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 글 읽기.
저는 듀게에 올라오는 글을 잘 안 읽었어요. 물론 읽긴 읽는데, 성의있게 제대로 읽지는 못해요.
이유는, 일단 모니터나 스마트 화면으로 오랫동안 글을 읽는 것은 수고 스럽다. 이건 표면적인 이유,
둘째는 쓰는 사람이 성의를 다하지 않은 것 같으면, 읽는 저도 성의를 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정말 말이나 글에 머리를 쓰는 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 버거워요.
이미 도서관에 하루종일 쳐박혀서 책보고 하는데, 인터넷에서까지 글을 강박적으로 읽으며
의도와 의미를 고려하고 읽지를 않죠. 그냥 봐요.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하는군요. 네. 저는 이런 생각 따위를 한답니다. 네.
그러므로 논쟁에 참여할 자격 조차 없어요. 애초에 글을 제대로 읽질 않는데, 무슨 논박이고 지적이겠어요.
혼자 논쟁을 읽다가도 힘이 버거워서 '아 난 이참에 그만둔다고. 제길 항복이야' 하면서. 포기하고 말죠.
최근에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 자신의 말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자의 글은 언제나 읽는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사실 글이라 하는 것은 언제나 힘의 리듬을 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첫문장을 뱉고 나서 다음 문장이 나오고, 다음 문장 후에
또 다음 문장. 모든 글은 첫문장의 소명을 다하고 난 뒤에 마무리를 해야 하죠. (물론, 어떤 글이든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글이 없어서 다음 글이 있는거지만..)
하지만 인터넷 상의 제법 많은 글들은, 쓰는 사람조차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쓰는 거죠.
감상문이면 괜찮아요. 근데 이게 논리적 결을 요구하는 주장문일 때는 항상 논쟁이 발생하죠.
댓글로 달리는 반응이나 몇몇 댓글 논쟁들을 보면, 쓰는 이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분에서 읽는 자가 그 책임을 요구하다보니 생기는 갑론을박.
최악의 상황은 책임전가. 내 책임 아니다. 너의 오독이다. 나의 정독이다. 가독 삼독 쓰리독 도날드독이다. (죄송합니다.)
모든 소명을 다하고 마무리되는 글쓰기는 없겠지만 서도, 쓰는 이의 적은 사실 그 글을 읽는 자가 아니라, 그 글을 쓰는 이가 아닐까 싶어요.
표독스럽게 자신의 글을 재독 삼독 하면서, 오독하고, 오해의 여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의지.
그 토나오는 '독자를 상상하는 마음'이 좋은 글이 나오는 가장 중요한 의지 같아요.