완전 궤를 달리하는 슈퍼맨만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고어의 각본은 으음....;;; 진짜 이 사람 왜 이렇게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싶으면 꽂혀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스토리를 잘 짜나? 하긴 맨오브스틸에서도 캐릭터 구축이나 전반적인 스토리는 괜찮았어요. 대사가 너무 형편없어서 안습이었지. 아무튼..... 맨오브스틸 보고 나니까 상대적으로 지루하긴 했어도 수퍼맨 리턴즈가 참 세련되게 잘 뽑힌 영화구나 싶더라고요.
맨오브스틸은 흥미롭고 재미있긴 했는데 너무 덜컹거려서 두번 타고 싶지는 않은 놀이기구 같은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