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룸.

어제인가 듀게에 뉴스 룸 시즌 2가 나온다는 글을 읽었죠. 그리고는 느지막히 시즌 1을 달렸습니다. 뉴스 룸의 파일럿을 수십번 돌려본 것치고는 늦장을 부린거죠. 이래 저래 다 보고 났더니 멍 하군요. 전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데, 파장이 잘 맞았는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로맨스 부분은 감정 이입할 곳이 한 군데도 없었어요. 가끔 지루하기까지 했고, 전 고리가 계속 뒤바뀌는 커플링 같은 것엔 관심 한 톨 없는 사람이라 어떤 추로 시소타기를 유지하는지, 그 기교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를 대변하는 이상적인 상황에 대해서 감명받은 것도 아닙니다. 이상과 현실을 적당히 섞어, 약간 이상 쪽으로 편향되게 판타지를 그려내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그 케익에 이상이 섞여서 단 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케익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에 비위가 상하게 되죠. 도대체 전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보고 질질 짰던 것일까요.


제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장면은, 윌이 흑인 게이 의원을 괴롭히는 장면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의원이 윌에게 항변하는 장면이었죠. 논리적으로 정합되지 않는 구석을 난도질 당한 한 사람의 항변, I, don't, need, your, help. 처음에 사실에는 중층의 면이 있다고 충고를 해준 사람들이 그 이후부터는 선과 악이 뚜렷한 모방론과 계몽주의의 틀 안에서 춤을 추는데 어색하지 않다면 이상하죠. 그러다보니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소재와 그렇지 못한 내적 규칙이 맞부딪혀 자기 발이나 남의 발에 걸려서 넘어지는데 바로 그 순간이 저에게는 울컥하는 순간이더라구요. 오직 실패만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에 가까운 부분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선택을 자신이 온당히 책임지는 사회에서 언론이란 크게 보면 오지랖일 뿐인데, 신념을 담은 오지랖에 가장 쥐약은 자발적 거부이겠죠.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슬로운이 끊임 없이 경제 묵시록을 전하는 것에 실패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뉴스 룸에서 일관적으로 나오는 언론인의 두 가지 이상향은 누구보다도 빨리 정보를 제공하거나, 빈도와 관련 없이 중요한 정보를 소수 선택을 통해 제공하는 것인데 경제 경고는 빈라덴 속보처럼 전자만 있거나, 유권자 확인법처럼 후자만 있는 반 쪽 이상이 아니라 둘 다 합해진 완전한 이상이었죠. 시간은 정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자원이고, 다른 무엇보다 정보는 빨리 썩습니다. 이런 가장 중요하고도 빨리 전해져야할 정보가, 대의에 희생되어 밀렸으나 대의마져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은 전력을 다해 실패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상대의 감정을 잘 읽지도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뜻대로 잘 전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자신의 언어 영역에서 전해야할 것을 못 했을때 순수하게 분노하는 것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제가 뉴스룸에서 가장 인간미를 느낀 인물은 그랬기 때문에 슬로운이었습니다. 메켄지는 (아무리 종군 기자였다지만) 이상할 정도로 멘탈이 좋아, 진정으로 망가질 상황에서도 비인간적으로 (그걸 버텨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버텨내더군요.


이 끔찍한 정보 투성이의 정보 불균형 시대에서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봤습니다.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의 고고학자에서 벗어나려면 현대의 언론인은 수많은 경쟁자들과 다퉈 자신이 제공하려는 정보의 신뢰성을 최선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없는 정보는 없지만, 있는 정보도 없는 꿰야할 구슬들로만 가득찬 세계가 된 지 오래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공짜 정보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고생고생해서 정보를 가공하거나, 또는 남이 모아다 놓은 정보를 훔쳐오거나 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과연 이런 일에서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 잠시 동안 예언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니면 누군가를 대변하거나 누군가에게 사실을 제공한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인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긁어 모을 때 체험할 수 있는 건 이건 중노동이고 반복작업에 노가다라는 것이죠. 이런 고생을 하며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언론 종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뭐, 뉴스룸은 자기고백 내지는 고해성사를 하며 깔끔하게 시작하긴 하더랍니다만. 그 최근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이라고 하면서 긁어가는 댓글에도 저작권이 있는데 나중에는 그거 어떻게 안 되려나 싶습니다.)


제 생각에 이 글은 횡설수설에다가 무슨 말인지 모를 문장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 끝까지 읽으신 분들에게 고생하셨단 말 드립니다. 보는 종일 훌쩍거렸는데 명쾌하게 설명이 안 되니 답답하군요. 오글거릴 부분에서는 남김 없이 오글거리면서 지나간 거 같은데..

    • 웨스트윙에도 비슷한 에피가 있죠.

      조쉬가 게이인. 공화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끝내는 '당신의 존엄을 무시하는 당을 어떻게 지지하냐!"고 부딪치는..
      참. 씁쓸하기도 하고. 뭐. 그런 느낌이였어요.

      여튼 기대됩니다. 뉴스룸 시즌 2.
    • 목요일의남자_ 음... 비슷한 소재를 두 번이나 같은 형식으로 썼다라. 게다가 상대를 이해 하는데 있어 논리적인 비중은 작고, 감정적인 비중은 크다라. (게다가 뉴스룸에서 그 에피소드는 상담으로 시작하죠. 2중 함정 같은 거랄까.) 제에겐 자기 모순적 선택에 대한 공화당 측의 논리는 뉴스룸 1화로 설명이 됩니다. 총체적으로 옳지만 성취는 못 하는 당과 부분적으로만 옳지만 결국에 법을 만드는 데 있어서 성공하는 당이 있다면 자신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어떤 당으로 갈 것인가, 에 대한 대답. 약간 아론 소킨에게 아쉬워지는군요. 웨스트 윙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런 맘이 조금 사라졌어요.
      • 웨스트윙은 그럼에도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뉴스룸이, 정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웨스트윙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7시즌까지. 거의 150개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는데.
        어떤 소재는 안다뤘겠습니까.

        입법과정의 흥미진진함이. 웨스트윙의 포인트이기도 하니까요.

        웨스트윙의. 그 게이 공화당원은.
        '공화당의 입장과 나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공화당을 지지합니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총기, 낙태. 연방정부의 역할 등등에서 말이죠.
        납득이 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더군요.

        여튼. 웨스트윙인. 당대에. 왜 에미상을 휩쓸었겠습니까. 그럴만한 드라마입니다.
    • 목요일의남자_ 으으, 제가 웨스트 윙을 얼마 안 있어 보게 된다면 목요일의남자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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