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원하는 데 그것을 막았다면 모를까 낙태를 하지 않기로 한것에 대해 긍정하는 게 크게 문제될 건 없을텐데요. 관점을 거꾸로해서 ... 낙태에 대해 진보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라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발적인 결정에 대한 인정, 포용이어야지 타인이나 제3자가 낙태를 권하거나, 낙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거나 하는 식의 전개가 될 수는 없죠.
아이가 선택했죠. 그게 불행한 미래를 가져올 가능성을 내포한다곤 해도 단정해서 아이를 낳으면 불행해질 것이다 확신하는 것도 이상해요. 대통령이 한 말이 나라의 특수한 관념과 연결해 찜찜한 구석이 있다곤 해도 대통령이 한 말 자체를 그른것으로 규정할 사유론 충분치 않습니다. 가영님은 어렵다고 표현했죠. 저도 어려운 문제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대로 뱃속에서 아이를 키우거나 다 키워서 낳다간 태아와 산모 둘의 건강이 위험해질 확률이 높고 본인도 낮지 않은 확률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옆에서 제대로 설명해준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을까요? 그 설명을 듣고도 저런 결정을 내린 거라면, 평범한 어린아이 11살답게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혐오하는 짓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정말 버림받을 수도 있다, 그런 혐오물이 될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존본능에 직결된 애정결핍만으로 이루어진 판단일 확률이 훨씬 크지 않을까요? 저 아이는 자신의 의부의 폭력과 어머니의 방관 속에서 2년간 성폭행을 당하다 임신을 했는데, 과연 그런 11살이 정말 '자신과 주변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저 아이의 결정이 대체, 낙태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조금쯤 지켜주었다는 것 외에 정말이지 대체 누구의 무엇에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건가요?
성폭행당해 이루어진 임신이라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자기가 애를 낳겠다는 결정을 한 11살에게 저라면 근처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과 함께 <계속 임신을 지속하거나 낳을 시 그 아이와 태아의 건강과 생명에 미칠 영향>등을 자세히 일러준 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난 네 뱃속의 아이보다 네가 더 소중해. 그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너를 지지하고 소중히 여긴다. 부디 네 몸을 소중히 여겨라."
기사를 찾아 읽었는데 엄마의 남친으로부터 무려 2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임신했다고 하네요. 거의 뭐, 반복적으로 당하던 중에 초경이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임신이 된 것 같네요. 난소도 자궁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니... 9살때부터 당한 일이라 정확한 상황파악이 안됐을 확률이 100%입니다.
하긴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의부라도 아버지라는 인간에게 2년동안이나 성폭행 당하며 살아온 11살이라면 딱히 삶에 별다른 미련도 희망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죽는 것보다 버림받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혐오물로 비치는 것이, 혹은 종교적 죄를 저지르는 것이 훨씬 더 무섭겠죠. 단 하루라도 자신으로서 정말 행복하게 산 적이 있다면 저런 결정 내리지 않았을 거예요.
뭐 어쨌건 저 11살 소녀는 자기 뱃속의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함으로서 대통령이라는 자기 나라의 가장 높고 크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저렇게 대대적으로 <참 깊이가 있고 성숙한 아이>라는 극찬까지 받았으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할 지도 모르겠군요. ...하긴 저도 저 아이를 당장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을 시켜주고 전폭적인 심리적 물리적 지지와 후원과 더불어 제 집에서 키울 거 아님 이런식으로 말할 자격과 의미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