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니즘도 중요하고 밥벌이는 숭고하지만...

국정원 심리전담반 기사를 보면서 늘 생각하는 건 '저런 일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가?' 하는 거예요.

물론 제목에 썼듯이 먹고사는 거 중요하고 숭고한 거 알고 있고
제가 그 사람들 먹여살릴 거 아니면 함부로 쉽게 단정지어 말하면 안 되는 것도 알지만요.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이것만은 하기 싫다/할 수 없다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 혹은 원칙이 있을 거 아니예요?
저는 정말 끔찍하게 싫을 것 같은데 그사람들한테는 그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걸까요.

물론 '일하는 국정원 직원인 나'와 '일터 밖에서의 자연인 나'를 각기 다른 존재로 설정하면 멘탈에 별 무리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이게 그렇게 말처럼 구분이 쉬운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지도 않죠.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고 그렇게 꼿꼿하게 굴다가 굶어죽기 십상이라고 욕하겠지만 저는 진짜 영혼 없는 돈벌이는 하지 않겠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걸핏하면 상부의 명령 때문이다, 일개 직원 나부랭이가 무슨 힘이 있겠냐, 진짜 하고 싶어서 했겠냐 어쩔수 없었다, 하는 말 뒤에 숨는 경우가 많은데
전 지시한 사람은 물론이고 일개 직원이라도 행동한 것에 대한 처벌은 엄중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먹고사니즘 이야기가 나오고...


제가 아직도 순진하게 배가 불러서 이런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씩 먹고사니즘이 모든 걸 집어 삼켜버리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답답해요.
    • 먹고사니즘이 아니라 즐겁게 했을 수도 있어요. 일베충들이 먹고사니즘 때문에 분탕질치러 다니는 게 아니듯이.
      • 그러니까요. 즐기면서 했을듯
    • 국정원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요.
      밥벌이 하면서 국정원에서 하는 일보다 훨씬 더 구차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 구차함에도 수준(정도 차이)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구차한 것과 위법한 일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자기합리화 기제의 힘이란..
    • 칼 쥐어주고 눈 앞에 있는 사람 하나 죽이라면 못죽이지만, 유대인 수용소로 가는 기차를 운영만 하라 하면 정상적이고 평범하고 온화한 가장도 멘탈에 아무 무리 없이 손쉽게 하루 몇백 몇천명의 유대인을 수용소로 나를 수 있죠.
    • 즐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혼없이 조직에 충실한 관료봇이겠죠.
    • 그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부끄러운지도 모를꺼예요. 국정원 셀프감금 김모씨나 국정원 직원들이 썼다는 게시물과 댓글을 보다보면 도저히 억지로 하는 사람 수준으로 안보여요.
    • 그래서 국정원 사태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내부 고발자의 보호 처분. 하지만 그 아저씨의 운명은 그냥 '혼돈, 파괴, 망가~~앜'이 될 듯.
    • 세상을 살아보니 그 원칙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환경의 노예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환경에 내가 처하면 과연 다를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엔 저항하다가도 결국 온갖 합리화를 다하게 될지도 모르죠.
      • 네. 그래서 그런 돈벌이를 시키는 조직과 사회가 제일 나쁘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까지 제 나름의 원칙을 지키면서 살 수 있었던 게 행운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역시 모르죠.

        다만 이번 건은 정말 너무 상상도 못해본 일들이어서 저도 충격도 크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 요즘은 돈이 최고가치가 되어서 그런것도 같습니다. 다른 중요한 가치보다 우선시 되다보니 아무리 천박해져도 그럴수있지 하고 넘어가죠. 우리는 중국을 대륙이라 어쩌고 하면서 비웃지만 우리나라만큼 중국의 천박함을 닮은 나라는 없는거 같네요
    • 님이 그사람들 밥 먹여줄거 아니라면 영혼이 있네없네 함부로 말하지 않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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