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는게 두려워요.

정확히 말하면 할머니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몇십년 후라는 세월이 두려워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막연히 세상은 점점 나빠지기만 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말 그 때의

생각대로 되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한 디스토피아가 실제로 다가오는 것 같달까요.

참 쓸데없고 우스꽝스러운 두려움이지만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일본이 겁나요. 어른들은 죽어가고

아이들은 크게 잘못되어 있을 것 같아서 말예요. 제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어둡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나라로 끝나지 않을지도요.

우리의 아이들이 더 황폐해 있을 것만 같아요. 저는 투표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고, 그 마저 바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결과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힘겨운 모습을 봐야 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봐야하고, 변절과 약해지는 사람을 봐야해요. 

전 김지하 시인의 변모에 덜컥 겁이 났었어요. 누군가가 또 저렇게 될까봐요.

언젠가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어요. 

세상 사는게 참 피곤하겠구나. 중얼거리고 나서 저 자신이 상당히 비관적이 되었다는 걸 알았죠.

잘 사는게 힘든게 아니라, 잘 죽는게 힘든 시대가 되었다 싶더라구요.


그렇다고 늘상 겁에 질려있는 건 아니고요.^^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 문득문득 이런 우울함이 

드리울 때가 있어요.



    • 저는 행복한 노년만 꿈꾸는데...갈수록 모든게 나빠지겠지만 막연히 그 때가 되면 자유롭고 한가할 것 같아서요. 그럼 정말 아무데 쓰임 없는, 하고 싶은 일들 하고 싶고요..그러려면 돈 많이 벌어둬야 하고 추억도 많이 쌓아야 하는데 말이죠. 그냥 먼 일이라 그런 생각만 하며 버텨요.
    • 잘 사는게 힘든게 아니라, 잘 죽는게 힘든 시대가 된 거 맞죠. 왜냐면, 그 전에는 살아남기 이전에 먼저 다 죽었으니까요. 지금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시대고 사상 초유 숫자의 사람들과 함께 좁은 땅 위에서 살아가야 되는 시대죠. 나이를 먹어갈수록 젊은이들만의 향유물이었던 자살이 (이미 그러하고 있듯) 늙은이들을 빠르게 빨아들일겁니다.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구는 역피라미드 형태를 꾸준히 유지할 거거든요. 그걸 정상으로 돌리려면 아이를 2명 이상은 낳아야 할텐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또는 꾸준히 감소하는 인구가 서로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은 적정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런 조건은 주어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우리는 우리 세대보다 더 많은 윗 세대를 이고 살아가면서, 우리보다 적은 아래 세대를 끌고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될 겁니다. 그게 적어도 나이 85는 먹어야 벗어날 수 있겠죠. 그 전까지 주위를 둘러봐도 위를 봐도 전에 있던 사람이 계속 있을 거거든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관적인 생각과 자살에 대한 열망은 이미 일상에 파고 들었고, 그걸 생각하는 사람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적다는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전 평범하고 싶지 않아 자살에서 벗어납니다.

      아, 평소에 이렇게 우울한 생각만 하며 사는 건 아니에요. 가끔, 가끔 그런 생각을 하죠.

      하지만, 첫 문단에 하지만, 이라고 뒤를 잇는다면 인구 외에 그다지 미래에 대해 걱정할 것은 없을거라는 거죠. 인구가 110억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할 무렵에는 아마 여기서 글 읽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노년층일 것이고, 그 때 태어난 아이들, 또는 그 때 청장년인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겠죠. 환경 변화나 오염에 인류가 결코 적응을 못 할 것 같진 않고, 그게 좀 심하다 해도 절반 쯤 죽기 밖에 더 하겠어요. 인구가 아무리 줄어도 중세 만큼 줄지는 않을테고 한 18억 정도에서 유지하겠죠. 그렇다고 인류 평균의 인권 철학이 과거보다 더 후퇴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앞으로 종교가 흥하지 않는 이상 인간에 대한 대우가 퇴보하진 않을 겁니다. 원래 사람은 나이 먹어가면서 적지 않은 수가 변절할 것이고, 당연히 그 빈자리를 새로 태어난 사람이 채우겠죠. 지구의 사람 수가 느긋히 줄어들어가면서 적정량에 맞춰질 때까지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잘하면 어쩌면 작은 국가 형태의 유토피아를 만들 수도 있겠죠. 근데 그건 22세기에서 일어날 일이라 우리는 볼 수 없을 것이고, 바글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모아이 섬에서 일어난 멍청한 종말마냥 지구에서 벗어날 만큼의 자원을 남기지 않고 다 써버리는 무식한 짓만 안하면 될 겁니다.
    • 저는 치매만 안걸렸으면 좋겠어요
    • 지구과학 공부하다가

      우리가 이 별에서 살 수 있는 기간에 한정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턴

      그냥 예전처럼 안타깝(?)진 않더군요.

      지구상에서 물이 없어지고 화성처럼 되기까지 10억 년 남았고

      금성같은 지옥이 되기까지 30억 년 남았습니다.

      별 자체의 수명은 122억 정도 남았네요. 그 땐 적색거성 태양 표면 안에 먹혀서 녹아버리겠죠.
    • 좀 싫지만 아무도 그런 소리 않고 사니 대단하긴 해요.
    • 좀 딴 소리지만 김혜자 씨 나오는 에스에치공사인가 광고 있죠.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이 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이 아이들이 크면 장밀 깜짝 놀랄 세상이 올 것 같지 않으세요? 뭐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특유의 목소리와 삽입된 풍경-좋다고 넣은 건데 제 눈엔 삭막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풍경- 때문에 불길한 기분이 들곤합니다.
    • 전 좀 다른 이유로 늙어가는 게 두려웠는데... 눈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요. 노안이 오면 그 좋아하는 책도 게임도 즐길 수가 없게 되겠죠? 이가 빠지면 그 좋아하는 맛난 것들도 더이상 못 즐길테구요. 아직 유럽도 못 가봤는데 늙어서 가볼 수 있을까요. 20년 뒤에도 전 일에 시달리며 허덕허덕할까요.
    • 사실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당대의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현 시대를 전보다 퇴보했다고 보고 점점 더 나빠질거라고 예언을 했죠. 하지만 세상은 더 진보해왔고 더 살기 좋아지고 있습니다. 30년전, 50년전은 지금보다 더 살기좋은 시대였나요? 그 땐 아마 이런 고민을 할 여유도 못부리고 있었을 겁니다.
    • 와구미님 말씀에 '좋아요'
    • 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좋아져요. 다만 당신과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인생이 점점 나빠질 뿐이죠. 그러니 남은 생애중에 오늘이 가장 좋은 시절....걱정할 시간도 아꿉
    • 벙커특강에서 강신주의 늙음에 대한 강연을 한번 들어보셔도 좋을 듯.
      중간중간 아니다싶을 때도 있지만 저역시 요즘 늙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가진지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 나이 먹기, 늙음을 패배로 여기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가끔 해요. 자연의 순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렵네요.
    • 가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게 복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년기가 너무 길잖아요.
    • 저는 좀 생각이 다른데, 10대후반부터 제 꿈은 예쁜 할머니가 되는거였어요

      여기서의 예쁜은 외모..가 예쁘다기보다는

      '살아가는 동안 그 시기에 다들 겪는 것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행복을 찾으면서 살다가

      할머니!로 불릴 나이가 되었을때 지난 인생에 후회가 없고 남은 인생에 대해서도 어떤 기대가 있는' 이란

      긴 의미를 단순히 표현한 거구요.

      이렇게 산다는 것에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낮은가.. 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래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지요.
    • 댓글을 쓰고 스위트블랙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제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지점이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손을잡고 걷는' 부분이네요. ^ ^

      몸이 때로 피곤할 때가 있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큰 행복을 아이에게서 얻고 있어요.

      3년을 키워놓으니 엄마아빠가 실수로 어디 부딪치거나 하면 달려와서 호~ 해주고 부딪친 탁자를 때찌 해주더군요. ㅎㅎ


      그리고 사회 전체에 대한 고민.. 또한 그렇습니다.

      민주정부 10년동안 20대를 보내면서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내가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길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갈거라는 확신에서 오는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살아왔어요.

      그리고 지난 몇년간 아 내가 틀렸구나,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으면 사회는 언제든 방향을 벗어날 수 있구나를 깨달았구요.

      그 와중에 본 책에서 (정확친 않지만 대략)

      '사회는 원래 보수적이고 정치 역시 마찬가지이며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보수진영이 아주 큰 잘못을 했을 때 기적적으로 사회는 잠시 진보적이 되고 정치도 그렇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매우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라도 실은 이게 정상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실천해라' 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저는 거기서 희망을 찾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치자금 10만원을 후원하고 꼭 투표에 참여하는 것 정도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알려고 노력하고 하다보면 조금이나마 변해갈 거라고 믿고 힘을 잃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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