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다크니스 (스포일러 포함)
유투브 댓글에 보니 인도인인 칸을 백인 영국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에 대해 말이 나오는 군요. 원작에서 칸 누니엔 싱을 연기한 배우는 멕시코계였습니다만 그때 시대상황과 여러 영화외적 사정을 감안해보면 확실히 백인 배우가 인도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보다는 멕시코계 배우가 인도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그나마 설정을 존중하긴 한 것 같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았으니 오리지널 칸을 맡은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말할 처지가 못되지만 분명한 건 칸을 부활한 20세기 전쟁광 독재자가 아니라 스타플랫의 체제내부적 결함을 보여주는 테러리스트로 만들 거였다면 진짜 인도인 배우를 안쓴 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관객들이,특히 미국관객들이 아랍인과 인도인을 구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듭니다 쿨럭;)
커크랑 스팍은 의외로 담백하더군요(?) 두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배우간 합도 좋고 쉴새없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깨알같이 들어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묘사도 꽤 치밀하고요. 하지만 브로맨스까지는 안느껴지던데요. (방사능으로 커크가 죽어가는 장면에도 불구하고!) 그냥 찐한 브라더후드? 적어도 반지의 제왕의 샘/프로도, 가이 리치 홈즈의 홈즈/왓슨만큼 대놓고 멜로는 아니었어요. (낄낄) 리메이크에서 새로 탄생시킨 관계인데다가 그닥 공들인 묘사도 없는데 왜 제겐 스팍/우후라가 꽤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걸까요? 조 샐다나의 매력인가?
배경이 런던인건 앨리스 이브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국 억양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잠깐 그럼 이 우주에선 칸 누니엔 싱은 영국계 혈통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인도로 가서 전쟁광 독재자가 된 건가? 그럼 네로가 시간선을 건너온 것이 평행우주의 분기점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다른 우주였던 걸까요? 컴버배치 칸의 풀 네임이 칸 누니엔 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진짜 희한하게 생겼네요. 인터넷 어딘가에서 팬 중의 한 분이 컴버배치는 잘생긴것도 아니고 못생긴것도 아니고 잘못생긴거다라고 하는 걸 보고 배를 잡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 영화를 볼땐 좀 심하게 잘생겨보여서 착시현상인가 정말로 잘생겨진 건가 아니 대체 어떻게 어느 새에?! (심지어 크리스 파인보다 잘생겼어! 내 눈을 믿을 수 없다!) 싶었는데 프리미어 같은데서 찍힌 사진을 보면 역시 계속 이상하게 생겼네요 (...) 크리스 파인이 역시 미남이예요.
칸 캐릭터를 잘 모르겠어요. 개심의 여지없는 자기종족우월주의자같으면서도 나중에 커크랑 같이 벤젠스호에 숨어들어갈때는 나름 유대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먼저 칸을 스턴건으로 지진 건 커크&스코티였으니까요. 어쨌거나 칸은 제독를 살릴 생각은 없었으니 커크랑 부딪히는 건 필연적이었겠지만 묘하게 이 버전의 칸이랑은 협상/공존이 가능할 것 같단 말이죠. 아니면 그렇게 보일 만큼 교활하든가. 실제로 칸은 자진항복한 이후 줄곧 스팍은 무시하고 커크만 집중공략(?)하죠. 여기에서 누가 소프트 스팟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느낌 ㅋㅋㅋ 심지어 부르는 호칭도 캡틴에서 얼렁뚱땅 커크로 바뀌어요. 아무튼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칸이 제작진이 진짜 공들인 캐릭터인 건 맞는 거 같아요. (대체 옷을 몇벌이나 갈아입히던지 후...)
커크의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있기는 있어요. 그 지점이 꽤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일단 본드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으로 갈아탄 지금 20세기 초중반의 느끼한 우머나이저 선장이 더이상 먹힐 리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버지같이 생각하던 파이크 제독을 살해했는데도 칸이 시키는대로 다 하고 있는 커크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크루들도 저 양반은 우리 없으면 어디서 객사할 지 몰라 보살펴주자(...)라고 생각할 거 같아서요. 원래 카리스마라는 건 지도력이나 육체적 매력, 인품 같은 걸로 정의할 수 없는 불가해한 포스라던서요. 크루들이 베이비시터내지 손위형제들의 느낌으로 커크를 싸고 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네요.ㅋㅋ 특히 본즈는 커크 한정 엄마닭 ㅋㅋㅋ
레드셔츠 농담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서야 알았네요. 어쩐지 칸 잡으러 내려갈때 커크가 대원들에게 셔츠 갈아입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유난히 크게 웃으시는 분들이 몇분 계시더라 ㅋㅋㅋㅋ
죽지 않고 다시 냉동된 칸은 재출현할까요? 솔직히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칸 연기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칸을 어떻게 끼워넣어 이야기를 만들지 난감할 것 같네요.
쌍제이는 스타트렉을 버리고 스타워즈로 갈아탈까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보다 재미있을 거란 사실은 명백합니다만 솔직히 아나킨/다스베이더가 안나오는 스타워즈의 우주는 그닥 관심없고 새롭게 구축될 루크 스카이워커의 캐릭터는 예전의 지고지순한 선량함을 더이상 갖고 있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제게 있어 루크의 매력은 바로 그 '크게 고민하지 않는 점'에 있어서 말이죠.
3편이 정말 기대되네요. 메인 악당은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